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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림전문가' 김동하하하하, 토할 때까지 웃겨주마 [인터뷰M]

'놀림전문가' 김동하하하하, 토할 때까지 웃겨주마 [인터뷰M]
입력 2024-11-26 16:30 | 수정 2024-11-26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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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동하에게 놀림받는 방법 알려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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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동하의 스탠드업 코미디 무대를 찾는 이들이 묻고, 숙지하는 내용이자 어느새 자리 잡아 굳어진 문화다. 마이크 하나 쥐고 무대에 올라 관객을 골려가며 사정없이 웃겨대는 그에게 간택받아 소재거리가 되기로 작정한 관객들이 자처해 만든 유쾌한 풍경이자, 진귀한 광경. 이렇듯 하나의 문화로도 웃겨버리는 김동하야말로 진정한 희극인이라 칭할만하다.

    김동하는 대니초, 손동훈, 코미꼬 등과 함께 정석의 스탠드업 코미디 문화를 국내에 정착시킨 선두주자다. 별다른 소품이나 분장 없이 오직 마이크 하나로 무대를 채워가는 스탠드업 코미디 장르의 달인. 특히 그는 일방적으로 준비된 농담을 던지는 방식 이외에도 즉석에서 관객에 말을 걸어 응답에 따라 변모하는 기발한 답변과 상황을 창조해 웃음을 주는 '크라우드 워크' 기교에 특화된 인물.

    이에 걸맞게 김동하는 지난해 5월부터 시작된 ‘크라우드 워크(Crowd Work)’ 공연을 이끌어오고 있다. 전국 투어로 이어져 왔으며, 오는 12월 8일 서울 이화여대 삼성홀(708석 규모)에서 마지막 공연인 ‘크라우드 워크-피날레’를 개최한다. 스탠드업 코미디 불모지인 대한민국에서 마이크 하나 들고 전국 순회공연을 돌며 객석을 가득가득 채우는 진풍경을 만들어낸 셈이다. 상당히 고무적이며 기념비적인 일이다. 국내 희극 역사에 진일보적 사건을 벌였다 표현해도 과언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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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MBC연예와 만난 김동하는 "공연의 완성은 비로소 관객이 계실 때 마침표를 찍는 거라고 생각한다. 모든 건 관객분들 덕분이다. 내 인생 첫 전국투어였고 대규모 좌석을 채워본 진귀한 경험이었다. 코미디언으로 살며 한 번도 겪어보지 못할 일을 해낸 느낌이라 정말 행복한 요즘"이라고 인사했다.

    김동하에게 주어진 무기는 마이크 하나와 입담뿐이다. 분장과 소품, 슬랩스틱 몸개그는 빼고 온전히 재치와 입담으로 승부수를 띄워야 하는 불리한 조건. 김동하는 "사실 쉽다고 말할 수는 없다. 믿을 건 나 자신과 마이크 하나뿐이다. 순간 절어서 망하면 그 고통은 생각보다 크고 오래간다. 하지만 반대로 오로지 말로 관객을 휘어잡았을 때 오는 희열은 배가된다"고 표현했다.

    남을 웃기는 스탠드업 코미디라는 행위를 대하고 다루는 김동하의 자세는 사뭇 진지하다. 그는 농담을 재산으로, 공연을 농사로 표현했다. 김동하는 "10초짜리 1분짜리 5분짜리 15분짜리 귀한 농담이라는 재산을 쌓고 쌓아 1시간의 완성형 무대를 만들어 전국투어 1년 농사를 일구는 느낌으로 임한다. 피날레 무대는 영상을 촬영해 앨범 발매하듯 공개한다. 그렇게 한 사이클을 돌면 다음 농사를 준비하는 과정의 연속인 삶"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김동하의 비상한 머리 위에는 농담 안테나가 24시간 가동하는 모양새다. 실생활에서 마주하는 상황, 사람들을 허투루 대하지 않고 무대 위에 어떤 방식으로 녹일 것인지 유심히 살핀다는 것. 그는 "호기심이 좀 많다. 그리고 이 업으로 사는 사람이니 호기심을 가져야만 한다. 다른 이들이 대체 무슨 이야기를 나누며 그리 웃는지 엿들어 보기도 하고, 상황이 된다면 애써 말도 걸어본다. 책도 찾아 읽고 영화도 다양하게 시청한다. 안테나를 접으면 안 된다는 걸 항상 의식하고 살아간다. 대화 중 나온 재밌는 문장이나 기발한 단어는 적어두고 무대에서 활용해 본다. 스탠드업 코미디는 가능성 싸움이다. 내 생활 방식을 조금만 바꾸고 부지런을 떨면 그 가능성을 높일 수 있는 것이니 얼마나 좋은 습관인가"라고 말했다. 직장인이 9시부터 6시까지 일에 몰두하듯 희극인인 그는 온종일 자신의 업에 빠져 산다는 공식을 스스로 세워 사는 셈이다.

    이어 김동하는 "성향상 이런 생활 방식이 잘 맞다. 남을 웃겨주는 걸 선천적으로 즐기는 편이다. 한 번은 술자리에서 내 유머를 듣다가 1시간 동안 웃더니 토를 하는 분이 계실 정도였다. 그 순간에도 난 스탠드업 코미디 무대에서 이 상황을 써먹을 궁리를 했다"며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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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동하는 이렇듯 누군가에게는 난감하고 귀찮을 수 있는 상황을 유머로 승화한다. 그의 주특기는 무대에서도 빛을 발한다. 유튜브 알고리즘의 선택을 받은 채널 '동하하' 인기 콘텐츠 역시 김동하가 관객에게 즉석에서 질문을 던져 만담 대화를 이끌어내는 영상들이다. 누군가에게는 방해꾼 헤클러(heckler)로 여겨질 수 있는 돌발 상황도 벌어지지만 김동하는 당황하지 않고 이또한 매콤하게 버무려 웃겨준다. 그래서 김동하 무대를 찾는 이들이 그토록 '김동하한테 시비 걸리는 법', '김동하가 말걸게 만드는 법'을 검색하고 물어가며 찾아오는 것이다.

    그는 "참 변태같고 좋은 문화 아닌가. 시비 걸리고 싶다니"라며 웃었다. 이어 "사신 스탠드업 코미디에서는 안내를 할 정도로 헤클러들을 경계하기도 한다. 1분 1초 간격으로 웃음의 성공 여부가 결정되는 상황에 누군가 끼어들어버리면 난감해지기 때문이다. 내가 옳다는 건 절대 아니지만, 성향상 그걸 더 강하게 맞받아쳐 웃긴 상황으로 만드는 것에 특화된 편이더라"고 설명했다.

    김동하가 웃음에 진심인 사람이라는 것은 인생 서사에도 뭍어난다. 그는 사범대 출신으로, 선생님이었다. 피나는 노력으로 안정적인 직업을 가져 소중한 이들의 기대를 받으며 윤택한 삶을 영위할 수 있었지만, 웃음을 찾고자 과감히 도전한 것. 이유를 묻자, 재미를 찾고 싶었단다. 김동하는 "선생님을 할 때도 재미는 물론 있고, 보람을 느꼈다. 하지만 교단에 오르는 과정, 그 준비 과정이 지금 개그 아이디어를 짜는 과정만큼 재밌지 않았다. 가슴 한켠에 아무리 눌러 넣어봐도 꿈틀대고 개그 욕망이 살아 움직이는 느낌이었다"며 "난 마약을 할 필요가 없는 사람이다. 일을 하며 재미를 느끼고 웃음을 주고 행복을 찾지 않나. 이만큼 강력한 원동력과 동기는 없다"고 확신했다.

    하루아침 뚝딱 만석을 채우는 장인이 된 건 아니다. 대선배 전유성의 극장에서 5년간 내공을 다지고, 국내에 스탠드업 코미디 문화 자체가 없던 시절 무일푼으로 클럽을 전전하며 목이 터져라 공연한 세월 또한 아주 길다. 김동하는 "평일에는 아이들을 가르치는 아르바이트로 생계를 유지하고 주말에는 코미디를 연습했던 기억"이라며 "그런 시절을 거쳤다 보니 지금 우리 장르가 흥행하는 걸 보고 찾아오는 후배들이 단순히 자신의 성공 계단 중 하나로 스탠드업 코미디를 대하면 참 가슴 아프더라"고 회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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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허허벌판 황무지에 밭을 일구는 건 아주 고된 일이다. 김동하와 동료들의 경우가 그렇다. 참고할만한 레퍼런스나 수학의 정석과도 같은 교본이 없는 시절에 스탠드업 코미디를 시작하려니 그럴 수밖에. 그는 "바닥부터 시작한 느낌이다. 대니초 형에게 물어가며 애를 썼다. 요즘 친구들이 코미디 클럽에서 당당히 돈을 받으며 자신이 사랑하는 개그를 하는 모습을 보면 일조했다는 보람에 웃음이 난다. 자부심이다"라고 밝혔다.

    김동하는 원년멤버라는 견장을 달았다고 어깨를 으쓱하는 것에 그치지 않을 각오다. 앞으로의 목표는 더욱 원대하다. 그는 "내가 잘 버텼으니, 우리 장르를 사랑하는 후배들은 조금 더 수월하게 그리고 나를 더욱 자랑스럽게 여기며 일을 할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하고 싶다. 먹고 살며 일할 수 있는 바닥을 만들고 싶은 마음이 크다. 마이크 하나 들고 사람들을 웃기는 그림이 대한민국에서 가능할 거라고 누가 상상이나 했는가. 이제 거기까지는 올라왔으니, 앞으로 다 함께 전진할 때다. 동기부여를 선물해주고 싶다. 미국에서는 풋볼 경기장을 가득 채워 스탠드업 코미디언들이 공연을 한다. 우리나라도 그런 광경을 만들어 보고 싶다"고 강조했다.

    끝으로 최종 목표를 묻자 "희극인으로 태어났으니 죽기 직전 유언을 묻는 사람에게 발칙한 농담 한마디 던지고 숨을 거두고 싶어요. 벌써 생각만 해도 웃기네요"라며 요망한 웃음을 지어보여 결국엔 인터뷰에 임하는 필자마저 웃겨버린 김동하다.



    iMBC연예 이호영 / 사진출처 메타코미디 / ※이 기사의 저작권은 iMBC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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