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쿠팡플레이 시리즈 '직장인들' 시즌2를 연출한 김민 PD는 이번 시즌의 키워드를 "판 짜기, 기다림, 그리고 현실감"으로 요약했다. 그는 자신을 "연출자라고 말하기도 애매하다. 판만 만들어 놓고 출연자들이 알아서 놀 수 있게 기다리는 사람"이라고 소개했다. 애드리브가 베이스인 프로그램의 특성상, 가장 먼저 고려한 건 "즉흥을 즐길 수 있을 만큼 내공이 탄탄한 배우들"이었다. 그래서 섭외 기준도 명확했다. "기본 연기력이 있고 즉흥성을 즐길 수 있는 분들, 그리고 직장이라는 공간에서의 리얼리티를 끝까지 밀어붙일 수 있는 분들"이었다는 설명이다.
김민 PD는 시즌2의 제작 방식도 구체적으로 풀었다. 대본과 애드리브의 비율을 묻자 "한 8 대 2에서 9 대 1 정도로 애드리브가 훨씬 크다"고 못 박았다. 회차별로 "법카, 퇴근, 게스트 PT 같은 전체 주제와 설정"만 가볍게 합의하고, 그 안을 채우는 대부분은 배우들의 즉흥 플레이로 만들어 간다. "아침에 모여 '오늘은 이런 테마로 간다' 수준만 맞춘다. 애드리브 자체도 사전에 많이 합의하지 않는다. 그게 우리 방식"이라고 말했다.
그는 연출 철학의 중심을 "예능 같아지는 부분을 덜어내는 일"이라고 했다. "오피스에서 실제 벌어질 법하지 않은 순간들은 최대한 걷어낸다. 대신 직장인 모먼트에 가까운 상황을 부각시킨다. 부장급 시청자는 부장에게, 인턴은 인턴에게 감정이입하며 그 사람의 하루를 보게 만드는 게 목표"라는 것. 그래서 "큰 웃음으로 끝나지 않아도 된다. 현실의 직장처럼 애매하게 수그러들거나 갈등으로 마무리되는 순간도 그대로 둔다"고 했다. 댓글에서 "주임이 부장에게 저럴 수 있냐" 같은 반응이 나와도 서사를 통해 해소한다고. "시즌2는 에피소드가 서서히 연결된다. 예를 들어 김원훈 주임이 백 부장에게 대들지만 앞으로 나올 회차에서는 김원훈 주임이 백 부장을 따로 만나 속내를 털어놓는 장면처럼 관계의 맥락을 점점 쌓아 올린다."
애드리브가 메인이 되는 현장을 진행하며 불안감은 없냐는 질문에 김민 PD는 "불안보다 호기심"이 있다는 답을 했다. 그는 "출연자들에 대한 믿음이 더 커서 늘 기대하면서 기다린다"고 했다. 기다림의 중심에는 신동엽이 있다고. "대표만 연예인이라는 설정을 가장 영리하게 플레이한다. 현실감 있게 판을 짜주고, 스스로는 슬쩍 빠지며 다른 사람들을 돋보이게 한다. 쇼츠에선 김원훈, 시즌2에선 백현진이 많이 부각되지만 전체를 보면 동엽이 형의 판이 보인다."

배우들의 포지셔닝은 축구 전술처럼 다층적이다. 김민 PD는 "모두가 전방 공격수가 되면 직장처럼 느껴지지 않는다"고 했다. "2002년 네덜란드가 최전방에 공격수만 가득 세우다 본선 진출에 실패했던 것처럼, 우리도 허리에서 볼을 배급하고 템포를 잡는 미드필더가 필요하다. 김민교가 그 역할을 한다. 반대로 최전방에서 눌러 주는 에너지가 필요한 순간엔 백현진과 김원훈이 공격 포인트를 만든다. 합이 너무 잘 맞으면 오히려 이 프로그램은 망가진다. 약간의 불협화음과 삐걱거림이 있어야 직장 같다." 그래서 농담처럼 이렇게 말한다. "너무 친해지면 안 된다. 회식도 안 하셨으면 좋겠다."
대부분이 애드리브로 진행된다면 작가나 제작진의 역할은 무엇인지 궁금했다. 김민 PD는 "대사를 촘촘히 쓰는 대신, 상황과 딜레마를 섬세하게 배치한다. PPT 같은 자료도 엄청나게 많이 준비하고 어떤 게스트를 섭외할지, 게스트에 맞는 어떤 주제를 풀어가면 좋을지를 준비한다. 그리고 촬영 당일 오전 회의에서 '이건 빼고 저건 넣자' 정도만 조율하고, 배우들은 그 재료를 활용하거나 버리거나 아예 새로 만들어 간다. 작가들이 판의 구조를 짜기 때문에 배우들이 더 편하게 애드리브를 칠 수 있다."라며 7명의 작가들이 어떤 역할을 하는지를 설명했다. 심지어 강조하고 싶은 단어나 키워드를 작가가 배우들에게 제시하기도 하지만 배우들의 판단에 의해 그 단어를 쓰기도, 쓰지 않기도 한다고. 또한 배우들의 즉흥을 사전에 연습하는 건 지양한다. "아침에 혼자 문장을 이것저것 맞춰보는 건 오히려 감을 떨어뜨린다. 즉흥은 즉흥으로, 슛 들어가서 살아 있어야 한다."라며 연출 철학을 밝혔다.
시즌2가 보여주는 '현실 보증'은 우연이 아니다. 김민 PD는 "직장은 마르지 않는 소재의 샘"이라고 말한다. "하루하루가 평온하게 끝나는 일이 거의 없다. 늘 새로운 갈등과 딜레마가 생긴다. 그래서 우리는 웃음을 위해 억지로 끌고 가지 않는다. 불편하고 미묘한 장면도 직장인의 소화 범위 안에서 끝까지 본다." 그는 이 작업을 버라이어티가 아닌 "오피스 드라마에 가까운 즉흥극"으로 규정한다. "웃기지 않아도 되는 장면이 많다. 대신 끝나고 나면 '저건 내 얘기인데'라는 찌릿한 공명이 남아야 한다."
영향을 받은 포맷으로는 '더 오피스'를 언급했다. "원작은 영국 드라마지만 미드 버전이 더 흥했다. 스티브 카렐 같은 배우도 시트콤만 한 게 아니다. 폭스캐처 같은 영화에서 보듯 무게 있는 연기를 할 수 있어야 즉흥 코미디가 살아난다. 우리도 코미디언과 영화·연극 배우가 섞여 있지만, 공통분모는 내공이다."



편집의 기준은 일관된다. "예능처럼 보이는 장면은 웃겨도 뺀다. 반대로 직장인 모먼트라면 작은 숨결도 살린다. 배우들의 웃음도 무조건 덮지 않는다. 현실의 사무실에서도 아무리 딱딱한 사람도 웃는 순간이 있다. 캐릭터의 바이브 안에서 자연스럽게 터지면 그대로 둔다."
시즌 운영과 향후 계획을 묻자 그는 고개를 젓는다. "지금은 시즌2 편집이 한창이라 다음 시즌을 길게 계획하진 않았다." 다만 방향성은 분명하다. "더 현실적인 판을 깔고, 출연자들이 더 자유롭게 놀 수 있게 기다릴 것이다." 이 철학은 시즌 초반부터 끝까지 일관된다. "연출은 결국 기다림이다. 불확실성 속에서 팀을 믿고, 직장의 리얼리티를 믿고, 순간의 생동을 믿는 일."
김민 PD는 마지막으로 시청자에게 이렇게 당부했다. "이건 정극이 아니라 희극이다. 그래서 판타지의 여지가 분명히 있다. 다만 그 판타지마저도 직장이라는 리얼리티 위에 얹고 싶다. 부장, 주임, 인턴… 각자의 자리에서 자기 하루를 본다고 느끼실 수 있게, 우리는 계속 판을 깔고 기다리겠다."
쿠팡플레이 시리즈 '직장인들' 시즌2는 월급 루팡과 칼퇴를 꿈꾸는 DY기획의 찐 직장인들, 스타 의뢰인과의 심리전 속에서 펼쳐지는 리얼 오피스 생존기다. 매주 토요일 저녁 8시 쿠팡플레이에서 공개된다.
iMBC연예 김경희 / 사진출처 쿠팡플레이 / ※이 기사의 저작권은 iMBC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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