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인'을 한 마디로 소개하면 먹고 살기 위해 악행을 벌이는 성실한 악당들의 군상극이다. 극을 이끄는 대표격 인물은 오관석(류승룡)과 오희동(양세종)이다. 두 사람의 시점에서 전개되던 '파인'은, 나무가 가지를 뻗어나가듯 사건이 진행될수록 점차 많은 인물들이 들개처럼 '꼬이기' 시작한다.
연출을 맡은 강윤성 감독은 "캐릭터의 향연이라고 할 정도로 엄청나게 많은 캐릭터들이 나온다"고 예고했다. 그의 말대로 각자 자신만의 서사를 부여받은 인물만 십수명이다. 작품의 주된 배경은 바다지만, 수많은 인물들의 이야기를 늘어놓는 탓에 인물들이 본격적으로 바다로 나가는 시점은 약간의 기다림이 필요한 정도다.
이 때문에 '바다 속 보물을 찾는다'는 주제에서 기대할 법한 주인공들의 스릴 넘치는 모험담보단, 캐릭터 열전에 가까운 이야기가 극 초반 주를 이룬다. 화려한 볼거리를 기대하기 보단, 마치 한 편의 연극을 보는 것 같은 '들을 거리'가 넘쳐나는 모양새다.
매 회마다 새로운 인물이 등장하고, 늘어진 인물들의 위계 관계가 서로 얽히고설켜 자연스레 집중도를 올린다. 자칫 복잡하고 산만한 전개로 흐를 수 있다는 단점은, '돈'이라는 공통의 욕망 아래 깔끔하게 커버된다. 이들 모두 착한 사람 하나 없는 악당인, 피카레스크물의 특장점도 손을 보태는데, 강 감독이 전작 '카지노'에서 선보였던 장기가 '파인'에서 십분 발휘된다.
그렇기에 류승룡에게서 '카지노' 차무식(최민식)의 실루엣이 비춰져 보이는 건 어쩔 수 없는 기시감이다. 오관석과 그의 일생을 중심으로 시작되는 일대기적 구성이 그렇다. 차별점을 보태는 건 그의 조카이자 수족처럼 부리는 오희동의 존재다. 오관식이 등장하면 한 없이 무거워지는 분위기에서 '날 티 나는' 오희동은 이를 중화시켜주는 캐릭터다. 그러면서도 임전출(김성오)과 오희동이 시시때때로 투닥거리며 '금쪽이' 같은 면모를 보이고 답답함을 유발할 때는 오관석의 흔들림 없는 무게감으로 작품의 분위기가 밸런싱된다.

'파인'은 좁은 통통배에 사공이 많아도 기어코 뱃머리를 바다로 돌리고야 마는 힘도 있다. 많은 인물들의 곁가지 이야기들을 산만하게 전시하다보면 간혹 옆길로 샐 법하지만, 목적지로 향하는 길이 모두 욕망의 통제 아래 한 갈래로 이어져있다는 사실을 어렵지 않게 파악할 수 있다. 목표인 보물보다는, 인물에 카메라를 돌려 이들이 어디까지 추락하고 타락하는지를 관망하는 재미가 곧 '파인'의 도파민 포인트로 읽힌다.
올해 '하이퍼나이프'와 '나인 퍼즐'로 웰메이드 장르극을 연달아 선보이며 호평을 받은 디즈니+. '파인'이 성공적인 장르물 3연타의 주인공이 될 수 있을 지 눈길이 쏠린다.
'파인'은 오직 디즈니+에서 오는 7월 16일(수) 3개, 7월 23일(수) 2개, 7월 30일(수) 2개, 8월 6일(수) 2개, 8월 13일(수) 2개의 에피소드를 공개, 총 11개의 에피소드를 만나볼 수 있다.
iMBC연예 백승훈 / 사진출처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 ※이 기사의 저작권은 iMBC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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