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생충' 공동 각본가로 오스카 각본상을 수상한 한진원의 첫 연출작이라는 점에서도 기대를 모았다. 주제의식을 꿰뚫고 관객의 허를 찔렀던 '기생충'의 특장점이 '러닝메이트'에서도 십분 발휘될 수 있을거란 점에서 이목이 집중되기도 했다. 이러한 기대는 그의 첫 연출작이 '하이틴 정치극'이라는 신선한 장르를 표방한다는 점에서 더욱 눈길이 쏠렸다.
청소년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미성숙함에서 오는 서로간의 갈등과 봉합 그리고 성장통을 다룬 작품은 없지 않았다. 다르게 보면 이들의 다툼 역시 '정치질'이라고 할 수 있을 터다. 대표적으로, 영화화된 이문열 작가의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부터 조금 더 말랑하게는 KBS의 청소년 드라마 '학교'시리즈까지. 장르는 가지각색이어도 학원물이 으레 그렇듯, 학급과 학교는 사회의 축소판으로 그려졌고 이곳에서 펼쳐지는 이야기는 한 편의 거대한 우화로 대중에게 소구됐다.
'러닝메이트'는 이보다 노골적으로, 어른들의 이야깃거리로 가득한 '선거'라는 소재를 가져와 정치극의 모양새를 취한다. 로그라인만으로 강력한 신선함을 뽐낼 수 있는 이유다. 아귀다툼이 난무하는 여의도 정치판의 현실상이 학원물에 이식된다는 점도, 상극이 맞붙어 터지는 재미를 준다.
다만 실제 전개는, 현실의 정치색이 극 중 주인공들에 덧입혀지는 걸 지양하는 듯 보인다. '러닝메이트'는 정치 풍자극보다는 아이들의 성장담에 집중하는 청소년 드라마의 성격에 더 가깝다. 작품의 중심축에 서 있는 노세훈과 곽상현, 양원대의 서사는 삼각관계로 얽히고설켜 아슬아슬한 긴장감을 준다. 이 세 사람을 추동하는 건 결국 각자의 욕망이다.

'방과 후 전쟁활동', '피라미드 게임', '스터디 그룹' 등 학원물이라는 평범한 장르에 이색적인 소재를 덧칠해, 신선한 시도의 작품을 성공적으로 내놓았던 티빙이다. 이 때문에 '학원물 맛집'이란 수식어를 얻기도. 다만 앞선 세 작품의 성공 요인에는 장르의 새로움 말고도, OTT의 특장점을 살린 자극적인 맛을 더욱 가미했다는 점도 있다.
그런 면에서 '러닝메이트'의 약점은 눈에 띌 수 밖에 없다. 앞선 세 가지 학원물이 폭력성과 병맛 등으로 시청자의 눈길을 사로잡았다면, '러닝메이트'는 초반에 한해서는, 정치극으로서의 자극적인 맛을 거의 발견할 수 없다. 오히려 여느 청소년 성장담에서 볼 수 있는 건강함이 더 도드라진다. 극 초반부 주요 사건들이 본격적으로 진행되기 전, 시청자들이 느낄 수 있을 법한 익숙함으로 다가온다. 달리 말하면 긴 '빌드업' 탓에, 정치극의 재미인 '휘몰아치는 인물들간의 반목과 갈등'은 중턱을 넘어 발현되는 것.
'러닝메이트'는 그럼에도 미덕이 꽤 많은 작품이다. 뻔한 시도로 안주하지 않고 기어이 또 하나의 신메뉴를 개발해, 시청자들에게 '학원물 맛집'의 명성을 입증하려는 티빙의 한우물 전략은 이번에도 '유효타'다.
하이틴 명랑 정치극 '러닝메이트'는 19일 티빙에서 전편 공개된다.
iMBC연예 백승훈 / 사진출처 티빙 / ※이 기사의 저작권은 iMBC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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