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거리

생물학 무기 연구소에서 탄생한 바이러스가 세상을 재앙으로 몰아넣은 지도 28년이 지났다. 일부 생존자들일 모여 철저히 격리된 채 살아가는 섬 '홀리 아일랜드'에서 태어나 한 번도 섬 밖을 나가 본 적 없는 소년 스파이크(알피 윌리엄스). 그는 어느 날 아버지 제이미(애런 존슨)를 따라 본토에 발을 들이며 난생처음 바이러스에 잠식된 세상을 마주하게 된다.
변이된 바이러스는 1만228일의 시간 동안 감염자들을 더욱 충격적으로 진화시켰고 스파이크는 그 실체를 목격하며 극강의 공포에 휩싸이게 되는데...
●비포스크리닝

2002년 개봉한 '28일 후'의 정체성을 잇는 공식 속편 격의 작품이다. 이전에 '28주 후'(2007, 후안 카를로스 프레스나딜로 감독)라는 작품이 있긴 했지만, '28일 후'를 담당했던 알렉스 가랜드와 대니 보일은 세계관 및 개연성 오류 등으로 아쉬운 평가를 받았던 해당 작품에 대해 상당한 혹평을 내놓은 바 있다.
두 사람이 23년 만에 새롭게 선보이는 '28일 후' 시리즈인 만큼 이들은 정체성 계승에 상당한 공을 들였다고. 여기에 영화 '오펜하이머'로 '제96회 아카데미 시상식' 남우주연상을 거머쥔 배우이자 '28일 후'의 주연이었던 킬리언 머피가 총괄 프로듀서로 참여해 세계관을 보다 탄탄히 했다.
또 '28년 후'는 새로운 트릴로지의 시작을 알리는 작품이라는 점에서 기대를 모으고 있기도 하다. 두 번째 작품인 '28년 후: 뼈의 사원'은 니아 다코스타 감독이 연출을, 마지막 세 번째 작품은 대니 보일 감독이 다시 메가폰을 들 예정. 과연 '28년 후'는 그 시작을 제대로 여는 데 성공, 다음 주자에게 웃는 얼굴로 바통을 넘길 수 있을까.
●애프터스크리닝

'28년 후'는 시작부터 '28일 후'의 정체성을 잇는 작품이라는 걸 공개적으로 선언한다. 전작처럼 교회에서 첫 시퀀스가 시작되며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것인데, 여기에 어린이 TV쇼 '텔레토비'에서 흘러나오는 성우의 목소리와 오래된 전자기기가 지직 대는 소리가 배경음악처럼 더해져 한층 기괴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이후에도 대니 보일 감독은 전자음을 아주 효과적으로 이용한다. 음향이 '28년 후'의 가장 큰 장점이라 꼽을 수 있을 정도다. 긴장이 풀릴만하면 대니 보일 감독은 라디오 잡음과 무전기 소리, 휴대전화 벨소리와 같은 음향을 은근슬쩍 장면 속에 녹여내 텐션이 팽팽히 유지될 수 있게끔 한다. 예고편에 담기기도 했던, 러디어드 키플링 시인의 '부츠(Boots)'를 모티브로 삼은 음악 역시 영화 초반부부터 적재적소에 사용되며 단숨에 '28년 후'가 들려주는 이야기에 집중하게 만든다.
다만 촬영법의 경우 대니 보일 감독의 앞선 자신감과는 달리 '28년 후'만이 지닌 특별한 차별점처럼 느껴지진 않는다. 슬로 모션이나 스포츠 리플레이를 보는 듯한 화려한 촬영 기법은 분명 눈길을 끌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스마트폰의 성능이 영화 촬영에 이미 쓰일 정도로 많이 올라온 탓에 다른 시퀀스와 큰 차이점이 보이지 않기 때문. '28일 후' 당시 오래된 캠코더를 활용해 멸망한 세상의 분위기를 잘 표현했던 것과는 다른 모양새다.

다음은 세계관. 한마디로 소개하자면 기괴하다. 따라서 좀비 장르의 오랜 팬이라면 열광할 수 있지만, 그게 아니라면 호불호 갈릴 만한 부분이 다수 있다. 동물의 머리를 뽑아 전리품처럼 들고 다니는 '알파(엄청난 덩치를 자랑하는 좀비의 우두머리)'의 모습이나 '28일 후' 때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이 기이하게 변화한 좀비의 외형이 대표적인 예인데, 좀비물에 익숙하지 않은 이들이라면 반감을 느낄 수도 있다.
스토리도 마찬가지. 제이미의 아들이자 주인공 스파이크는 특정 사건으로 인해 엄마 아일라(조디 코머)와 함께 여정을 떠나게 되는데, 이 와중에 보여주는 행동이 요즘 말로 다소 '금쪽이'스러워 평가가 다소 엇갈릴 것으로 보인다. 그나마 다행인 건 불쾌함의 선을 넘진 않는다는 점. 때론 스파이크의 결정과 행동이 답답하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곧 그에 대한 합당한 결과를 받게 되고, 또 12살 소년이 충분히 내릴 수 있는 판단이기에 어느 정도 설득력을 지니고 있기도 하다. 하나 아일라가 여정 중에 내리는 선택은 열린 마음으로 봐도 다소 억지스러운 부분이 있어 추후 속편에서 해결해야 할 숙제로 보인다.
한편 대니 보일 감독이 23년 만에 선보이는 새 '28일 후' 시리즈, '28년 후'는 오는 19일 개봉한다.
iMBC연예 김종은 / 사진출처 소니픽쳐스 / ※이 기사의 저작권은 iMBC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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