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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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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 비하발언 국회의원 사과만 받았으면‥"화해도, 반전도 없었다" [서초동M본부]

장애인 비하발언 국회의원 사과만 받았으면‥"화해도, 반전도 없었다" [서초동M본부]
입력 2024-03-30 08:12 | 수정 2024-03-30 0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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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애인 비하발언 국회의원 사과만 받았으면‥"화해도, 반전도 없었다" [서초동M본부]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차별구제 청구소송 기자회견_2021.4.20 [자료사진: 연합뉴스]

    "언제까지 참아야 하나요?"‥'외눈박이·절름발이·벙어리' 소송당한 국회의원들


    1) 곽상도 당시 국민의힘 의원
    2020년 6월, 문재인 대통령이 정의기억연대 논란에 대해 입장을 밝히자…
    "한쪽 눈을 감고, 우리 편만 바라보고 내 편만 챙기는 외눈박이대통령이 되어서는 안됩니다."


    2) 이광재 당시 더불어민주당 의원
    2020년 7월,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경제부총에게…
    "경제부총리가 금융 부분을 확실하게 알지 못하면 정책 수단이 절름발이가 될 수 밖에 없다"


    3) 허은아 당시 국민의힘 의원
    2021년 2월 당시 문재인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을 비판하며…
    "국민을 우습게 아는 것이 아니라면 집단적 조현병이 아닌지 의심될 정도…"


    4) 조태용 당시 국민의힘 의원
    2021년 3월 문재인 대통령의 3·1절 기념사를 비판하면서…
    "문재인 대통령의 갈팡질팡 대일 인식, 그러니 정신 분열적이라는 비판까지 받는 것 아닌가"


    5) 윤희숙 당시 국민의힘 의원
    2021년 3월 역시 문재인 대통령의 3·1절 기념사를 비판하면서
    "다른 것도 아니고 외교 문제에서, 우리 정부를 정신분열적이라고 진단할 수밖에 없는 국민의 참담함이란"


    6) 김은혜 당시 국민의힘 서울시장 보궐선거 선대위 대변인
    2021년 3월 더불어민주당 박영선 시장 후보자를 비판하는 논평에서…
    "3000원짜리 캔맥주, 만 원짜리 티셔츠에는 ‘친일’ 의 낙인찍던 사람들이, 정작 10억 원이 넘는 ‘야스쿠니 신사뷰’ 아파트를 보유한 박영선 후보에게는 꿀 먹은 벙어리가 된다"



    정치권에선 매일매일 여당과 야당이 매일 서로를 향해 공방을 이어갑니다. 상대의 잘못된 점을 부각시키며 공세를 펼 때 여러 가지 표현과 각종 비유도 동원됩니다. 그런데, 상대가 부족하다고 지적하면서 비유의 대상이 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바로 장애인들입니다.

    그 표현을 언론을 통해 접하는 당사자들은 어떨까요? 조금 불편할 수는 있지만 결코 폄하되거나 무시받아선 안 되는 자신의 신체적 특징이 누군가에겐 '결함'으로 비춰진다고 느끼게 될 겁니다.


    "툭 하면 장애인 같다 비하‥언제까지 참아야 하나요?"


    2021년 4월, 정신·시청각·지체장애가 있는 당사자 5명이 소송에 나섰습니다. 장애인에 대한 차별적 표현을 일삼은 이들을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한 겁니다. 대상은 전·현직 국회의원 6명과 박병석 당시 국회의장입니다.

    국회의원들에게는 1인당 위자료 1백만 원을 청구했고, 국회의장에게는 이들에 대한 징계와 국회규칙인 윤리실천규범에 장애인 모욕발언 금지 규정을 신설할 것을 요구했습니다.

    "매우 부적절한 표현이지만‥" 배상책임 인정 안 돼
    장애인 비하발언 국회의원 사과만 받았으면‥"화해도, 반전도 없었다" [서초동M본부]
    1년 뒤인 2022년 4월 1심 법원의 판단이 나왔습니다. 법원은 이들의 문제 제기에 공감했습니다. '정신분열', '외눈박이', '꿀 먹은 벙어리', '절름발이' 등의 표현은 장애인을 낮춰 부르고 혐오감을 일으킬 우려가 있는 표현이 맞다고 인정한 겁니다.

    그러면서 "상대방을 부정적으로 평가하거나, 비판이나 비난할 목적으로 이런 표현을 쓴다면 장애인을 사회에서 의식·무의식적으로 열등한 존재로 낙인찍고, 장애인에 대한 고정관념과 편견·혐오를 공고화하는 것"이라고 꾸짖었습니다.

    하지만, 정작 장애인들의 구체적인 요구는 하나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손해배상은 물론 사과하라는 요구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발언은 매우 부적절하지만, 이들의 표현이 소송을 낸 원고들을 포함한 장애인 개개인을 모욕한 건 아니라는 이유였습니다. 또 단순히 이들의 표현만으로 장애인차별금지법상 차별로 단정하기도 어렵다고 덧붙였습니다.

    항소심까지 3년 걸린 소송전‥"화해도, 반전도 없었다"
    장애인 비하발언 국회의원 사과만 받았으면‥"화해도, 반전도 없었다" [서초동M본부]

    김진표 / 곽상도 / 이광재

    장애인 비하발언 국회의원 사과만 받았으면‥"화해도, 반전도 없었다" [서초동M본부]

    허은아 / 조태용 / 윤희숙 / 김은혜

    장애인들은 다시 법원의 판단을 받아보겠다며 항소했습니다. 항소심 재판은 시작부터 쉽지 않았습니다. 일단 시작 자체가 늦어졌습니다. 1심 재판이 이뤄지는 사이 의원직을 그만 둔 사람들이 생겼기 때문입니다. 이들에게 항소장을 전달하는 데만 1년 넘는 시간이 걸렸습니다. 윤희숙 전 의원에게는 끝까지 항소장이 전달되지 못 해 항소가 각하됐습니다.

    결국 나머지 전·현직 의원 5명과 바뀐 김진표 국회의장을 상대로 항소심 재판이 시작됐습니다. 법원은 어떻게든 양측을 화해시키려고 했습니다. 국회의원들이 충분히 사과할 만 하다고 본 겁니다. 국회의원들에게 징계도 손해배상도 모두 내려놓고, 진심어린 사과와 재발 방지를 위한 노력만 약속해달라고 요구했습니다. 애초부터 장애인들도 금전적 보상을 원한 게 아니었다보니, 사과하면 받아들이겠다고 수용했습니다. 재판부가 제안한 화해 조건은 이렇습니다.

    - 요구사항 전문 -
    1. 피고 국회의장은 국회의원들에게 서한을 보내는 등 적절한 방법으로 국회의원들이 장애인비하 표현을 사용하지 않도록 노력하기로 한다.
    2. 피고 곽상도, 허은아, 이광재, 조태용, 김은혜는 의도치 않게 장애인들에게 상처를 준 발언을 한 부분을 인정하며, 앞으로 이런 발언을 하지 않도록 노력하기로 한다.
    3. 원고들은 손해배상청구를 포함한 모든 청구를 포기하기로 한다.
    4. 소송비용은 각자 부담으로 한다


    그런데, 정작 징계도, 배상도 없이 사과만 하라는 요구를, 국민의 대표들인 국회가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김진표 국회의장 대리인은 이 재판은 요건 자체가 성립되지 않는다며 장애인들의 청구를 '각하'해 달라 주장했습니다. 다른 의원들은 이미 장애인 단체에 유감 표명도 하고 사과문도 발표하는 등 노력고 기울였다며 역시 화해 제안에 응하지 않았습니다.

    결국 재판만 늦어졌습니다. 소송을 낸 지 3년 만에 두 번째 법원 판단이 나왔습니다. 1심과 마찬가지로, 원고들의 소 제기를 모두 기각하는 걸로 끝났습니다. 그나마 1심 법원은 이들의 발언이 잘못됐다고 질타라도 했지만, 항소심 법원은 법정에서 어떤 언급없이 기계적으로 "손해배상 등 청구를 기각한다"는 주문만 읽었습니다. 3년의 소송은 그렇게 3분의 낭독으로 끝났습니다.

    다만, 2심 재판부는 판결문을 통해 "국회의원이란 사회적 편견을 반영한 언어습관에서 누구보다도 먼저 벗어나 인권 존중의 가치를 세우고 실천하는 데 앞장 서 모범을 보여야 한다"며 "이들의 발언은 전파 가능성도 크고 개인과 사회에 미칠 영향도 상당하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각 표현은 적절치 못하고 장애인들은 상당한 상처와 고통, 수치심을 느꼈을 것으로 보인다"고 국회의원들을 꾸짖었습니다.

    "남은 건 수백만 원의 소송비용‥후회는 없습니다."
    장애인 비하발언 국회의원 사과만 받았으면‥"화해도, 반전도 없었다" [서초동M본부]

    국회의원 장애인비하발언 항소심 선고_2024.3.28

    3년의 소송을 마친 뒤 그들에게 물었습니다. 어쩌다 이런 어려운 도전에 나서게 됐느냐고.

    "툭 하면 장애인 같다, 심지어는 국민을 대표하는 국회의원이란 분들까지 서슴없이 내뱉는 비하발언들을 더 이상 참을 수 없었습니다. 위자료 1백만 원 받자고 했을까요. 바란 건 잘못을 인정하고 또 앞으로 이런 일 없도록 노력하겠다는 약속 뿐입니다."

    3년의 긴 소송전이 3분의 낭독으로 마무리된 뒤, 장애인들을 지원해 온 김영연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인권센터장은 아쉬운 마음을 숨기지 못했습니다.

    "정치인들의 영향력은 엄청나잖아요. 사과는 왜 안 하려는 걸까요. 앞으로도 계속 비하발언을 하겠다는 걸까요."

    "소송을 낸 뒤에도 정치인들의 장애인 비하 발언은 계속 됐습니다. 소송을 앞두고 선거운동이 시작됐고, 정치인들이 가장 예민하게 서로 힐난하는 과정에 또 얼마나 많은 장애인들을 비하하는 표현이 나올지 두렵습니다."

    남는 게 없는 소송이었을까요? 김 센터장은 후회는 없다며, 이전보다는 국회의원들의 사과속도가 빨라진 것 같다며 위안을 삼았습니다. 그래도 얻은 게 있다는 겁니다.

    남은 게 또 있습니다. 최소 수백만 원에 달하는 소송비용입니다. 1·2심이 진행되며 국회의장과 국회의원들은 대형로펌 등을 찾아 법률 지원을 받았고, 이 법률 비용은 고스란히 원고 부담이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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