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찬욱 감독은 "와주셔서 고맙다. 이런 날이 오네요 진짜. 소설 원작을 처음 읽고 영화로 만들고 싶다는 생각을 한 지 20년이 되어 간다. 물론 그동안 이 한 작품만 매달려온 건 아니지만 끊임없이 노력했는데 이날이 오고야 말았다. 빨리 여러분께 보여드리고 싶다"라며 인사했다.
'친절한 금자씨' 이후 20년 만의 경쟁 부문 진출작으로 선정된 것에 대해 박찬욱 감독은 "나이가 드니까 뭐 했다 하면 20년 만에라는 타이틀이 붙는다. 그 외에도 '쓰리몬스터'로 비경쟁 부문, 또 심사위원으로 가봐서 오랜만이라는 기분은 안 든다. 한국 영화가 경쟁 부문에 오랜만에 간다는 건 좀 의미 있는 일 같다. 부산 국제영화제 개막작으로 초대받은 것도 영광스럽다. 한국 영화와 함께하는 역사라 소중하다"라며 베니스영화제, 부산국제영화제 등의 진출에 관해 이야기했다.
오래 준비하고 가장 만들고 싶었던 영화라는 것에 대해 박찬욱 감독은 "미스터리 소설 좋아해서 많이 읽어왔다. 사춘기 시절부터 읽었던 것 중에 이렇게까지 영화로 만들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건 없었다. 미스터리 장르는 누가 범인이냐의 종류가 많은데 수수께끼가 풀리고 나면 해소되는 게 많고 다시 음미하기에 재미있지 않은 게 많은데 이 작품은 처음부터 범죄를 저지르려는 사람으로 시작해서 수수께끼는 없고 그의 심리, 멀쩡했던 보통 사람이 어쩌다가 이렇게 됐는지를 묘사한다. 몇 번을 곱씹어봐도 음미할 가치가 있고 심리 장치가 여러 가지로 잘 되어 있다. 자기가 상대하려는 희생자가 다 자기의 분신 같은 존재들이다. 또 씁쓸한 비극인데 거기에 새로운 종류의 부조리한 유머를 넣을만한 가능성도 보였다. 소설 자체도 그런 걸 갖고 있지만 내가 만든다면 더 슬프게 웃긴 유머가 많이 살겠다고 생각했다"라며 이 작품에 어떤 매력을 느꼈는지를 이야기했다.
박찬욱은 "남이 만든 영화와 시리즈를 보며 눈에 띄는 배우가 있다. 저 사람 참 훌륭하다, 나도 언젠가 하고 싶다고 생각하게 된다. 저처럼 몇 년에 한 편 겨우 만드는 사람은 그런 배우를 다 만나기 힘들다. 이제나저제나 기회를 노리게 된다. 긴 세월 동안 눈여겨봤던, 그 중 술자리에서도 자주 만나고 개인적으로 아는데 작품에서 못 만났던 배우들도 있다. 염혜란의 경우 시상식에서 처음 상을 받는 모습을 봤다. 그때 각본 쓰던 때라서 눈이 번쩍 뜨이더라. 그래서 그날 바로 함께 일하던 사람에게 이야기했다. 차승원은 '전란'을 같이 했다. 이 역할이 등장하는 시간은 짧은데 만수의 입장에서는 똑같은 비중을 가지는 상대여서 존재하는 느낌이 처지면 안 되었다. 이런 캐스팅이 사실 어렵다."라며 배우들의 캐스팅을 이야기했다.
박찬욱 감독은 "만수의 집이 주요한 공간이다. 돈이 모이자마자 아버지가 지은 집을 사서 폐허에 가까웠던 집을 고치고 손수 온실도 꾸미고 그네도 달며 보금자리로 꾸민 집이다. 실직해서 퇴직금 까먹고 취업은 안되는 상황에서 집을 팔아야 하나라는 현실 문제에 봉착했을 때 만수가 그걸 견딜 수가 없게 된다. 배우 다음으로 캐릭터와 같다고 생각하고 만든 집이다. 미술감독과 함께 정말 많은 집을 봤는데 아산에서 한 곳을 선택했다. 거기에 많이 덧붙이고 바꾸고 실내는 완전히 새로 해서 스튜디오에서 찍었다. 집과 정원, 뒷마당, 앞마당, 거기 심긴 나무와 꽃까지 신중하게 선택했다. 제가 어릴 때 70년대에 많은 건축업자들이 서양식 주택을 똑같이 지어서 팔았는데 그걸 '블란서 양식'이라고 불렀다. 그런 엉터리 유럽 양식인데 그게 독특한 절충적 양식이어서 재미있고, 매력이 있다."라며 가족만큼 지키고 싶었던 집의 미술을 설명했다.

세계적인 첼리스트와의 협업 등 음악에도 상당히 신경을 쓴 영화다. 박찬욱 감독은 "음반이 나오면 재미있게 느끼실 것. 모차르트부터 트로트까지 많은 곡이 등장한다. 인물들이 듣는 곡들이다. 진짜 영화 음악인 스코어는 현대 음악에 가까운 재즈 요소도 있고 지금까지 제가 만든 거 중 가장 모던하다. 런던의 콘템포러리 오케스트라와 만들었는데 출연료 깎고 제작비를 쥐어짜서 음악을 녹음했다. 최상의 음질, 연주자들의 실력도 그렇고 최상에 도달하는 곡들이다"라며 음악에 관해서도 이야기했다.
박찬욱 감독은 "원작은 도끼라는 제목이었다. 그 책의 추천사를 쓸 때 '만약 이걸 한국 영화로 만든다면 제목을 모가지로 바꾸겠다'라고 했었다. 영화에 그 대사가 나오기도 한다. 어쩔 수 없게도 도끼 또는 모가지를 둘 다 쓸 수 없게 되었다. 해고라는 뜻이라기보다는 글자 그대로 잔인한 폭력행위를 연상시키게 된다. '악마를 보았다'에 출연한 이병헌의 필모가 연상되어서 제목을 바꿨다. 어찌 보면 비겁한 정서가 담겨있는 제목이다. 나쁜 짓을 하면서도 합리화하는 마음이 담긴 글인데 영화 보면서 인물에게 연민을 느끼면 어쩔 수 없었겠다는 안타까움도 들 것. 만수의 마음만 표현한 게 아니라 만수를 해고하는 기업의 중역 입에서도 나오는 대사다. 현대사회에서 구조조정 당하는 입장에서도 슬프고 그걸 행하는 사람도 늘 하는 말이 늘 어쩔 수가 없다는 것이다. 그게 충돌해서 빚어내는 비극을 보여드리고 싶었다"라며 제목의 비하인드를 밝혔다.
박찬욱 감독은 "제가 보수적이다. 어려서부터 영화감독이 되고 싶다, 영화를 만들고 싶다는 꿈을 꿨고 그 기준은 항상 영화관이었다. 그게 기본값이고 촬영할 때부터 후반 작업할 때도 작은 소리, 무심코 지나갈 법한 밤의 새소리, 화면 구석의 조그맣게 보이는 부분도 신경을 써서 매만지는 공들인 작업이 그래도 큰 스크린, 좋은 스피커, 중간에 멈출 수 없는 깜깜한 폐쇄된 환경에서 감상해야 여러분께 선사하려고 했던 노력이 다 표현될 수 있기에 극장 개봉이 우선이다"라고 극장용 영화를 고집하는 이유를 설명했다.
또한 "언제나 천만 관객을 목표로 영화를 만들어왔기에 이번이라고 새삼 다를 건 없다"라고 덧붙였다.
박찬욱 감독은 "영화 만들 때 오로지 한국 관객만 이해할 수 있는 유머나 농담, 정서, 뉘앙스를 담으려 하지는 않고 보편적인 이야기를 하고 싶어 한다. 그게 외국인에게 잘 보이고 싶어서도 있겠지만 영화를 고집하는 이유 중 하나가 오래 살아남는 작품을 하고 싶어서다. 50년, 100년 후 미래세대도 찾아보는 작품을 하고 싶어서 더 극장용 영화에 매달린다. 미래세대도 지금 사람처럼 웃고 울고 즐기는 작품이라면 당대의 외국인에게도 통한다고 생각한다"라고 이야기했다.
그러며 "이번 영화에서는 특히 외국인에게 뭘 봐달라고 할 게 딱히 없지만 그래도 한말씀 드리자면, 우리나라 가요가 많이 사용된다. 조용필, 김창완, 배따라기 등 요즘 젊은이는 잘 모르지만 재미있고 아름다운 노래가 많이 쓰인다. 한국의 훌륭한 가요를 외국인도 듣고 더 재미있어하길 바란다"라고 했다.
미국작가조합에서 제명된 것에 대해 "제 입장이 많이 알려져서 덧붙일 말은 따로 없다. 그냥 작가로의 활동에는 아무런 제약이나 제한은 없다"고 답했다.
박찬욱 감독은 "실직, 해고의 이야기라 해서 무겁고 어두울거라 생각하시겠지만 그렇지 않게 하려고 했다. 사람 사는 이야기는 아무리 슬픈 이야기도 들여다볼수록 우스운 구석이 있다. 웃겨서 슬프기도, 슬퍼서 웃긴다고 볼 수 있을 것. 안타까운 사람을 비웃는 종류의 웃음은 아니다. 내 안의 모습, 이웃에게서 볼 수 있는 모습과 감정을 담고 있다. 그래서 웃을 수도 있고 눈물 흘릴 수도 있는 모두의 이야기"라며 영화를 이야기했다.
'어쩔수가없다'는 '다 이루었다'고 느낄 만큼 삶이 만족스러웠던 회사원 '만수'(이병헌)가 덜컥 해고된 후, 아내와 두 자식을 지키기 위해, 어렵게 장만한 집을 지켜내기 위해, 재취업을 향한 자신만의 전쟁을 준비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은 영화로 9월 개봉 예정이다.
iMBC연예 김경희 / ※이 기사의 저작권은 iMBC에 있습니다.

당신의 의견을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