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생 아들이 학교폭력을 당하자 가해자들의 신상과 폭행 내용이 담긴 유인물을 뿌린 아버지에게 무죄가 선고됐습니다.
전주지법 형사7단독 한지숙 판사는 '명예 훼손'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40살 A씨에게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A씨는 지난해 10월 전북 전주시의 한 아파트 상가와 전봇대 등에 '5학년 집단 따돌림 폭행 살인미수 사건 안내문'이라는 제목의 유인물을 붙였습니다.
여기엔 아들에게 학교폭력을 저지른 가해 학생들의 정보와 폭행 사실이 자세하게 적혀 있었습니다.
A씨가 이런 유인물을 뿌린 건 이틀 전 아들의 담임 선생님으로부터 '아이가 같은 반 학생들에게 학교폭력을 당했다'는 말을 들었기 때문이었습니다.
당시 A씨는 학교로 달려가 담임교사와 경찰관 등과 함께 학폭 사실을 확인한 결과, 남학생 여럿이 A씨의 아들을 들어 던지거나 명치를 찍어 누르는 등 폭행했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결국, 분을 참지 못한 A씨는 이 같은 유인물을 만들어 곳곳에 붙였지만, 다음 달 열린 학교폭력심의위원회에서 가해자로 지목된 학생 중 1명인 B군이 가담자로 인정되지 않으면서 '명예훼손' 혐의로 재판을 받게 된 겁니다.
그러나 재판부는 "A씨가 유인물을 붙였을 때는 담임교사로부터 '같은 반 모든 남학생이 학폭을 저질러 사과했다'는 말을 들은 뒤였다"며 "A씨 입장에선 B군도 학폭에 가담해 사과했다고 오인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이어 "명예훼손죄가 성립하려면 적시한 사실이 허위여야 할 뿐 아니라 피고인도 그게 허위라는 걸 인식해야 한다"며 "피고인이 당시 유인물 내용이 허위인 걸 알았다는 점이 증명됐다고 볼 수 없다"고 무죄 판결 이유를 밝혔습니다.
사회
곽동건
아들 '학폭 피해' 분노한 아빠, 전봇대에 '저격글' 붙였다가‥
아들 '학폭 피해' 분노한 아빠, 전봇대에 '저격글' 붙였다가‥
입력 2024-12-21 14:47 |
수정 2024-12-21 1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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