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나운서 출신 트로트 가수의 세찬 도전'이라는 서사는 한 편의 드라마를 만들었고, 대중의 구미를 당겼다. 이는 이슈 몰이에는 수월한 이야깃거리지만, 가수 직업 본질과는 별개의 이슈이기도 하다. 순식간에 휘발되는 신기루와 같기도 하며 식상함을 유발하는 꼬리표로 굳어져버리기도 한다. 김용필은 이러한 공식을 진작에 깨우쳤다.
그는 "프로그램이 끝난 이후에는 말 그대로 그 후광 효과일 뿐이다. 프로그램에 대한 잔상이 기억에 남아계신 분들에게 관심을 끌 수가 있는데 결국은 가수로서 자리매김을 해야만 한다"며 "언젠가는 그 꼬리표를 떼야한다. '아 저 사람은 정말 가수로서 이제 우뚝 섰구나'하는 정도의 호평을 들으려면 보컬리스트의 면모도 보여줘야 한다. 연습만이 살길이라는 것을 끝없이 스스로에게 되새긴다. 아나운서 출신 가수 대신 가수 김용필 이미지를 남길 시간이 됐다"고 강조했다.

장점은 살리고, 단점은 보완할 심산이다. 김용필은 "늦깎이 가수 아닌가. 이 나이에 뭘 하겠나 싶다가도, 내 나이니까 할 수 있는 것도 넘쳐난다. 세월의 경험을 안고 진득하게 부를 수 있는 노래, 젊은 가수가 부르기에는 조금 뭔가 아쉬운 부분이 있을 법한 노래들이 분명히 있다"며 "나이가 들어서야 불렀을 때 멋있는 노래들이 있더라. 그런 노래들을 많이 찾아서 불러드리려고 한다"고 말해 기대감을 높였다.
신사, 낭만을 노래하는 가객, 정장 입은 사내까지. 김용필을 대표하는 멋들어진 수식어가 있지만 이는 장르를 국한하는 천장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그렇기에 김용필은 더욱 애를 쓴다. 그는 "주력으로 안무를 하는 가수들이 있다. 나도 노력한다. 특히 때와 장소에 맞는 춤이라면 무슨 수를 써서라도 연습하고 몸을 맞춘다. 행사 무대가 특히 그렇다. 그곳을 방문하기 전 특성을 연구하고 공부하고, 연혁과 역사를 살핀다. 흥겨운 안무가 필요한 무대가 분명히 있더라. 오신 분들이 재미있게 무대를 즐기고 가셔야 만족도도 크니까 적당히 그런 곡들을 택하고 춤춘다"고 자랑했다.

그는 "방송인으로 살 때 프로그램을 맡아 임하면 항상 불안했다. 프리랜서 입장에서만 그런 게 아니다. 공채 아나운서도 안정적으로 월급을 받고 직장을 다니지만 본인이 진행하는 프로그램이 하루아침에 없어지면 그것에 대한 허전함이 엄청나게 크더라"며 "사는 것에 대한 걱정을 많이 안고 살아왔다. 내 주변 친구들은 제2의 인생 활로를 개척하려 애를 쓰고 산다. 이미 회사에서 나오고 있는 친구들도 태반이더라"고 설명했다.
이어 "난 인생의 이정표가 확실히 정해지지 않았나. 노래라는 방향 말이다. 복잡하게 길을 헤맬 필요 없이 앞으로 20년이고, 30년이고 노래하면 된다. 마음이 한결 편해지더라"며 "물론 이 길에도 난관이 있을 것이고 가시밭길이 존재할 거란 걸 누구보다 잘 알고 각오하고 있다. 하지만 그래도 '앞으론 무얼 할까'가 아닌, '그래 이 길이 맞으니 계속 가보자'라는 계시가 있다는 것이 참 감사한 요즘"이라고 밝혔다.

김용필은 "팬들 중 대부분이 트로트 안 듣고 살던 분들이다. 다들 채널 돌리다 우연히 내 무대, 내 목소릴 듣고 멈춰서 찾아와 주신 분들이다. 난 기교가 부족한 가수다. 그냥 담백하게 중년 남성이 인생을 노래하듯 불렀다. 그 모습을 사랑해 주시고 내 소리를 갈망해 주시더라. 서로에게 신기한 경험을 선물한 느낌이었다. 돌아가신 부모를 떠올렸다고 하시는 분, 불면증에 시달렸는데 간만에 숙면을 취하셨다는 분, 마음에 위로를 얻었다는 분까지. 노래의 위대함을 가르쳐주셨기에 난 앞으로도 목청껏 음악 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iMBC연예 이호영 / ※이 기사의 저작권은 iMBC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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