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을 1백 일 남짓 앞둔 지난 2021년 11월, 이준석 당시 국민의힘 대표가 이른바 '윤핵관'들과의 갈등 끝에 잠적했을 때 비밀리에 명태균 씨와 만났고, 명 씨가 이 대표와 윤 대통령 사이의 갈등을 중재했다는 주장이 나왔습니다.
명태균 씨 법률대리인인 김소연 변호사는 MBC와의 통화에서 "명 씨가 '이준석 전 대표 잠적 당시 부산에서 이 전 대표를 만났고, 윤 대통령과의 면담과 화해가 이루어지는 과정에서 계속 다리를 놓아줬다'고 말했다"고 전했습니다.
MBC가 접촉한 복수의 당 관계자들 설명과 정황을 종합하면, 이준석 전 대표는 잠적 첫날인 지난 2021년 11월 30일 심야에 부산 해운대의 한 호텔에서 명 씨를 만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서울 여의도 일정을 취소하고 부산으로 내려가 당시 부산광역시 정무특보였던 이성권 의원을 만났고, 밤 9시 정의화 전 국회의장을 해운대의 한 호텔에서 만난 뒤, 근처 다른 호텔로 이동해 한밤중 명 씨와 회동했다는 겁니다.
이후 이 전 대표는 전남 순천·여수와 제주를 거쳐 울산으로 이동했고, 이 자리에서 울산을 찾은 윤석열 후보와 만나 갈등을 풀었습니다.
명 씨 본인도 SBS와의 통화에서 "이 전 대표가 '가출'했을 때 나한테 전화가 왔는데, 내가 서울에 있어서 차를 타고 부산 해운대로 갔고, 그 호텔에서 같이 투숙했다"고 말했습니다.
명 씨 측은 명 씨가 윤석열 후보와 이준석 대표 사이에서 '그림자' 역할을 자처하며, 당시 극단으로 치닫던 당내 갈등을 물밑 중재하고자 노력했던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이 같은 주장과 설명에 대해 이준석 의원 측은 "이 의원은 당시 부산에서 명태균 씨를 만난 기억도, 잠행 기간 명태균 씨와 통화한 기록도 없다"고 해명했습니다.
또 "윤석열 후보와의 울산 회동은 김기현 당시 원내대표와 소통한 것으로, 명태균 씨가 이를 조율했다는 건 일방적 주장"이라고 말했습니다.
다만, 복수의 당 관계자들은 이 전 대표가 당시 휴대전화를 아예 꺼놓았던 상황이라 자신의 통화 기록이 없다는 건 당연하다는 견해를 밝혔습니다.
한 관계자는 "이 전 대표가 당시 '윤핵관'들의 언론 인터뷰로 굉장히 불쾌해하는 상황이었고, 친윤계 인사들이 중재에 나서려고 해도 번번이 실패했다"며 "사태가 길어지면 안 된다는 데는 인식을 공유했던 만큼 물밑 중재가 있었을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명태균이라는 별도의 통로가 있었고 그것을 윤 대통령이 참고했는지는 우리가 알 수 없는 영역"이라면서도 "김기현 당시 원내대표가 두 사람을 직접 만나고 통화해 갈등을 봉합한 것이 이미 당내에서 잘 알려진 사실"이라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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