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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한국어로 "친애하는 한강" 소개, 엘렌 마트손 노벨문학상 심사위원

[인터뷰] 한국어로 "친애하는 한강" 소개, 엘렌 마트손 노벨문학상 심사위원
입력 2024-12-10 15:26 | 수정 2024-12-10 1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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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터뷰] 한국어로 "친애하는 한강" 소개, 엘렌 마트손 노벨문학상 심사위원
    스웨덴 스톡홀름에선 한국시간으로 오늘 밤, 드디어 노벨상 시상식이 열립니다.

    평화상을 제외한 5개 부분 시상이 스톡홀름 콘서트홀에서 진행되는데 문학상은 네 번째 순서입니다.

    각 분야 노벨위원회 위원들이 선정 배경을 설명한 뒤, 수상자 국가의 모국어로 수상자를 호명하면,
    수상자들은 앞으로 나와 국왕으로부터 메달과 특별히 디자인된 증서를 수여받는데요.

    내일 연단에서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한강 작가를 한국어로 호명할, 스웨덴의 작가이자 노벨문학상 심사위원 엘렌 마트손을 시상식 직전,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엘렛 맛손이 한국 언론과 인터뷰를 한 건 이번이 처음입니다.

    "아름다운 시적 언어로 잔혹함에 대해 쓰는 작가"
    [인터뷰] 한국어로 "친애하는 한강" 소개, 엘렌 마트손 노벨문학상 심사위원
    Q. 내일 한강을 소개하는 연설에서 어떤 부분을 강조할 계획인지 궁금합니다.

    = 단 5분이란 짧은 시간밖에 주어지지 않기 때문에 가장 중요한 부분에 집중하고 충실해야겠죠. 제가 한강의 글에서 가장 주목할 건, 그가 매우 부드럽고, 단순하면서도 아름답고 시적인 언어로 잔인함과 잔혹함에 대해 쓴다는 겁니다. 한강은 매우 낮고 시적이며 부드러운 목소리를 가지고 있어요. 그런 목소리로 매우 어려운 일과 트라우마를 아주 아름다운 방식으로 묘사하죠. 한강이 경험과 역사에 대해 쓰는 방식엔 여러 면이 있습니다. 이건 개인적인 경험일 뿐 아니라, 국가적 경험, 전 세계적으로 보편적인 경험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누구나 읽고 이해할 수 있죠.

    "'한강'만의 방식으로‥계속 나아가는 작가"

    Q. 노벨문학상은 '훌륭한 문학을 하는 작가, 책을 통해 어떤 지속적인 힘이나 발전이 있다고 느끼게 하는 작가'에게 돌아갈 것이라고 말씀하신 적이 있습니다. 한강의 책에서 발견한 특별한 힘은 무엇인가요?

    = 한강은 자신만의 방식으로 사물을 묘사하는 힘을 가지고 있습니다. 미래의 수상자들을 찾기 위해 책을 읽을 때 가장 중요하게 보는 점이죠. 노벨문학상 후보자를 찾을 때 글 속에는 아무도 할 수 없는 작가만의 개인적인 목소리를 찾곤 하죠. 책을 읽었을 때, 다른 사람이 아닌, 한강만이 할 수 있는 그런 것들 말입니다. 그건 마치 지문 같은 거예요. 아주 위대한 작곡가의 곡을 들을 때, 단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는 음악인데도, 그 작곡가의 것이라고 알아챌 수 있는 것처럼요. 자신만의 목소리가 있다는 건 작가에게 있어 아주 좋은 자질이라고 생각합니다. 한강은 아주 부드럽지만 강한 그만의 목소리를 가지고 있죠. 어떤 것이든 자신의 방식으로 한다는 것은 매우 중요한 자질이기도 하고요. 앞서 말했듯 한강은 매우 고통스러운 일을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간결한 문장으로 이야기하죠.
    [인터뷰] 한국어로 "친애하는 한강" 소개, 엘렌 마트손 노벨문학상 심사위원
    계속 앞으로 나아가는 '현재 진행형' 작가

    지금까지 그 어느 노벨문학상 수상자도 비슷한 사람이 없습니다. 모두가 다르죠. 공통점이 하나 있다면 그들이 가진 능력과 우수성이라는 겁니다. 무엇보다 한강은 아직 진행중인 작가이죠. 나이든 작가가 아니고, 계속 쓰고 있고, 미래에도 계속 써나가겠죠. 많은 상이 이미 무언가를 성취한 작가에게 주어지는데, 아직 글을 쓰고 있으면서도 무언가를 완성한 사람에게 상을 준다는 게 좋다고 생각해요. 한강은 계속 쓰면서 앞으로 나아가고 있죠.

    "익숙지 않은 언어 작품 평가하기 위해, 다양한 언어로 접근"

    Q. 한강의 노벨문학상 선정 발표 당시, 노벨위원회는 '강렬한 시적 산문'을 수상 이유로 꼽았는데, 아직 그의 시집(서랍에 저녁을 넣어두었다)은 번역되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심사중 언어적 한계를 뛰어넘기 위해 노력을 기울인 게 있다면?

    = 스웨덴어로 번역된 시가 몇 편 있지만 전부는 아닙니다. 한강의 책이 모두 스웨덴어로 번역된 것은 아니지만 우리는 그의 책을 영어, 프랑스어, 독일어로도 읽었습니다. 그의 글을 다른 언어, 다른 번역, 다른 각도에서 평가하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 했죠. 한강의 시는 그의 책 곳곳에 존재해요. 강한 시적 특성이라 생각하는 부분이죠.

    친숙한 언어 밖으로 나가 새로운 작가와 새롭고 새로운 문학 영역, 새로운 경험, 유럽과 서구 세계 밖의 문학적 경험을 찾으려고 합니다. 번역이 부족해서 때로는 어렵기도 합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해야겠죠. 아마도 이제는 한강의 책이 더 많이 번역될 겁니다. 이제 그녀의 책은 더 많이 번역되겠죠.
    [인터뷰] 한국어로 "친애하는 한강" 소개, 엘렌 마트손 노벨문학상 심사위원
    "'작별하지 않는다', 그의 글을 더 이해할 수 있게 하는 책"

    Q. 당신의 마음을 가장 사로잡은 한강의 책은 무엇인가요?

    = 처음 한강의 책을 <흰>으로 접했습니다. 그리고 나서 다른 소설들로 넘어갔죠. 노벨위원회에서 일하기 시작 하면서부턴 독일어와 영어로 된 초기 작품을 살펴보았습니다. 좀 더 범위를 넓혀보려 했죠. 사실, 저를 가장 사로잡았던 책은 그의 최신작 <작별하지 않는다>입니다. 그 책을 읽으면서 그의 글을 더 잘 이해하게 되었고, 한강의 이전 책들도 다시 읽고 새로운 시각으로 보게 된 것 같습니다. <채식주의자>와 <소년이 온다> <작별하지 않는다> 모두 아주 훌륭한 소설이라고 생각하지만요.

    <작별하지 않는다>에는 너무나 시적이고 꿈같은 뭔가가 있습니다. 모든 일이 눈 속에서 일어나고, 눈이 모든 걸 만들어 내죠. 그리고 이 하얀 눈의 세계에서는 모든 것이 가능합니다. 시간도, 죽음도 없죠. 모든 것이 채워지죠.

    작가의 길 시작하게 한 작품 '소년이 온다' 추천

    Q. 한강의 책을 처음 읽는 독자에게 '소년이 온다'를 먼저 읽고, '작별하지 않는다'를 읽는 것을 추천했습니다. 특별한 이유가 있을까요?

    = 만약 한강의 글에 익숙해지고 싶다면, '소년이 온다'는 시작하기 좋은 소설입니다. 어떤 측면에선 한강의 작가로서의 삶은 광주로부터 시작됐기 때문이죠. 이 책과 '작별하지 않는다'는 서로 연결된 소설입니다. 스웨덴에선 연말에 노벨상 수상작을 선물하는 전통이 있는데요. 많은 사람들이 이 책을 읽어봤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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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석을 찾기까지 때론 오래 걸리는 일

    Q. 한강은 한국인으로도 아시아 여성으로도 최초 문학상 수상자가 됐습니다. 아시아 여성 작가가 노벨문학상을 처음 수상하기까지 왜 오랜 시간이 걸렸다고 보는지?

    = 노벨위원회는 국적이나 성별 등을 고려한, 특정 유형의 작가를 찾기보단, 항상 좋은 작가를 찾고자 했습니다. 다만, (유럽 밖에서) 수상자를 찾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 것입니다. 세계가 작은 곳이었을 때, 1901년 상이 제정됐을 당시엔 주로 유럽에 집중했지만, 100년 이상 시간이 지나면서 도약이 있었죠.

    이제 우리는 전 세계에서 다양한 문화와 언어를 아는 전문가들로부터 후보자들의 이름을 받습니다. 이들은 우리에게 새로운 작가를 알려줍니다. 최근 5∼10년 사이 문학상을 수상한 몇몇 작가들 중엔 최대 15년간 논의되어온 이들도 있습니다. 선출 과정은 매우 느리지만, 특정 방향을 정해 노벨위원회가 수상자를 찾는 건 아닙니다.

    책은 절대 누구를 해할 수 없어

    Q. 국내에선 한강의 책 '채식주의자'에 대한 논쟁도 있습니다. 일부 학교는 채식주의자를 유해 도서로 지정해 폐기하고, 몇몇 보수단체는 청소년들이 이 책을 읽지 못하게 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 책은 금지될 수 없습니다. 누구도 아이들로부터 책을 고를 기회를 빼앗을 순 없습니다. 저 역시도 어렸을 적 부모님의 서재에 꽂혀있는 책을 자유롭게 읽었어요. 책이 당신을 해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물론 어린 친구들은 책의 내용 일부를 이해하지 못할 순 있죠. 그러나 도서관에서 책을 폐기하거나, 독서를 제한하는 건 무의미한 행동입니다. 채식주의자는 아주 힘찬 소설입니다. 전 이미 여러 번 이 책을 읽었죠. 이런 책이 제한되어야 할 이유는 결코 없다고 생각합니다.
    [인터뷰] 한국어로 "친애하는 한강" 소개, 엘렌 마트손 노벨문학상 심사위원
    Q. 최근 한국의 정치적 혼란을 비롯해 전 세계 도처에 폭력이 난무합니다. 문학의 역할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 문학은 폭력에 맞서고, 견디고, 계속해서 질문하고, 인간은 무엇인 지를 끊임없이 설명하는 하나의 방식입니다. 문학은 현재의 정치적 상황 바깥에 있는 사람들에게도 지금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이해시켜 줍니다. 역사에 관해서도 과거의 사건을 이해하도록 도와줍니다. 때문에 스웨덴인들도 '소년이 온다'에서 무언가를 발견할 수 있는 겁니다. 작가로서의 개인은 취약할 수 있더라도 문학은 계속 변화하고, 존재한다는 점에서 강한 힘이 있습니다.

    Q. 현재 한국은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이후 극심한 혼란을 겪고 있습니다. 한강의 수상 소식은 어떤 위로나 희망을 전할 수 있을 거라고 보시는지?

    = 지금은 참 기묘한 상황이죠. 우리가 한강의 책을 읽은 뒤, (한국에서) 발생한 사태를 보고 있지 않습니까? 책의 내용이 현실이 된 셈입니다. 개인적으론 한국인들이 민주주의를 지키려는 힘을 보여주는 모습에 희망을 느꼈습니다. 노벨문학상이 정치적인 상은 아니지만, 한강의 글은 정치적 경험과 역사를 다루고 있죠. 희망하건대 이번 한강의 노벨문학상 수상 소식이 한국에 힘을 주는 일이 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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