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이라키'(Hierarchy)의 사전적 의미는 조직이나 집단 내 계층적인 구조를 말한다. 계급을 뜻하는 타이틀에서 알 수 있듯 주신고엔 완벽한 질서가 존재했다. 부모와 집안의 재력, 사회적 지위가 학교 안에 서열의 기준이 되고, 작은 정치 세계와 같은 주신고 학생들은 넥타이 색깔로 계급을 구분 지었다.
'하이라키'는 주신고 남학생이 부조리한 학교의 민낯을 공론화하겠다고 소리치는 순간 차에 치여 숨지는 장면으로 포문을 열었다. 이 학생이 누군지, 왜 죽었는지는 설명해 주지 않았고, 궁금증을 안긴 채 본격적으로 주신고의 이야기를 시작했다.
새 학기 시작 날 모두 등교하느라 정신 없을 때 롤스로이스 한 대가 주신고 안으로 들어왔다. 주신그룹 후계자이자 주신고 서열 1위 김리안(김재원)이 타고 있던 차였다. 상위 0.01%만 다니는 주신고라는 걸 보여주기 위함일까. 롤스로이스뿐만 아니라 억 소리 나는 슈퍼카들이 여러 대 등장했다. 여기에 교실 내부, 샹들리에, 파티장 등 인테리어에 공을 많이 들인 게 크게 느껴진다.



'하이라키'는 15세 관람 딱지를 붙이고 교사와 학생이 옷을 벗고 침대에 누워 스킨십을 하질 않나, 19금 몰카(몰래 카메라로 불법 촬영)를 단톡방에 공유하는 등 눈살을 찌푸릴 만한 선정적인, 불필요한 장면을 넣었다. 뭘 이야기하고 싶었던 걸까. 이런 적나라한 장면들이 청소년들에게 악영향을 끼치지 않을까 우려된다.
회차가 거듭될수록 무슨 메시지를 주고 싶은 건지 모르겠다. 배현진 감독은 '하이라키' 제작발표회를 통해 "계급 간의 갈등을 다룸과 동시에 성장을 포인트로 하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며 "표현의 적나라함은 걷어내고 겪어내는 감정에 더욱 포인트를 줬다"고 설명했다.
'하이라키'를 보면 드라마 '꽃보다 남자', '상속자들' 등이 떠오르는데, 초호화 풀 파티부터 시작해 남학생들이 체육 시간에 미식축구, 수영, 펜싱 등을 할 때 여학생들이 치어리더로 변신해 응원하는 걸 보면 전형적인 미국 하이틴 드라마가 떠오른다. 지난 2007년 미국 CWTV에서 방영을 시작한 뉴욕 상류층 10대들의 생활상을 담은 드라마 '가십걸'과 스페인 드라마 '엘리트들'이 연상된다.


반면 미국 주간지 타임은 '하이라키'에 대해 "'가십걸' 같은 K-드라마다. 아직 공식 발표는 없지만 시즌2가 만들어질 가능성이 충분하다"라며 호평했다.
보여주고 싶은 건 많지만 정작 보여줘야 할 것은 보여주지 못한 듯한 인상을 주는 '하이라키'다. 개연성 없는 설정, 엿가락 끊듯 뚝뚝 끊기는 전개는 당혹스럽기 그지없다. 후반부로 갈수록 작품의 메시지는 더욱더 희미해져 가고, 급하게 마무리 짓는 느낌이 강하게 들어 아쉬움을 남긴다.
한편, 총 7부작으로 제작된 '하이라키'는 현재 넷플릭스에서 전편 시청 가능하다.
iMBC연예 장다희 / 사진제공 넷플릭스 / ※이 기사의 저작권은 iMBC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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