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2월 완공 예정이었던 서울시의 여의도선착장 공사는 사업자 김 씨의 공사기간 연장 요청에 따라 올해 연말로 완공 예정일이 미뤄졌습니다.
그런데 이마저도 불투명합니다.
선박 위에 올라가는 3층 건축물에 필요한 공사기간은 4개월인데, 선박이 이달 중순에 여의도 한강에 도착했기 때문입니다. 취재진이 만난 선착장 현장소장은 "빨리하면 (12월 말) 공사기한을 맞출 수 있는데, 안전 문제와 품질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MBC는 그동안 서울시가 자본력이 부족한 개인에게 여의도선착장의 사업권을 넘긴 특혜 의혹과 이로 인한 공사지연 문제를 잇달아 보도했습니다. 이때마다 서울시는 "안전성 확보를 위한 설계 변경 때문에 공사가 늦어졌다"며 '안전'이란 명분을 매번 내세웠습니다.
그런데 서울시 말처럼, 여의도선착장이 정말 안전할까요? MBC의 취재는 이 의문에서 시작했습니다.
◆ 여의도선착장 고정방식의 변경
'수상 부유식' 건축물인 여의도선착장의 무게는 약 8,000톤입니다.
당초 설계는 선박 아래 강철 쇠사슬 4개를 연결한 뒤, 각 쇠사슬에 콘크리트 50톤씩을 닻처럼 매달아 한강 바닥에 파묻어 고정하는 방식이었습니다. 다만, 쇠사슬 체인의 길이만 165미터에 달하고, 콘크리트를 한강 바닥에 묻는 수상작업이 필요하다 보니 공사비 약 20억이 들어갑니다. 조선소에 따르면, 쇠사슬 체인만 15억, 둔치와 선착장을 연결하는 도교(다리)에 3억 원 등이 필요하다고 합니다.
그런데 H업체의 자금경색이 시작됐다는 작년 9월부터 쇠사슬체인 설계를 변경하기 위한 논의가 시작됐고, 올해 '도교방식(다리 연결 고정)'으로 최종설계가 변경됐습니다.변경된 설계안을 보니, 15억 원이 필요한 쇠사슬체인이 모두 빠졌습니다. 그 대신 3억 원이 들어간다던 도교 3개가 5개로 늘었고, 그 너비가 3미터에서 5미터로 넓어졌습니다. 이를 두고 서울시는 지난달 이런 보도자료를 냈습니다.
△ 서울시 미래한강본부 보도자료 (9월 5일)
"선착장을 안전하게 고정하고 선박운항의 안전성을 고려해 기존 '(쇠사슬)체인방식'에서 '도교방식'으로 변경. 다소 공사가 늦어지더라도 안전을 최우선으로 고려하기 위해 24년 12월까지 공사일정 조정"
결국, 안전성 확보를 위해 공사기간이 연장됐다는 겁니다. 또 이렇게 해야 쇠사슬체인에 유람선이 걸리는 위험도 없앨 수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 과연 안전할까?
MBC는 수소문 끝에 최종 설계를 한 설계업체를 찾았습니다. 이 방식의 안전 여부를 설계자만큼 잘 알고 있는 사람은 없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설계업체는 뜻밖의 얘기를 했습니다.
[설계업체 관계자]
"우리가 악조건을 태풍 매미로 봐요. 풍속 44m/s. 그걸 버티려면 '쇠사슬체인'을 안 하면 절대 안 돼요. 그런데 김OO 대표(선착장 사업자)는 쇠사슬체인을 하면 비용이 올라가거든요. (그래서) 저희가 김 대표를 계속 설득했어요. 자꾸 도교로만 (선착장을) 잡자고 하길래. (그래서 제가) '야 그러면 우리 감리 못 한다, 회사 오래가야지 이거. 겁난다'고 했어요."
설계자조차 '도교방식'이 "겁난다"고 취재진에게 털어놨습니다. 선착장 사업자 김 씨를 계속 설득했지만, 김 씨가 마음을 바꾸지 않는다고도 했습니다.
또 바뀐 설계안을 "안전하다"고 발표한 서울시의 보도자료에 대해 "내가 설계를 했는데, 말도 안 되는 얘기"라며 '서울시가 그레이트 한강 프로젝트를 하면서도 선박 관련 전문가가 내부에 없다 보니, 김 씨가 맞다고 하면 다 맞는 줄 알고 있다'고 답답함을 호소했습니다.
그러면서 설계업체는 '유람선이 쇠사슬체인에 걸릴 수 있다'는 서울시의 우려를 해결하기 위해 쇠사슬체인의 길이를 135미터로 짧게 조정한 수정 설계안까지 이미 제작해 뒀지만, 김 씨가 '도교방식'을 고집한다고 했습니다.
취재진은 더 전문적인 설명을 듣기 위해 이장현 인하대학교 조선해양공학과 교수와 정광효 부산대학교 조선해양공학과 교수에게도 자문을 구했습니다. 특히 이장현 교수는 과거 '세빛둥둥섬'의 설계에도 참여했던 수상 부유체의 전문가입니다. 이 교수는 쇠사슬고정 방식이 일반적이라며 도교만으로 극한 태풍이나 홍수 때 빨라지는 한강의 유속을 견딜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했습니다. [이장현/인하대 조선해양공학과 교수]
"태풍을 같이 견뎌야 돼요. 풍속이 40-50m/s 엄청난 하중을. 물도 이렇게 오고 바람도 이렇게 와버린다. 그러면 얘가 이걸 다 견뎌야 되거든요. 이 도교(다리방식은)는 피하는 것이 좋을 거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일반적인, 그런 상식적인 문제입니다."정광효 교수는 설계안을 보자마자 실소를 터뜨렸습니다.
8,000톤짜리 선착장이 한쪽 방향으로 이동하려는 관성이 존재하고, 여기에 매미와 같은 태풍이 오면 250톤의 외력이 더해지는데, 쇠사슬체인 없이 도교만 연결할 경우 둔치가 통째로 뜯겨 나갈 수도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정광효/부산대 조선해양공학과 교수]
"구조물이 안전해도 접안이 못 버틸 수도 있어요. 결국 (다리를) 땅에(둔치)에 박아놔야 되잖아. 여기서 못 견뎌. 땅 전체가 날아가는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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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는 지난 2일 서울시 미래한강본부장 등에게 설계업체와 전문가들의 안전에 대한 우려를 전달하며 사업자 김 씨 외 다른 전문가들에게 의견을 구해볼 것을 요청했습니다. 서울시는 "재차 확인해 보는 걸로 하겠다"고 답변했습니다.
그런데요.
5일 뒤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도교방식이 더욱 안전성을 담보할 수 있다는 감리업체의 검토를 받아 (쇠사슬)체인 방식보다 고가임에도 도교 방식으로 변경하게 되었습니다"고 거듭 강조했습니다.
하지만 취재가 시작되자, 서울시에 감리 보고서를 전달한 감리업체는 MBC에 "기존대로 쇠사슬 체인을 추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해명했습니다.
[단독] 설계자도 "겁난다"는 여의도선착장‥공사비 줄이려 설계변경했나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214/0001381993?sid=102
이후 MBC가 지난 23일 최종 설계안의 위험성을 지적하는 보도를 하자, 서울시는 다음날 해명자료를 통해 "필요시 앵커(쇠사슬체인)을 설치할 수 있는 구조를 하부체 설계에 기반영"했다고 '슬쩍' 말을 바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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