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뚝뚝하지만 실력있는 대치동 학원 국어 강사 윤임. 윤임이 담당하는 중학교에서 중간고사가 끝난 날, 그 학교의 국어교사 기행이 그녀를 찾아온다.
두 사람의 만남이 목격되자 대치동 학부모들의 입방아에 오르내리기 시작하고 시험 문제 유출에 대한 의심까지 퍼진다.
그리고 윤임은 기행과의 만남으로 인해 소설가이자 절친한 친구였던 나은, 10년 전 사귄 전남친 기행 그리고 그녀를 짝사랑했던 미치오까지 잊고 있었던, 잊고 싶었던 대학 시절의 과거와 조우한다.
"나는 가끔 궁금해졌다. 너에게도 간절한 바람 따위가 있었을까?"
안소희는 '대치동 스캔들'의 시나리오를 처음 읽었을 때 흥미로운 스토리와 생동감 넘치는 속도감에 반했다고 한다. 자신과 타인의 속마음, 그리고 겉으로 보이는 모습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게 만드는 작품이어서 출연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대치동의 실력 있는 국어 강사 윤임으로 등장하는 안소희는 학원 근처에 있는 중학교 국어 교사이자 과거 연인 기행을 만나게 되면서 순조롭던 대치동 일상이 흔들리게 되고, 기억하고 싶지 않았던 대학 시절의 과거와 마주한다.
도회적인 30대 강사의 모습부터 발랄하고 당찬 대학 시절의 모습까지, 다면적인 면모를 '대치동 스캔들' 윤임 역에 어떻게 녹였을지 기대가 된다.
작품 속 윤임이 처한 상황이 안타깝기만 하다. 세상이 윤임을 상대로 속이나 싶을 정도. 믿었던 절친 나은의 배신으로 한순간에 꿈을 잃고, 남자친구까지 잃는다.
여기에 문제지 유출이라는 오명을 쓰고 긴급체포돼 유치장에 갇히기까지 한다. 이제 겨우 과거를 잊고 앞으로 나아가려 하는데 바람난 전 남자친구는 십여 년간 연락도 없다가 느닷없이 집으로 찾아와 나은을 들먹인다. 그야말로 엎친 데 덮친 격이고 암담한 상황이 연달아 나와 다소 답답하게 만든다.
마냥 답답하지는 않다. 극 후반 윤임은 직장 상사의 어처구니없는 갑질, 손 버릇 나쁘고 괜히 와서 시비 거는 동료, 시험 문제 유출 관련 소문을 퍼뜨린 학부모에 예의를 지키는 선에서 '팩폭'을 가해 답답했던 속이 뻥 뚫리는 시원함을 느끼게 해준다.
디테일한 캐릭터 설정이 눈에 띄기도 한다. 윤임은 퇴근 후 편의점에 들러 맥주를 사고 싶어 했지만, 아직 시험 기간인 점을 고려해 맥주 대신 캔 커피를 집어 든다. 자신의 삶을 학생들에게 완벽히 맞췄다는 걸 해당 장면을 통해 보여준다.
우정이 지닌 위대한 힘도 보여준다. 윤임은 일타 강사로 살아온 지난 몇 년 간 돈을 모았지만 더 좋은 집으로 이사 가지 않는다. "왜 대학생 때부터 살던 집에 있냐. 이사 가도 되는데"라는 말을 듣지만, 얼버무리며 멋쩍게 웃는다. 내심 나은과 기행을 기다리고 있었던 것처럼 말이다.
모진 말로 나은, 기행을 밀어낸 윤임이고 이들을 용서하는 데 긴 시간이 필요했지만 끝에는 나은과 기행이 그토록 원하던 소원을 들어준다. 끝까지 두 사람을 배려하고 아낀다는 걸 보여준 대목이다.
그는 냉철해 보이지만 학생들을 따뜻하게 감싸 안고 아우르는 모습을 보였는데, 나무랄 데 없는 일타 강사 그 자체였다. 어린 시절의 꿈과 방황, 상처와 고뇌를 통해 성장하게 되는 윤임 캐릭터의 감정선을 풍부하게 표현, 한층 더 성숙해진 분위기를 자아낸 안소희다.
대치동 학원가의 이야기를 기대했던 이들이라면 아쉽다는 생각이 들 수도 있다. 이 작품은 학원가의 이야기가 메인이 아니라, 윤임이 갈등을 겪어 등을 진 친구들과 마주하며 성장해 나가는 게 핵심이다. 영화는 쭉 무거운 톤인데, 가끔 미치오(타쿠야)의 어색한 한국말이 웃음을 안기기도 한다.
'대치동 스캔들'의 러닝타임은 109분, 19일 개봉됐다.
iMBC연예 장다희 / 사진제공 송담스튜디오 / ※이 기사의 저작권은 iMBC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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