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이 더불어민주당 이건태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감사원은 문재인 정부 신재생에너지 실태 감사 중 84건의 디지털 포렌식을 진행했고, 한상혁 전 방통위원장을 겨냥한 방통위 정기감사 때는 18건을 실시했습니다.
또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성남시절 시절 벌어진, 성남 백현동 개발 특혜 의혹 감사에선 14건의 포렌식을 실시하는 등 디지털 증거 수집 절차를 적극 활용했는데, 이에 따라 감사원의 디지털 포렌식 횟수는 2022년 97건, 2023년 462건으로 1년 사이 5배 가까이 급증했습니다.
수사기관의 경우 법원 영장을 거쳐 증거를 확보해야 하지만, 감사원은 훈령 및 세부지침만으로 포렌식 절차를 밟아왔고, 특히 윤 정부 들어 감사원의 자율성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규정을 대폭 완화했습니다.
이런 경향과 달리, 감사원은 1년 8개월 동안 진행한 대통령 관저 이전 의혹 감사에선 포렌식을 0건 진행했다고 보고했습니다.
감사원은 김건희 여사와 친분이 있는 인테리어업체 '21그램'이 계약도 없이 어떻게 공사에 참여할 수 있었는지에 대해, "기억이 안 난다"는 담당자의 진술만으로 추가 조사 없이 '문제가 없다'고 결론 내렸습니다.
디지털 포렌식으로 관련 기관이 작성한 문서, 보고서, 이메일 등 객관적 증거를 확보하려는 노력을 하지 않는 셈입니다.
전 정부 및 야권 인사를 향한 감사 과정에서 확보된 주요 자료들은 수사요청 또는 수사 참고 자료 송부 형식을 거쳐 검찰에 보내졌고 검찰 수사로 이어졌습니다.
감사원의 검찰 수사요청 2022년 22건에서 2023년 46건으로 2배 늘었고, 올해는 지난달까지 1년 치에 육박하는 45건을 요청한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수사 참고 자료 제공 역시 2022년 7건에서 이듬해 15건으로 크게 늘었습니다.
참여연대는 지난 6월 감사원 감사권 남용 방지 토론회에서 "감사원이 감사위원회 의결을 거치지 않아도 되는 수사 요청, 수사 참고 자료 송부를 활용해 내부 위원의 이견을 회피하고, 감사 중간 결과를 외부에 알리는 등 정치적 행위를 하고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이건태 의원은 "김건희 여사가 드러날 수 있는 관저 이전 의혹에선 객관적 자료를 확보할 수 있는 포렌식 절차를 아예 밟지 않았다"며 "우리 편에만 관대한 정치 감사 논란이 제기될 수밖에 없는 만큼 제도적 견제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지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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