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한동훈 비대위원장 지명' 한 달이 다 되어가자 언론들이 하나둘씩 평가를 내놓고 있습니다. 긍정적 부정적 평가는 늘 공존하지만 보수 언론들의 비판적 평가가 눈에 띄었습니다.
특히 동아일보는 어제 <한동훈은 절박하지 않다>, 오늘은 <한동훈이 빠지기 쉬운 세 가지 착각> 제목의 대기자 기명 칼럼을 통해 연이틀 한동훈 위원장의 한계를 지적했습니다. 두 칼럼이 공통적으로 지적한 점은 한 위원장이 수직적 당정관계와 '김건희 리스크'를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는 겁니다.
■ "특검 반대를 밝힌 한동훈은 시시하다‥국민을 똑바로 보라"<한동훈이 절박하지 않다>는 칼럼은 "국힘의 아킬레스건은 대통령과의 수직적 관계다. 특히 총선 공천에서 용산 입김을 막고 '영부인 리스크' 해결에 나설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면서 "'김건희 특검'을 '도이치 특검'으로 바꿔 말하며 특검 반대를 밝힌 한동훈은 시시하다"고 비판했습니다.
'도이치 특검'이란 조어는 사실 뜨악했습니다. 한동훈 비대위원장은 본인만의 '명명법,' '프레임 짜기'를 통해 독창적으로 '김건희 리스크'를 타개해보겠다는 생각이 있었을까요? 본질을 건드리지 않고 단어만 바꿔 부른다고 해서 해결될 일은 아니었습니다. 제아무리 윤석열 대통령의 강력한 신임을 받는 한동훈이 말한다고 해서 어느 날 갑자기 전 언론들이 '도이치 특검'으로 고쳐 부르지는 않습니다. 보수 언론들도 여전히 '김건희 특검법'으로 부르고 있고, 오히려 "한동훈은 시시하다"는 힐난만 받은 셈입니다. <한동훈이 빠지기 쉬운 세 가지 착각>이라는 칼럼 역시 "김건희 여사 문제를 이대로 뭉개고 가도 머잖아 다른 이슈에 묻힐 것이라고 여긴다면 큰 착각"이라면서 "대통령의 당 장악 시도, 김 여사 스캔들로 인해 한 발짝 물러선 중도층은 이 문제를 어떻게 풀지 냉정하게 지켜보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한동훈이 '윤석열 아바타'가 아니라는 걸 증명하려면 공정과 상식이 대통령의 부인에게도 적용된다는 걸 보이라는 주문입니다.
■ 검찰 "김건희·최은순 모녀, 22억 수익" VS 한동훈 "문재인 정권 당시 문건"한동훈 위원장의 지금까지 '김건희 리스크' 관련 행보는 좀 뜬금없기까지 했습니다. 김건희 여사와 윤 대통령의 장모 최은순 씨가 도이치모터스 주식 거래로 22억 9천만 원의 이익을 얻었다는 검찰 의견서가 최근 <뉴스타파>를 통해 공개되자 한 위원장은 "문재인 정권 당시의 문건 아닌가, 그때 왜 안 했나"라며 반문했었습니다.
그런데 이 검찰 의견서는 윤석열 정부 시절, 2022년 12월 제출된 것이었습니다. 본인이 법무부 장관으로 재직하고 있던 시기입니다.
■ 한동훈이 '고양이 방울 달기'를 할 수 있을까? "보수 전체가 피해 떠안으면 안 돼"국민의힘-용산 직할체제와 '김건희 리스크'는 전임 김기현 대표 때부터 쭉 있었던 문제였습니다. 그런데 왜 한동훈 비대위원장에게 김기현 전 대표와 달리 해결할 수 있을 거라는 기대를 걸었을까? 윤 대통령과의 친소 관계 때문이었을 겁니다.
윤 대통령이 정치를 시작하고 알게 된 인사들은 "대통령의 '버럭'이 무서워 아무도 못 하지만" 윤 대통령 부부와 가까운 '실세' 한동훈은 대통령의 부인 문제라도 제대로 말할 수 있고, 정면 돌파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던 건데 지금까지는 실망을 주고 있다는 겁니다.
풀어야 하는 숙제는 나 몰라라 하면서 전국을 돌면서 국민의힘 지지층들과 '셀카'만 찍어서는 한동훈 비대위의 총선 승리는 요원할 수밖에 없습니다.
보수 진영은 지금 냉정한 계산서를 윤 대통령과 한동훈 비대위원장에게 내밀고 있습니다. "자기 편은 무조건 감싸고 돌았던 좌파권력과는 다르다고 국민이 고개를 끄덕일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보수 전체가 피해를 떠안지 않게 해결해야 할 의무가 있다" (동아일보)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45년 징역형을 구형했던 검사라도 정권을 가져올 수 있다면 기꺼이 받아들였던 보수가 절박한 변화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과연 국민의힘과 용산은 어느 정도까지 수용할 수 있을까요? '정치인 한동훈'에 대한 보수의 평가도 총선 성적표로 내려질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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