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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두환 "윤상이 죽으면 네놈도 죽어" 유괴범 몰려 고문당한 이 남성

전두환 "윤상이 죽으면 네놈도 죽어" 유괴범 몰려 고문당한 이 남성
입력 2024-02-21 16:02 | 수정 2024-02-21 1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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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두환 "윤상이 죽으면 네놈도 죽어" 유괴범 몰려 고문당한 이 남성
    유괴


    지난 1980년 11월 13일 서울 마포구 경서중학교 1학년이었던 이윤상군이 우표를 사러 나간다며 집을 나섰다 사라졌습니다.

    사건 당일 밤 11시쯤 이 군의 아버지 이정식 씨는 유괴범이 4천만 원을 요구하는 전화를 받았습니다.

    이 씨는 4천만 원은 구하기 어렵다고 했고 유괴범은 2천만 원으로 몸값을 낮췄습니다.

    경찰에 신고하면 아들의 목숨이 위험하다는 경고도 받았습니다.

    일주일 뒤 20일에 유괴범은 종로2가 고려당 빵집에서 만나자고 했지만 약속 장소에는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그 뒤 60여 차례의 전화와 5차례의 편지가 이 군의 부모와 유괴범 사이에서 오고 갔지만 이 군은 돌아오지 않았습니다.
    전두환 "윤상이 죽으면 네놈도 죽어" 유괴범 몰려 고문당한 이 남성

    납치범에게 걸려온 전화

    이듬해 2월 27일, 유괴범을 잡지 못한 경찰은 공개수사로 전환했습니다.

    전두환 당시 대통령은 같은 날 특별담화를 발표해 "윤상이가 살면 네놈도 살 것이고 윤상이가 죽으면 네놈도 죽을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제5공화국 출범일인 3월 3일까지 자수할 경우 관용을 베풀겠다고 했지만 범인은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억울한 유괴범


    7개월 뒤인 9월 4일 용의자가 붙잡혔습니다.

    마포에서 정육점을 운영하던 이상출 씨였습니다.

    이 씨의 자택으로 찾아온 경찰은 이 씨를 여관방으로 데려갔습니다.

    경찰은 나흘 동안 구타와 고문을 벌여 자백을 받았습니다.

    경향신문에 따르면 경찰은 뜨거운 물에 이 씨의 머리를 집어넣었고, 오른쪽 눈도 찔렀습니다.

    이 씨는 이때 후유증으로 시력을 잃었습니다.

    자백은 받았지만 경찰은 흉기도 시신도, 혈흔도 발견하지 못했습니다.

    이 씨는 진범이 아니었습니다.

    경찰은 이 씨에게 공갈 등 다른 혐의를 씌워 검찰에 넘겼습니다.
    전두환 "윤상이 죽으면 네놈도 죽어" 유괴범 몰려 고문당한 이 남성

    이윤상 유괴범 '체육교사' 주영형 체포 [자료사진]

    붙잡힌 진범


    진범은 1981년 11월 29일 붙잡혔습니다.

    경서중학교의 체육교사 주영형 씨였습니다.

    이 군이 사라진 지 1년여 만입니다.

    주 씨는 평소 도박 빚이 있었고, 가정환경조사를 통해 이 군의 집안이 부유하다는 걸 확인해 유괴를 계획했습니다.

    당초 이 군의 누나 이연수 씨를 납치할 계획이었으나 실패로 돌아갔고, 대신 이 군에게 상담을 하자며 꾀어냈습니다.

    이 군은 실종 이틀 뒤 이불에 덮여 질식해 숨진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조사 과정에서 주 씨와 내연 관계였던 여고생들이 공범으로 연루돼 있던 점도 밝혀지면서 사회에 충격을 줬습니다.

    이듬해인 1982년 11월 대법원은 주 씨에게 미성년자 약취유인살해 및 사체유기죄를 적용해 사형을 확정했습니다.

    주 씨에 대한 사형은 1983년 7월 10일에 집행됐습니다.

    당시 조선일보에 따르면 주 씨는 사형 집행 전인 4월에 세례를 받았으며 집행을 목전에 두고 "교육자로서 사회에 물의를 일으켜 죄송하다. 신앙의 길로 안내해준 하나님께 감사한다"는 말을 남겼습니다.

    억울하게 유괴범으로 몰렸던 이 씨에 대해서 법원은 증거가 없다며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전두환 "윤상이 죽으면 네놈도 죽어" 유괴범 몰려 고문당한 이 남성
    생존자


    그로부터 40년 가까이 세월이 흘렀습니다.

    진실화해위원회는 오늘 이 씨에 대해 경찰이 구속영장 발부 등 법적 근거 없이 불법 구금하고 가혹행위를 한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습니다.

    이 사건은 이청준의 소설 '벌레 이야기', 영화 '밀양'과 '친절한 금자씨'의 모티브가 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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