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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4제곱미터' "층간소음의 범인은 누구?" 끝내 밝히지 않은 김태준 감독의 의도 [영화人]

'84제곱미터' "층간소음의 범인은 누구?" 끝내 밝히지 않은 김태준 감독의 의도 [영화人]
입력 2025-07-22 15:44 | 수정 2025-07-22 1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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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넷플릭스 영화 '84제곱미터'로 올여름 가장 현실적인 스릴러를 선보인 김태준 감독을 만났다. 장편 데뷔작 '스마트폰을 떨어뜨렸을 뿐인데'에서 스마트폰 해킹이라는 생활 밀착형 공포를 다뤘던 그는 이번에도 현실의 경계선 위를 건드린다. 84제곱미터 신축 아파트를 영끌해 내 집 마련에 성공한 청년 '우성'(강하늘)이 정체불명의 층간소음에 시달리며 벌어지는 예측불허의 이야기는 지금의 한국 사회를 날카롭게 비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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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 감독은 주인공 우성을 만들며 "감정이입을 빠르게 끌어내는 것이 가장 중요했다"고 말했다. 이어 "영끌족에 대한 부정적인 시선이 있는데, 무책임하거나 욕심이 많다고 보기도 하더라. 그런 분들도 우성이를 측은하게 여기고 감정적으로 이해할 수 있도록, 정말 열심히 전기까지 아껴가며 집을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초반부터 직관적으로 보여주고 싶었다"고 덧붙였다. 그는 "거친 피부와 강한 이미지를 좋아했는데, 우성이를 살아 있는 사람처럼 보이게 만들어줬다"며 의상과 생활의 디테일까지 신경 썼다고 밝혔다. "항상 반팔에 반바지, 비슷한 옷을 반복해서 입고, 에어컨도 틀지 않고 수염 길이로도 상태를 표현하려 했다. '노우성'은 원래 집의 소리에 분노한다는 뜻으로 지은 이름이었고, 최대한 이름에 의미를 티 나지 않게 담고 싶었다."

    미담 주인공 강하늘을 영끌족 우성으로 캐스팅한 이유에 대해서도 이야기했다. "강하늘이 인성 좋은 건 너무 미담이 많아서 솔직히 처음엔 의심을 하면서 지켜봤다. 그런데 정말 그렇더라. 젊은 배우인데도 엄청난 리더였다. 현장 분위기를 이끌어가는 게 놀라웠다. 힘든 촬영에서도 누가 실수하면 괜찮다고 응원해주고, 스태프들이 강하늘 덕분에 즐겁게 임할 수 있었다. 주연이나 감독에 따라 현장 분위기가 바뀌는데, 누구 하나 인상 찌푸리지 않고 끝까지 잘 지나갔다. 감정선이 계속 바뀌는 우성을 매 회차 연기하면서도 그런 에너지를 발휘한 게 정말 고마웠다."라며 실제 겪은 강하늘을 이야기했다.

    이번 영화에서 빌런으로 등장한 서현우의 캐스팅도 놀라웠다. 서현우에 대해서 감독은 "그동안 외적으로나 언어적으로 강한 캐릭터를 맡아온 배우다. 이번에는 외형적 특성을 모두 덜어내고, 민낯으로 강한 연기를 해보면 어떨까 싶었다. 진호는 외형적으로 어떤 사람인지 파악이 안 돼야 하고, 이중적인 느낌이 있어야 했다. 그래서 특별한 분장 없이 생얼로 가는 게 포인트였다. 텐션 높은 연기를 후반부 30분 동안 끌고 가야 했는데, 서현우라서 가능하다고 생각했다. 외형적인 장치를 쓰지 않고 에너지를 끌어내는 게 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극 중 '진호'가 왜 그토록 극단적인 선택을 했는지에 대해서는 "항상 열심히 취재하고 살아왔지만 주목받지 못한 사람이다. 박탈감이 컸을 거다. 잘못된 신념으로 개인의 희생을 조작하는 인물로 그렸다. 언론인이라는 설정은 약간 뜬 이야기처럼 보일 수 있지만, 현실에서 언론이 부추기는 부분도 분명히 있다고 본다. '은화'는 검사이자 권력층, 상위 계층에 대한 은유였고, 이 둘 사이에서 '우성'이가 휘둘리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극 후반부 은화의 대사에 대해서는 "오락성으로 휘발되지 않게 하기 위한 장치였다. 우성의 입장에서 봤을 때, 상대방의 속마음을 들을 수 있는 유일한 순간이었다. 어찌보면 누가 물어보지도 않는데 저런 말을 왜 하나 싶어 웃길수도 있겠지만 저는 이 상황을 권력의 위에 있는 사람이 내려다보며 말하는 장면이라 생각했고 그래서 은화를 제외한 모든 등장인물들을 눕혔다. 그래서 은화가 내려다보며 이야기하게 연출했다. 이 장면이 분노의 포인트가 되었으면 했다"고 했다. 이어 "염혜란 배우에 대한 믿음이 컸다. 이 역할을 꼭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일정 때문에 한 번은 거절했는데, 제가 한 달간 대안을 찾지 못하고 있었더니 마침 염혜란 배우의 기존 일정이 미뤄져서 기적같이 캐스팅됐다"는 비하인드도 전했다.

    결말에 대해서는 "우성이가 다시 집으로 돌아왔을 때, 아파트는 더 이상 보금자리가 아닌 콘크리트 괴물처럼 보였으면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파트로 다시 올라가는 건, 결국 그 공간에 다시 들어갈 수밖에 없다는 현실을 보여주고 싶었다. 등기부등본을 확인하고 '나는 지키지 못했지만, 아파트는 지킨 사람'이 된 거다. 그 모습을 객관적으로 보여주면서, 결국 감옥 같은 공간에 다시 들어가는 현실의 씁쓸함을 전하고 싶었다"고 밝혔다.

    김 감독은 끝내 층간소음의 배후를 밝히지 않았다. "조사해보니 두 가지더라. 아파트 자체의 문제일 수도 있고, 사람의 문제일 수도 있다. 어느 한 쪽으로 결론을 내면 누군가에게 면죄부를 주는 것이기 때문에 결론을 내지 않으려 했다"며 깊은 속 뜻이 있었던 것임을 알렸다.

    데뷔작부터 연이어 현실 스릴러 장르의 작품을 선보인 김태준 감독이다. 전작은 관객이 범인을 알고 있는 내용이었고 이번 영화는 범인을 모르고 추적해 나가는 내용이었다. "전작과 지금 둘 다 힘들었다. 범인을 오픈했을 때도, 숨겼을 때도 각각의 어려움이 있다. 관객은 범인을 아는데 주인공만 모르면 답답하고, 반대로 범인을 숨기고 진행할때에는 정체가 밝혀진 후에 설득력이 없으면 몰입이 깨진다. 현실 스릴러는 특히 주인공이 너무 평범한 사람이라 마무리가 어렵다. 대부분의 사람은 경찰에 신고하지, 직접 해결하지 않는다. 그런데 영화는 주인공이 해결해야 한다. 평범한 사람이 직접 해결하기까지의 서사를 이끌어 내야 하니까 더 힘들다"고 털어놨다.

    이어 "현실 스릴러는 의도하지 않았는데도 공교롭게 현실 톤이 붙었다. 다양한 걸 해보고 싶은데 스릴러를 제일 좋아한다. 정통 스릴러보다 다양한 장르의 믹스를 좋아한다. 스포츠 장르, 로맨스와의 결합도 고민하고 있다. 다음에는 현실이 아닌 좀 더 정공법으로 밀고 가는 장르를 해보고 싶다"며 차기작으로도 스릴러를 고민하고 있음을 이야기했다.

    영화 '84제곱미터'는 지금 넷플릭스에서 스트리밍 중이다.



    iMBC연예 김경희 / 사진출처 넷플릭스 / ※이 기사의 저작권은 iMBC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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