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3년 크리스마스 때는 영화 '서울의 봄'으로 관객과 만났던 박훈이 올해 크리스마스에는 영화 '하얼빈'으로 관객을 만났다. 박훈은 "작년 크리스마스 선물로 '서울의 봄'이 천만영화가 되어서 '이 날을 못 잊겠다' 했는데 올해 크리스마스에는 '하얼빈'이 개봉하고 바로 100만 관객을 돌파했다고 하더라. 이렇게 말도 안 되는 일을 만들어 주시는 관객들께 너무 감사하고 큰 선물이 된 것 같다. 집에서 기사를 보면서 흐뭇해하고 있었다."며 영화를 봐주고 관심 가져주는 관객들에게 감사한 마음을 드러냈다.
영화 '하얼빈'의 시나리오를 읽고 한 편의 시 같이 느껴졌다는 박훈은 "소설이나 웹툰처럼 펼쳐지는 게 아니라 장면들이 함축적이었다. 그렇다면 이 사람의 삶도 어떻게 함축할 수 있을지 고민되더라. 외형적으로도 한 장면으로 의미를 다 설명할 수 있을 방법을 찾다가 삭발을 하게 되었다. 감독님도 제안을 하셔서 머리를 깎았는데 내가 내 삭발한 얼굴을 봐도 다른 얼굴이고 싶어서 이마라인과 구레나룻 등을 문신으로 바꿨다."며 캐릭터 표현을 위해 삭발과 라인 문신을 했음을 알렸다.
박훈은 시나리오의 첫 줄부터 마음에 들었다고. "힘겹게 한 발자국 걸어간다는 글에 '와 좋다'는 느낌의 들었다. 그 느낌이 너무 좋았다. 안중근이 내딛는 작은 한걸음, 비록 엄청난 사건이고 대단한 일을 했지만 그 이후에 일제의 탄압은 더 심해졌고 광복은 그로부터 30년이 훨씬 지난 이후에야 이뤄졌다. 당시의 그들에게는 이토 히로부미를 죽인 게 잘한 건지 아닌 건지 모를 일이었을 것이다. 한 번의 일로는 전혀 달라지는 게 없었으니까. 하지만 모든 일의 시작은 작은 한 걸음이었다. 인간적인 작은 한 걸음이 나와 다르지 않아서 너무 좋았고 영웅으로 태어난 사람이 아닌 영웅이 되어가는 이야기여서 더 좋았다."며 영화의 매력을 꼽았다.
몽골과 라트비아 등에서의 로케이션도 험지였지만 국내에서의 촬영도 편하지는 않았다. 신아산 전투는 전라도에서 촬영했지만 폭설과 추위로 많은 배우들이 얼마나 고생했는지가 영상에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박훈은 "이 영화는 그런 힘듦이 연기에 도움을 주는 느낌이 들었다. 폭설이 내리는데 '이야~ 대박'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힘든 상황이 계속 좋게 생각되는 작업이었다. 실제 독립운동가들이 겪었던 시간은 더 힘들었을 테니까. 감독님도 '이 영화는 쉽게 찍으면 안 된다'라고 하셨는데 그 생각은 배우뿐 아니라 수많은 보조출연자들까지도 똑같았고 너무나 호연을 해줬다."며 고생한 게 아니라 몰입했었다는 말을 했다.
그리고 "제가 감명받은 장면은 신아산 전투 중 허공에 칼질하는 장면이다. 그 장면의 목적이 뭘까를 생각하면 전쟁의 비참함, 참혹함을 보여주는 것이다. 조연분이 멍한 눈으로 허공에 칼질하는 걸로 패닉을 표현하는 걸 보는 순간 '저렇게 전쟁의 비참함이구나' 느껴졌다. 시사가 끝난 뒤 그분을 찾아가서 너무 좋은 연기였다고 감사하다는 인사를 했었다. 저는 그 장면이 전투씬 최고의 장면이라 생각한다"며 조연의 연기에 반해 직접 찾아가 인사했다는 일화를 공개했다.
박훈의 설명을 듣고 있다 보면 이 배우가 이 영화를 정말 얼마나 함축적인 시처럼 느꼈는지가 전해진다. 그리고 우민호 감독 역시도 한 장면으로도 의미와 메시지 전달을 위해 굉장히 공들여 촬영했음을 알 수 있었다.
박훈이 연기한 모리 다쓰오는 피도 눈물도 없는 일본군으로 오로지 안중근만 쫓는 인물이다. 극 중에서 모리 다쓰오의 냉혈한의 모습은 초반의 신아산 전투에서도 드러난다. 짧지만 조선의 독립운동가들을 찔러 죽이는데서 그치지 않고 그들의 목을 잘라버리는 잔인무도한 모습에서 이 인물이 얼마나 무자비하고 기계적으로 살육을 일삼는 자인지가 한 컷으로 함축적으로 표현된다.
영화 '하얼빈'은 1909년, 하나의 목적을 위해 하얼빈으로 향하는 이들과 이를 쫓는 자들 사이의 숨 막히는 추적과 의심을 그린 작품으로 절찬 상영 중이다.
iMBC연예 김경희 / 사진출처 CJENM / ※이 기사의 저작권은 iMBC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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