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 작품에서도 김대우 감독의 영화는 아름다운 미장센이 화제가 되었다. 그 특징이 이번 '히든페이스'에서도 잘 드러난다. 오래된 가옥을 개조한 집에서 얼마나 대단한 밀실이 나올 수 있을까 했지만 '기생충'의 지하실과 비교할만한, 심지어 특별한 의미도 담고 있는 공간을 탄생시키며 '관음' '배신' '징벌'의 개념을 비주얼적으로 완성시켰다.
김대우 감독은 "영화 속에서 수연이 '너무 행복을 가져다주는 집'이라는 말을 하는데 그게 영화의 메타포다. 각자에게 행복을 가져다주는 것. 그로테스크하지만 영화 속 밀실은 일제강점기 군의관이 그 안에서 사진도 보고, 바깥을 훔쳐보고 족쇄도 채우며 기이한 욕망과 PTSD를 이어가던 공간이다. 원래 공간의 주인의 욕망과 뿌리가 맞닿아 있다고 생각한다."라며 영화 속 밀실이 어떤 의미인지를 이야기했다.
김대우 감독은 "미술을 중요하게 생각하긴 하지만 제일 중요한 건 영화를 보는데 미술이 너무 앞으로 드러나면 안 된다는 것이다. 그런 저의 성향을 너무 잘 아는 미술감독과 작업했다. '방자전'때도 미술감독을 했던 박일현 감독인데 그분의 독창성과 창작성을 어느 정도 받아들이는 편이다. 제가 가목에게 요구한 건 '레트로가 겸비된 음악가의 집, 70년대 가옥이지만 레트로가 미세하게 남아 있는 정도'의 가이드 안에서 놀아달라고 부탁했었다."라며 가장 신뢰하는 미술감독과의 작업을 이야기했다.
김대우 감독은 "의식은 의심의 복도라 생각했다. 꽤 많은 사람들의 의식 밑바닥에는 숨고 싶은 곳이 있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숨고 싶은 곳, 절대적으로 안전하게 타인과 공유하지 않은 공간에 가장 가까운 사람에게도 털어놓지 않는 고민이나 욕망이 자리 잡는다 생각했다. 미술 감독에게 이런 이야기를 하며 의심 맨 밑바닥의 아지트, 도피처, 벙커 같은 걸 만들어 달라고 했었다"라며 미술적인 요구를 어떤 식으로 했는지를 알렸다.
그렇게 전달했을 뿐인데 박일현 미술감독은 밀실이 되는 창고의 이미지를 기가 막히게 그려내 왔다. "밀실이자 밖을 내다보는 공간을 ㄱ자로 꺾어서 만들어 왔더라. 촬영할 때 밀실이지만 촬영이 버라이어티 할 수 있게 만들어 줬다. 제 생각이나 상상보다 훨씬 공간이 좋았고 촬영적으로도 너무 훌륭한 공간이 나왔다. 구부러지고 나서 침대 옆 앉은뱅이 화장실을 보는 순간 너무 좋았다. 보는 자, 하는 자 서로에게 배설의 공간 같은 상징도 있고 솔직해지는 공간이기도 하고 여러모로 미술감독의 은유와 상징이 가득 담긴 공간이었다."라며 영화 속 밀실 공간을 처음 봤을 때를 회상했다.
이렇게 감탄이 나올 수밖에 없는 공간이 만들어져서인지 영화는 아주 매혹적이면서도 긴장감이 넘친다.
김대우 감독은 "화보 같다거나 농밀한 것만 추구한다거나 하는 게 제 영화의 특징이다. 그냥 평범한 것도 해보고 싶은데 미술이 썰렁하면 못 찍겠더라. 예뻐야 한다는 게 특징이면서도 나름대로는 콤플렉스다. 영화 '곡성'을 보면 아무것도 하지 않은 아름다움도 있다. 추한 것의 아름다움, 허름한데 아름다운 영화를 꼭 해보고 싶다"며 영화 속 아름다운 미술을 자신의 장점이자 단점이라고 언급했다.
김대우 감독은 "행복은 절대적이고 영원한 게 아니라는 게 제 철학이다. 그리고 행복은 가지는 게 꼭 행복한 건 아닌 것 같다."라는 말을 하며 영화 속 인물들의 결말이 해피엔딩인지 아닌지에 대해서도 이야기했다. "또 일그러지고 균열하는 관계를 원할 것 같기는 하다. 하지만 당장은 해피엔딩이다. 나중에는 성진이 그 집을 못 견딜 수도 있고 수연도 미주와 같이 살고 싶을 수도 있고, 미주도 이 집이 싫어질 수도 있지 않겠나" 라며 인물들의 먼 미래까지는 모르겠으나 당장은 이런 식으로 각자의 행복회로로 봉합시켜 놨을 것 같다며 상상을 덧붙였다.
‘히든페이스’는 실종된 약혼녀 수연(조여정)의 행방을 쫓던 성진(송승헌) 앞에 수연의 후배 미주(박지현)가 나타나고, 사라진 줄 알았던 수연이 그들과 가장 가까운 비밀의 공간에 갇혀 벗겨진 민낯을 목격하며 벌어지는 밀실 스릴러로 11월 20일 개봉한다.
iMBC연예 김경희 / 사진출처 스튜디오앤뉴, 쏠레어파트너스(유), NEW / ※이 기사의 저작권은 iMBC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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