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은행은 '최근 유동성이 과도하게 풀리고 있어 자산가격을 상승시키고 원화 약세를 유발한다'는 일각의 우려에 관해, 국내외 통화정책과 실물경제 상황 등을 고려하면 과도한 해석이라며 이같이 밝혔습니다.
한은에 따르면 올해 10월까지 국내 거주자의 해외증권투자 규모는 1천171억 달러로 사상 최대 규모인데, 같은 기간 경상수지 흑자 폭인 896억 달러를 훨씬 웃돕니다.
기업들도 최근 환율 변동성이 확대되자 수출대금으로 받은 달러를 원화로 바꾸지 않고 외화로 보유하는 경향이 커지면서 환율 상승을 부추겼다고 한은은 평가했습니다.
한은은 수도권 아파트 가격 상승세의 원인이 유동성 확대에 있다는 주장에 관해서도 통화량과 주택가격 사이에 뚜렷한 선후관계가 있는 건 아니라고 설명했습니다.
유동성이 늘어 주택시장으로 유입되면서 가격 상승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지만, 반대로 주택가격 상승기에는 주택구입을 위한 대출 수요가 늘어 유동성이 확대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최근 주택시장에서 수도권과 지방 간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고, 거시건전성 정책의 효과로 가계대출이 둔화 흐름을 보이고 있다는 점에서 수도권 집값 상승을 유동성만으로 설명하기는 어렵다고 주장했습니다.
오히려 공급부족 우려, '똘똘한 한 채' 선호 현상 등이 특정 지역의 가격상승과 수요 쏠림을 부추긴다는 설명입니다.
한은은 또 최근 서울 강남 3구 등에서 대출 없이 아파트를 현금구매하는 비중이 상당히 높아졌는데, 이는 신규로 공급된 유동성이라기보다는 과거부터 누적되어 온 유동성이 수익률을 좇아 수도권 주택시장으로 유입되는 거라고 분석했습니다.
이와 함께 한은은 최근 유동성 수준이 실물경제와 자산시장 성장세 등을 고려할 때 과도한 수준이 아니라고 평가했습니다.
명목 GDP 대비 통화량 비율이 장기 추세치 수준에서 안정적인 흐름을 보이고 있고, 자산거래 규모에 대비해도 2023년 말 이후 하락해 장기 추세치에 근접하다는 겁니다.
한은은 금융 여건을 판단하는 데 있어 특정 통화지표에만 의존하기보다 여러 지표를 함께 살펴봐야 한다며, 자산가격과 환율 상승의 원인을 단지 유동성 증가만으로 몰고 가면 문제 해결의 본질을 흐릴 수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다만 늘어난 유동성이 특정 자산시장으로 쏠릴 경우 시장 변동성과 불안심리를 자극할 수 있는 만큼, 시중의 유동성이 생산적인 부문으로 흘러갈 수 있도록 자본시장 제도 개선 등 정책적 노력을 보다 강화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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