
'종말의 바보'는 지구와 소행성 충돌까지 D-200, 눈앞에 닥친 종말에 아수라장이 된 세상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함께 오늘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일본 작가 이사카 코타로의 동명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다.
이 작품은 주연 배우인 유아인의 마약 투약 이슈로 공개하기도 전부터 사람들의 입방아에 오르내리던 작품이다. 작품 촬영은 지난 2022년 8월에 모두 마쳐 지난해 공개하려 했지만 유아인 때문에 무기한 연기됐다. 그렇게 1년이라는 시간을 흘려보낸 '종말의 바보' 제작진은 넷플릭스와 긴 논의 끝에 4월 26일 전편 공개한다고 밝혀 눈길을 끌었다.
김 감독은 유아인의 논란과 별개로 수많은 스태프, 배우들이 최선을 다해 만든 작품이고, 시청자들이 봤을 때 돌 맞을 작품은 아니고, 부끄럽지 않게 만들었다며 자신감을 내비친 바 있다.
이날 김진민 감독은 "조마조마했는데 공개할 수 있게 돼 다행이다. 넷플릭스도 고민이 많았을 텐데 어쨌든 내부적으로 좋은 결정을 내려줘서 감사하다. 또 이 작품에는 정말 많은 사람들이 출연했고, 스태프들이 고생했는데 공개돼 한시름 놓게 됐다"고 운을 뗐다. 이어 "중간에 이런저런 일이 많았다. 사람들이 '언제 공개되냐'고 물어보다 나중에는 묻지도 않더라. 다들 올해 연말에 공개될 거라고 생각한 것 같고, 2년 지나면 하겠지 생각했을 텐데 생각보다 빨리 공개해서 고맙다고 하더라"고 덧붙였다.

공개 전까지는 자신감이 있어 보였지만 말 못 한 속 사정은 많아 보였다. 상습 마약 투약 이슈로 물의를 일으킨 배우 유아인의 멱살을 잡고 끝까지 끌고 갔지만 혹평을 받은 것. 그럼에도 김진민 감독은 "크게 실수한 작품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진민 감독은 유아인 질문이 나와도 피하지 않고 차근차근 대답해 나갔다. 먼저 유아인 편집 분량에 대해서는 "유아인이 주인공의 남자친구였기 때문에 그의 비중이 큰 건 사실이었다. 특정 부분을 고의적으로 뺀 건 생각보다 그렇게 많진 않았다. 유아인을 아예 편집하는 건 가능했지만 이야기에 충실하고 싶었다"면서 "(마약) 논란 때문에 편집을 고의적으로 하거나 장면들을 드러낸 건 생각보다 많지 않았다"고 말했다.
연출자가 봤을 때 유아인과 안은진의 연기 호흡은 어땠을까. 김진민 감독은 "연기만 놓고 본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았다. 유아인이 맡은 역할이 해석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어 연출자로서 연기로 돌파해 주길 바랐는데 '아 저래서 큰 배우구나'라는 느낌을 주더라. '왜 저 친구가 사람들한테 연기 잘한다는 소리를 듣는지 알겠다'는 생각도 들었다"고 고백했다.

'종말의 바보'를 이해하기 어렵다는 반응에 대해서는 "어렵다는 생각은 나도 만들면서 했다. 원작은 옴니버스식으로 따로 구성됐다. 우리는 다 섞어서 하나의 마을 이야기를 보여주는 걸로 결정했다. 그래서 시점이나 풀어가는 방식이 초반엔 복잡해 보일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고 털어놨다.
덧붙여 "우리는 디스토피아물 중에서도 굉장히 독특한 설정을 갖고 있다고 생각했다. 원작에서는 지구가 망하는 걸로 돼 있는데 우리는 한반도 일대, 일본 이런 지역들이 파괴 규모가 상당하고, 남은 사람들이 탈출할 수 있는 걸로 설정했다. 이런 점에서 기존의 디스토피아물이랑 다르다고 생각했다. 생각이 복잡해지더라. 탈출한 사람과 못한 사람, 남은 사람들의 삶을 고민했다. 남은 사람들은 '왜 여기에 살면서 종말을 맞이하겠다고 생각하게 됐을까'를 염두에 두고 설정을 만들어 나갔다. 한 번도 보지 못한 디스토피아물이라 낯설게 느껴질 수 있겠다고 짐작했고 그 부분에서 혼란스럽다고 느껴진 것 같다"고 설명했다.
MBC PD 출신인 김진민 감독은 MBC를 퇴사한 후 CJ ENM 자회사인 제작사 본팩토리로 자리를 옮겨 작품을 선보이고 있다. 그는 '인간수업', '마이네임', '종말의 바보'까지 넷플릭스를 통해 연이어 작품을 공개하고 있다. 이 부분에 대해 김진민 감독은 "넷플릭스와 일하면서 압박을 느끼는 부분도 있고 자유로운 부분도 있다. 예전엔 순위를 안 매기더니 '마이네임' 때부터 순위를 매기기 시작하더라. '방송사랑 똑같잖아' 싶더라"고 말해 웃음을 안겼다. 이어 "제작비 자체가 더 투입되니까 작품 퀄리티가 올라가는 것은 좋지만 대신 프리 프로덕션 준비 과정을 충실하게 해야하는 부담감이 있다. 또 작품을 하나 선보이는 데 2년 정도 걸리는데 성공과 실패에 대한 압박감이 더 심해지는 것 같다"고 솔직하게 말해 눈길을 끌었다.

이어 "2012년 MBC 드라마 '무신' 이후로 사극을 안 했는데, 사극을 한 번 더 도전해 보면 어떨까 고민하고 있다. 대본 재밌는 게 있으면 잘 만든 사극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1번이다. 또 도전하는 걸 늘 좋아하기 때문에 도전하는 작품을 하고 싶다. 난 안주하면 끝나는 직업이라고 생각해서 도전할 게 있다면. '인간수업', '마이네임', '종말의 바보' 다 도전이었다. 도전할 수 있으면 무엇이든 최선을 다해야한다고 생각한다"며 "넷플릭스는 도전하는 사람들을 제대로 백업해 주기 때문에 넷플릭스랑 하고 싶고, 넷플릭스가 안 해주면 다른 곳 찾아서 갈 것"이라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끝으로 '종말의 바보'는 김진민 감독에게 어떤 의미로 남을까. 그는 "결과는 보시는 분들 마음대로니까 받아들이고 있는 상황이다. 강점과 약점이 있는 드라마인 건 틀림이 없다. 받아들일 부분은 받아들이고 그게 실수라면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아야 한다. 시청 형태가 빠르게 변하고 있어서 거기에 맞춰 변해야 하는 것도 있는 것 같다"며 "시간을 충분히 가지고 한 단계 더 나아가야 하는 계기가 될 것 같다. 고마운 반응이라 생각하고 큰 경험을 하는 기회이지 않을까 싶다. 나도 변해야 하고 이러한 반응도 긴 시간을 놓고 보면 충분히 좋은 반응이지 않을까 생각한다. 시청자 분들과 호흡하지 못한 부분이 있다면 많은 생각을 해서 어떤 부분에서 놓쳤을지와 어떤 부분에서 너무 많이 생각했는지를 점검해 봐야겠다"고 했다.
한편, 총 12부작으로 제작된 '종말의 바보'는 현재 넷플릭스에서 전편 시청 가능하다.
iMBC연예 장다희 / 사진 iMBC DB, 넷플릭스 제공 / ※이 기사의 저작권은 iMBC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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