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경애 상대할 〈변호사를 찾습니다〉‥불량 변호사 취재기 [서초동M본부]

2023년 8월 11일. 딱 1년 전, 권경애 변호사에게 정직 1년 징계가 내려졌습니다. 내일부터 권 변호사는 다시 변호사로 등록해 일을 시작할 수 있습니다. MBC 법조팀은 지난 1년간 권 변호사를 비롯한 '불량 변호사'들을 꾸준히 취재했습니다. 법조 출입 기자로서 취재원이 될 수도 있는 변호사의 '불량'을 고발하기는 쉽지 않았습니다. 불량 변호사는 극히 일부지만, 피해를 본 의뢰인들은 적지 않습니다. 법률 전문가들에게 속수무책으로 당한 피해자는 반 포기 상태가 됩니다. 추가 피해를 막기 위해 지난 1년간 취재기를 남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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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직 1년' 끝난 권경애 변호사‥또 다른 변호사 찾는 어머니

지난 2015년 학교폭력에 시달리다 숨진 고 박주원 양 어머니의 소송을 맡은 권경애 변호사. 권 변호사는 항소심 재판에 세 차례 연속 불출석해 패소하고도 이 사실을 5개월 동안 유족에게 알리지 않아 작년 4월 논란이 일었습니다. 권 변호사는 이 기간 동안 SNS에 정치 관련 글을 꾸준히 올린 것으로 드러나 큰 공분을 샀습니다. 대한변협은 이례적으로 빠르게 징계에 착수했습니다. 그리고 지난 6월 정직 1년 처분을 내렸고, 권 변호사가 이의신청하지 않아 두 달 뒤 징계는 확정됐습니다. 권 변호사의 징계는 내일로 끝이 납니다.

지난달 28일, 권경애 변호사에게 피해를 당한, 고 박주원 양의 어머니 이기철 씨가 자신의 SNS에 글 하나를 올립니다. 제목은 <사람을 찾습니다>. 권 변호사를 상대로 수임료를 돌려받기 위한 소송 항소심을 준비하는 어머니는 "1심을 맡았던 변호사께서 위임을 안 하시겠다고 해 혼자가 됐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학교폭력 전문 변호사라고 스스로 자부하는 유명한 분에게도 부탁했고 지인들을 통해서 아는 변호사들에게도 연락을 넣었으나 돌아오는 답은 맡을 수 없다며 외면 당했다"면서 변호사를 찾고 있다고 했습니다.

지난 6월 1심 법원은 권 변호사가 어머니에게 5천만 원을 배상해야 한다고 판단했습니다. 재판부는 “관련 민사사건에서 승소했을 개연성이 있었다고 보기 어려워 재산상 손해배상 청구 부분은 인정되지 않지만, 승패를 떠나 기회 상실로 인해 어머니 이기철 씨가 정신적 고통을 받았을 것"이라고 판결했습니다. 어머니는 항소했지만, 도와줄 변호사를 쉽게 찾지 못하고 있습니다.

피해자는 소송을 도와줄 변호사조차 찾지도 못하고 있는데 권 변호사는 다시 변호사로 활동할 수 있는 현실. '불량 변호사'의 단면을 보여줍니다. 어머니는 권 변호사에게 제대로 된 사과도 받지 못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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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판사·로스쿨 교수 출신 전관 변호사의 수천만 원 '먹튀'

권경애 변호사 사건 이후, MBC에 불량 변호사 관련 제보가 쏟아졌습니다. 그 중 보도가 된 사례들을 소개합니다. 먼저 판사·로스쿨 교수 출신인 변 모 변호사입니다. 작년 2월, 분쟁에 휘말린 한 인테리어 업자는 변 변호사를 소개받았습니다. 업무는 주로 사무장이 응대했는데, 이 사무장은 변호사 이력부터 자랑했습니다. "OO대 교수고 청와대 출신이시고, 대표님이 판사 출신이다 보니까 그런 거 잘해요." 바로 다음 주면 고소장을 써준다고 해 의뢰인은 일단 수임료 절반 275만 원을 결제했지만, 변호사는 3주 뒤에야 자료를 요청해왔습니다. 또 2주 동안 전화나 문자에 답이 없었습니다. 뒤늦게 변협에 확인해보니 다른 사건 3건에서 돈을 받고 일을 제대로 안 해 정직 3개월 징계가 내려진 상태였고, 이전에도 불성실 변론으로 과태료 처분을 받은 적이 있었습니다. '먹튀' 수임으로 징계 절차를 밟는 도중에 또다시 '먹튀'를 하려 했던 겁니다. 또 다른 한 사기 피해자도 수임료 100만 원을 냈는데, 2년째 아무 도움도 못 받았다고 호소했습니다.

MBC는 작년 5월 처음 변 변호사를 보도했는데 변협은 1년 2개월이 지난 지난 7월 말, 이 변호사에게 제명(5년 뒤 재등록 가능) 징계를 내렸습니다. 지난 2022년 한 형사사건 의뢰인에게 수임료 2천만 원을 받고도 위임계약서를 쓰지 않고, 1심 재판에 출석하지도 않거나 의뢰인에게 받은 원본 증거자료를 분실하고도 수임료를 돌려주지 않은 점 등 피해자 5명에게 수천만 원을 돌려주지 않은 혐의가 인정됐습니다. 제명 징계가 아직 확정된 건 아닙니다. 변협 징계위원회가 징계를 내린 뒤 해당 변호사가 이의신청을 하면 법무부 징계위원회에서 다시 심사를 하게 됩니다. 이 변호사는 심지어 자신의 법률사무소가 맡아 둔 공사 보증금 2억 4천만 원을 횡령한 혐의로 형사 재판까지 받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여전히 변 변호사는 변협 홈페이지에 개업중 변호사로 검색됩니다.

1년이 지나 한 피해자에게 연락이 왔습니다. 작년 사기죄로 변 변호사를 경찰에 고소했는데, 경찰이 최근 혐의없음으로 종결했다는 겁니다. 서울 서초경찰서는 수사결과 통지서에 "해당 변호사가 의뢰인과의 위임업무를 제대로 진행하지 않으면서 직무를 태만히 한 건 인정되지만 변호사가 위임업무를 처리하지 않을 고의를 가지고 사건위임계약을 하고 수임료 1백만 원을 교부받았다고 볼 수 없어 혐의를 인정할 수 없다"고 썼습니다. 일을 못 한 것이지, 고의로 안 한 건 아니라는 겁니다. 사기죄는 고의가 입증돼야 합니다. 법을 잘 아는 '불량 변호사'들이 법을 믿는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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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3만 원짜리 플랫폼 변호사‥작년엔 "코로나" 올해는 "허리디스크"

경력 18년차의 진 모 변호사. 작년 4월, 5월, 그리고 올해 7월까지 세 차례 보도했습니다. 이 변호사는 경찰 조사에 동행해 준다며 돈을 먼저 받고서는 경찰 출석 15분 전에 "나 코로나에 걸려 못 간다"고 일방적으로 통보해 왔습니다. 의뢰인이 환불을 받으려고 사무실에 갔더니, 코로나에 걸렸다던 그 변호사는 버젓이 자리에서 근무하고 있었습니다. 온라인 플랫폼을 중심으로 활동한 이 변호사는 33만 원, 55만 원, 110만 원 등 비교적 싼 수임료로 의뢰인들을 끌어들였습니다. 피해가 잇따르자 플랫폼 '로톡'은 이 변호사를 활동중단 시켰습니다.

진 변호사는 또 다른 전문가 플랫폼인 '숨고'로 옮겨갔습니다. 수법은 더 고도화됐습니다. 일을 아예 안 하는 방식이 아니라 대충하는 방식입니다. 부당해고를 당한 30대 김모씨는 지방노동위원회 심문 출석 때 함께 가는 조건으로 진 변호사에게 220만 원을 줬습니다. 그런데 변호사가 참석 신청서를 제때 내지 않았습니다. 독촉하자 이렇게 답했습니다. "어제 제가 좀 저기 허리 디스크가 생겨서 갑자기 입원해서요." 의뢰인은 혼자 가기로 하고 환불해달라 했는데, 변호사는 220만 원 가운데 1백만 원만 돌려줬습니다. 노동위에 제출한 의견서 값이 120만 원이라고 했습니다. 의뢰인이 준 첨부서류를 빼면 변호사가 쓴 건 단 한 장. 그마저도 "사건의 관하여 신청인은 다음과 의견서를 제출합니다"고 썼는데, 맞춤법도 틀렸습니다. 사임과 환불을 요구하면 '일은 하지 않았냐'며 수임료 일부를 챙겼습니다.

변협은 진 변호사에게도 올해 2월과 4월 두 차례에 걸쳐 모두 1년3개월 정직 처분을 내렸습니다. 사건미집행·설명의무위반·연락두절 등 성실의무위반을 문제삼았습니다. 피해자만 11명입니다. 이 역시 징계가 확정되지 않은 상태입니다. 진 변호사가 이의신청을 하면서 법무부 징계위원회로 공이 넘어갔는데, 법무부 징계위는 6달 넘게 이 사안을 심사하지 않고 있습니다. 진 변호사는 억울하다고 했습니다. "제가 2~3장짜리 쓰니까 '성의 없다' 이렇게 느끼는데, 저는 그건 판사 입맛에 맞게 주요 사실하고 입증 방법을 붙이고 거기에 법률 효과를 특정 짓고 그 정도면 저는 된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숨고' 역시 이 변호사를 활동중지시켰지만, 진 변호사는 변호사 자격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진 변호사는 지금까지 의뢰인들에게 고소를 6번 당했지만 모두 무혐의였다고도 했습니다. 역시나 "일을 한 건 맞지 않냐"는 이유. 사기죄 성립이 안 된다는 겁니다. 경찰 답변을 받아든 대다수 피해자들은 돈을 돌려받기조차 포기했지만, 일부 피해자들은 또 다른 변호사를 찾아 돈을 지불한 뒤 진 변호사를 상대로 한 손해배상소송을 진행 중입니다. 누군가는 살면서 한 번 겪기도 어려운 법적 분쟁에 휘말린 상태에서 '불량 변호사'에 걸린 의뢰인들. 그런데 또 다른 변호사를 선임해 '불량 변호사'를 상대해야 하는 피해자들은 분통을 터뜨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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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변호사 3만 명 시대‥ '불량 변호사'를 막는 방법

로스쿨이 생긴 뒤 변호사가 폭발적으로 늘었습니다. 3만 명을 넘어선 것으로 추산됩니다. 경쟁은 치열해지고 있습니다. '불량 변호사'가 생겨난 외부적 요인 중 하나입니다. 불량 변호사를 어떻게 피할 수 있을지, 또 어떻게 줄일 수 있을지 의뢰인과 법조계의 양쪽 시각에서 살펴보겠습니다.

먼저 법조계의 시각에서 보겠습니다. 변호사 징계 절차가 더 신속하고 징계 수위가 강해져야 합니다. 과거 "제 식구 감싸기"로 경미한 징계를 내린 것에 비하면 권경애 변호사 사태 이후로 변협이 징계 수위를 올리고 있는 건 사실입니다. 하지만 피해자들의 입장에서 보면 여전히 답답합니다. 징계 신청을 접수한 뒤 평균 1년은 지나야 징계 결정(확정과는 다릅니다)이 나옵니다. 변협은 사실관계를 꼼꼼히 검토하려면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는 입장입니다. 그 징계가 확정 되려면 또 수개월이 걸립니다. 위에서 소개한 변 변호사, 진 변호사 모두 여전히 활동이 가능한 점이 징계절차의 맹점을 그대로 보여줍니다. 명확히 잘못이 입증되는 경우, 마치 법원의 집행정지 가처분처럼 변협에서 변호사 활동을 임시로 하지 못하도록 하는 등 추가 피해를 막는 방법이 필요합니다.

변협 징계위원회에서 결정된 징계는 법원으로 치면 1심입니다. 변호사가 이의신청하면 2심 개념인 법무부 징계위원회로 사안이 넘어가는데, 이 징계위원회가 외부위원들을 중심으로 구성돼 비정기적으로 열리고 있습니다. 또 안건이 많아 회의가 열린다고 해서 쌓인 징계들이 모두 처리되는 것도 아닙니다. 법무부는 좀 더 자주 징계위를 열어 징계가 빠르게 확정되도록 해야 합니다. 변협 관계자는 "변협에서는 한 달마다 징계위를 열지만, 법무부는 1년에 3~4번이라 더 자주 열 필요성이 있다"고 했습니다. 법무부는 2023년 6번 징계위를 열었지만, 그 중 3번은 지난해 논란이 됐던 '로톡 이용 변호사' 관련 안건 때문이었습니다. 법무부장관은 형사 재판을 받는 등 업무를 계속할 경우 의뢰인 또는 공공의 이익을 해칠 위험성이 높은 변호사에게 업무정지 명령을 내릴 수 있는데 이 제도를 더 활성화하는 방안도 있습니다.

수임료를 '먹튀' 당한 피해자들이 돈을 돌려받을 길은 민사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하는 게 지금으로선 유일합니다. 그런데 이 피해자들을 대리해줄 변호사를 찾기란 하늘의 별따기입니다. 권경애 변호사에 맞서 1심에서 5천만 원 일부 승소를 이끌어낸 변호사는 MBC에 이렇게 말했습니다. "사실 부담은 굉장히 됩니다. 기자님도 다른 기자를 공격한다고 생각해 보세요. 그래도 이런 선례를 남겨놓으면 순작용이 있을 수 있을 겁니다."

소송의 천국으로 불리는 미국은 어떨까요? 잘못된 변론, 이른바 '변호 과오'만 전문으로 다루는 로펌이 있을 정도입니다. 서류를 제때 냈는지 절차적 잘못뿐 아니라 소송 전략을 제대로 세웠는지도 따진다고 합니다. 분쟁이 점차 늘고 있는 우리 법률 시장에도 '불량 변호사'에 맞설 변호사들이 필요합니다. 다만 입증이 쉽지 않고 변호사들에게도 부담이 생길 수밖에 없는 만큼, 변협에서도 피해자들을 보호·지원하기 위한 제도 마련에 나서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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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불량 변호사'를 피하는 방법 5가지

의뢰인 입장에서 불량 변호사를 피하는 방법입니다. 변호사를 선임하는 건, 소비자 입장에선 비용이 많이 드는 일입니다. 하나의 사건이 몇 년간 지속되는 걸 감안하면 애초에 제대로 된 변호사를 골라야 합니다. 의뢰인이 발품을 많이 팔고 많은 정보를 검색해보고 돈을 들여 상담을 많이 해야 합니다. 법무법인이나 온라인에 남은 다른 의뢰인들의 후기를 보는 것도 방법이지만, 광고 효과를 위해 좋은 후기를 일단 먼저 써달라는 변호사도 있습니다. 반대로 단순 패소했다고 돈을 돌려달라는 등 억지 주장을 하는 '불량 의뢰인'도 적지 않은 점을 감안해야 합니다.

1. 변호사인지 확인해야 합니다. 변호사가 아닌 자가 주로 법률 업무를 처리하는 사무장 로펌도 여전히 존재합니다. 내가 상대하는 변호사가 실제 자격이 있는 변호사인지 대한변협 홈페이지를 통해 모두 확인이 가능합니다.

2. 징계 이력이 없는 변호사인지 확인해야 합니다. 대한변협 홈페이지에서 확정된 징계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실명과 징계사유 등이 공개됩니다. 다만 일정 시간이 지나면 징계이력이 사라집니다. 이런 경우를 대비해 참여연대에서 변호사 징계정보찾기 사이트를 만들어놨습니다. 이곳에는 변호사 이름만 입력하면 과거 징계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성실의무 위반이 징계사유라면 과거 '불량 변호사'였던 가능성이 있습니다. 변호사법 위반이나 품의유지위반(음주운전 등)도 법을 어겼던 변호사인 경우입니다.

참여연대 변호사 징계정보 찾기
https://p.peoplepower21.org/lawyer/index.php

3. 변호사 선임 때 계약서나 약정서를 작성해야 합니다. 계약서 작성은 필수는 아닙니다. 하지만 열심히 해줄 변호사가 이걸 마다할 이유는 없습니다. 온라인 플랫폼으로 변호사를 선임할 경우 계약을 구두로 하는 경우가 많은데 주의해야 합니다. 계약서를 꼼꼼히 남겨둬야 피해를 막거나 나중에 회복할 수 있습니다.

4. 무료 상담을 해주거나 승소를 장담하는 변호사를 피해야 합니다. 무료 상담의 경우 실제 변호사가 아닌 사무장 등이 상담할 수 있어 차라리 돈을 지불하고 상담을 받는 것이 좋습니다. 같은 이유로 너무 값이 싼 변호사는 피해야 합니다. 적정가격이 정해진 건 없지만 두세 곳만 다녀봐도 내 사건의 평균 수임료를 알 수 있습니다. 수임을 위해 승소를 장담하는 변호사는 쉽게 믿지 않는 게 좋습니다.

5. 전관을 내세운 로펌을 주의해야 합니다. 일부 로펌에서 전관 출신 거물급 변호사가 사건을 직접 해준다고 하고선 실제로는 처음 보는 변호사가 업무를 담당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전관 변호사들이 이른바 '어쏘' 변호사(소속 변호사)와 함께 일하는 경우는 많지만, 거액 수임만 하고 전관은 잠적하는 일부 사례도 있습니다. 처음부터 담당 전관 변호사의 연락처를 공유받고, 상담도 전관 변호사와 직접 하는 것이 좋습니다. 변협 관계자는 "소위 네트워크 로펌 차원에서 전관 출신 변호사가 도와준다고 해놓고 실제로는 이름만 올리고 얼굴도 못 보는 피해사례도 있었다"고 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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