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산 분할 1조 3천808억 원, 위자료 20억 원이란 액수가 워낙 역대급인 데다 재판부의 지적 사항 하나하나에서 처음 공개된 사실이 많았기 때문입니다. 그 중 몇 가지를 짚어보겠습니다.
■ 혼외자 학비 5억 원, 친족 증여 주식 1조 원도 분할 대상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의 재산 분할 액수가 1심에 비해 20배 이상 늘어난 가장 큰 이유는 최태원 회장의 모든 재산이 분할 대상에 포함됐기 때문입니다. ㈜SK 주식이 가장 덩어리가 크긴 했지만 이미 최 회장이 타인에게 증여한 돈까지 분할 대상에 포함됐는데요,
2018년 최 회장이 사촌 등 친족 23명에게 증여한 ㈜SK 지분 1조 원, 동거인인 김희영 티앤씨 이사장에게 이체한 10억 8476만 원, 혼외자 학비 5억 3400만 원, 김 이사장 가족에게 대여해준 11억 원 등이 다 분할 대상에 들어갔습니다.
또 최 회장이 모친에게 상속받은 163억 8600만 원 상당의 예술품 740점도 분할 대상에 새롭게 포함됐습니다.
■ "내가 이혼하라고 하고 아이도 낳게 했다" "도저히 이럴 수는 없다"
재판부는 최태원 회장이 2014년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에게 보낸 자필 편지에 주목했습니다. 최 회장은 이 편지에서 "내가 김희영에게 이혼하라고 하고 아이도 낳게 했다, 모든 것을 내가 계획하고 시켰다"고 썼는데 재판부는 최 회장이 노소영 관장과의 혼인관계를 존중했다면 도저히 이럴 수는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또 최 회장이 정작 재판 과정에서는 자신이 김희영 티앤씨재단 이사장의 이혼 소송에 관여하지 않았다고 거짓 주장했다면서, 이는 "신빙성에 의문이 생길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 "김희영과의 부정행위 더 일찍 시작됐을 가능성"
김원홍 씨는 최 회장에게 선물 투자를 권유한 인물로 알려져 있는데, 재판부는 최 회장도 이 투자와 관련해 8835억 원의 손해를 입었다고 인정한 바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결론적으로 재판부는 김희영 이사장과 김원홍 씨는 원래 모르는 사이였다는 최태원 회장과의 주장과는 달리, 최 회장이 2008년 6월 이전에 김희영 이사장에게 직업을 얻을 수 있게 해줬고 김 이사장이 미국에서 이혼 소송을 제기할 무렵 이미 부정행위가 시작됐을 가능성이 높다고 봤습니다.
■ 300억 건넸는데 추징금 낼 돈 없다고 해도 SK에서 돈 못 돌려받았다
이번 재판에서 재판분할 액수 산정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은 노태우 전 대통령의 부인 김옥숙 여사가 작성한 비자금 메모와 어음이었습니다.
재판부는 "1991년 노태우 측으로부터 최종현 측에 상당한 규모의 자금이 유입된 것으로 보인다"면서 노소영 관장의 재산 형성 기여도를 인정했는데, 그 근거는 김옥숙 여사가 '선경 300억 원'이라고 쓴 메모와 최종현 선대 회장이 담보조로 노태우 전 대통령 측에 건넨 선경건설 명의의 액면가 50억 원짜리 어음 6장이었습니다.
재판부는 나중에 노태우 전 대통령이 재판에 넘겨지고 2천억 원대의 추징금 낼 돈이 모자라 "약속어음 50억 원짜리 2장을 SK 측에 보냈는데 돈을 돌려받지 못해 다른 곳에서 빌려서 추징금을 완납했다는 주장이 나왔다면서 이는 30년간 대외적으로 공개되지 않다가 지금 나오는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 300억 원 불법성 여부는 판단 안 해‥"추징금 완납"
다만 재판부는 노태우 전 대통령 측에서 최종현 선대회장에게 보낸 300억 원의 불법성 여부는 판단하지 않았습니다. 이와 관련해 노소영 씨 측 관계자는 "가정 공동체 내부의 일이고, 가정에 기여한 여부를 따지는 가사 재판이어서 보는 관점이 다르다. 재판부도 명시적으로 불법성 여부를 언급하지 않았다. 그리고 노태우 전 대통령은 형사재판을 이미 받았고, 추징금도 완납했다"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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