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에이트 쇼'는 8명의 인물이 8층으로 나뉜 비밀스런 공간에 갇혀 '시간이 쌓이면 돈을 버는' 달콤하지만 위험한 쇼에 참가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한 감독은 글로벌 누적 조회수 3억 뷰를 기록한 배진수 작가의 웹툰 '머니게임', '파이게임'을 각색했다.
'더 에이트 쇼'를 선보인 뒤 취재진과 만난 한재림 감독은 "시리즈는 영화랑 많이 다르다는 걸 깨달았다. 영화는 굉장한 압박감이 있다. 흥행이나 스코어가 첫 주에 거의 결정이 난다. 사실 영화는 개봉하기 전에 무섭고 두려움이 더 크다. 그런데 이런 시리즈물은 전 세계 시청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거라 많은 분들이 보실 것 같으니 아무래도 조금 더 설레는 마음이 있다"고 운을 뗐다. 이어 "국내외 시청자분들이 이 작품을 어떻게 보실까 궁금한 마음"이라고 덧붙였다.
영화와 다르게 반응을 어떻게 찾아보는지 모르겠다는 한재림 감독. 그는 "영화는 포털 사이트 같은 곳에 반응이 딱 있는데, 넷플릭스 시리즈는 처음이라 기자님들이 써주신 리뷰를 많이 찾아봤다. 해외에서도 리뷰를 써주셔서 조금씩 찾아보기도 했다"며 "내가 처음이라서 아직도 어디서 반응을 봐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해 웃음을 안겼다. "넷플릭스에서 반응 찾아보는 방법 안 알려주더냐"고 묻자 한 감독은 "전혀 안 알려준다"며 답답해했다.
원작 제목을 놔두고 '더 에이트 쇼'를 쓴 이유로는 "원작 '머니게임', '파이게임'을 합치면서 '이게 머니게임이 맞나?' 싶더라. 나는 서바이벌 장르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서바이벌은 누가 죽지 않나. 남이 죽어야 내가 사는 건데, 이 작품은 한 명도 죽으면 안 되는 이야기"라며 "내가 그동안 해왔던 장르를 살짝 비틀었다. 그렇게 가는 게 더 재밌다고 생각했고, 제목에 게임이 붙지 않았으면 했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쇼'라는 키워드에 집중했다. 배우들이 주최 측에 재미를 주려고 노력을 하지 않나. 그게 내 고민과도 맞닿아있었다. 이 작품 공개 전에 GV(관객과의 대화)를 하는데 한 틱토커가 손을 들고 말하기를 '내 마음과 공감된다. 보는 사람한테 사랑받으려고 노력하는 부분이 공감된다'고 하더라. 그런 고민들도 있었고, 또 8개의 에피소드와 8명, 숫자 8을 옆으로 뉘었을 때 무한대라는 느낌을 주지 않았나. 시간이 돈이기 때문에 시간을 무한대로 갖고 싶은 인간의 욕망을 담아 제목을 '더 에이트 쇼'로 바꾸자고 생각했다. 제목을 바꾼다는 건 원작자에겐 굉장히 어려운 일인데 배진수 작가가 흔쾌히 이해해 줘서 고마웠다"고 밝혔다.
이어 "('오징어 게임') 영향을 받은 건 없다. 오히려 다르게 가려고 했다. 리뷰를 보면 '오징어 게임'과 같은 재미를 기대한 사람은 그 재미를 못 느낄 것이고, '오징어 게임'과 달라서 좋다는 사람들은 있는 것 같다. 여기서 호불호가 있는 것 같다"라며 "'오징어 게임'은 서바이벌 장르이고, '더 에이트 쇼'는 어떻게 보면 사회 실현극"이라고 덧붙였다.
여기에 한재림 감독은 "'머니게임'이 먼저"라고 강조하면서 "진짜 같은 가짜라는 우리만의 콘셉트가 있다. '오징어 게임'은 의상이 있지만 우리는 주머니가 있는 것처럼 보이는데 사실 다 그린거다. 또 우리는 숫자가 계급을 상징한다. 그런 논리들이 있으면 된다고 생각한다. 또 주최 측이야말로 정말 다르다. '오징어 게임'의 주최 측은 관객으로 하여금 죄책감을 다 갖고 가게 만들었다. 정확히 말하면 주최 측이 악당이다. 그런데 '더 에이트 쇼'는 끝까지 보이지 않는다. 그래서 조금만 잔인해도 굉장히 크게 느껴진다. 이 부분들에 굉장히 조심히 했고, 관객들이 선정성을 느끼지 않도록 하기 위해 윤리적인 고민을 정말 많이 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7층' 박정민 캐릭터가 한재림 감독 아니냐고 추측했는데, 이에 대해 한 감독은 "나는 박정민처럼 그렇게 잘생기지도 똑똑하지도 않다. 그렇지만 투영된 건 사실"이라며 "관객에게 주는 재미, 내가 가야되는 예술성에 대한 고민이 많이 담겼다. 지금은 단순히 재미만 주는 게 하나도 부끄럽지 않은 시대가 됐다. '우리 같은 콘텐츠 생산자들은 어떤 콘텐츠를 만들어야 하는 것인가', '과연 예술이라고 불릴 수 있는 영화가 점점 죽어가는 걸 보고 그냥 도파민만 자극하고 시원한 사이다만 주는 작품들이 사랑받는 걸 보면서 '과연 영화는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인가'라는 고민들이 많이 담겨있다"고 강조했다.
'더 에이트 쇼'는 음주운전으로 물의를 일으킨 배성우와 배우 한소희와 연애, 결별, 환승연애 그리고 그린워싱 논란에 휩싸인 뒤 한창 화제의 중심에 서 있던 류준열이 출연해 눈길을 끌었다.
배성우를 '1층' 역으로 캐스팅한 이유를 묻자 한 감독은 "캐릭터가 잘 맞아서 캐스팅했다. 제작진들은 (배성우 캐스팅에) 납득을 했던 것 같다"며 "이게 배성우의 복귀작이 될지 몰랐다. 사실 이 작품 전에 다른 작품들도 있었고, 찍어 놓은 것도 있었기 때문에 복귀를 시키고 말고 할 건 없었다"라고 털어놨다.
배성우의 연기에 대해서는 "나는 좋았다. 관객들이 판단할 거긴 하지만 감독으로서는 잘 해내지 않았나 생각한다. 연민이 가면서도 슬픈, 동정심을 불러일으키는 캐릭터를 잘 만들어줬다. 연극배우 출신이라서 그런가 쉽지 않았을 텐데 다리 저는 표현을 너무 잘 해줬다"라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주인공 류준열이 사생활 이슈로 논란이 된 것에 속상하지 않았냐고 묻자 한재림 감독은 "배우로서 이 작품에 충실했다. 본인이 홍보도 다 하겠다고 했기 때문에 배우한테 별다른 속상함은 못 느꼈다"라며 "배우의 사생활에는 관심이 없다. 죄를 지었거나 했으면 그랬을 텐데 사생활 문제 아니냐"고 힘주어 말했다.
끝으로 한 감독은 "'현혹'을 선보이고 그다음에 오리지널 작품을 내놓기 위해 준비는 하고 있다. 그런데 일단 '현혹'을 쓰고 있어서 이것부터 하고 오리지널을 할 예정"이라며 "최대한 많은 작품을 하려고 한다"라고 말해 기대감을 높였다.
지난 23일 OTT 플랫폼 콘텐츠 시청 순위 집계 사이트 플릭스 패트롤에 따르면 '더 에이트 쇼'는 넷플릭스 글로벌 TV쇼 부문 2위에 올랐다. 한재림 감독이 그간의 활동으로 쌓아온 실력과 내공이 이렇게 인정을 받는 것이다.
인트로 영상 하나 허투루 만들지 않고, 매화 긴장감 있는 엔딩을 장식하며 다음 화에 대한 기대를 불러 일으켰다. '이를 갈고 작정하고 만들었구나'라는 생각이 들 정도다. 첫 시리즈 연출작을 무사히 선보인 한재림 감독. 그가 선보일 또 다른 시리즈 연출작이 기대된다.
한편, 총 8부작으로 제작된 '더 에이트 쇼'는 현재 넷플릭스에서 전편 시청 가능하다.
iMBC연예 장다희 / 사진 iMBC DB, 넷플릭스 제공 / ※이 기사의 저작권은 iMBC에 있습니다.
당신의 의견을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