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방송계에 다시 파업의 어둠이 드리우고 있다. 미국감독조합(DGA)은 물론, 2년 전 대규모 파업의 주축이었던 미국작가조합(WGA)과 미국배우방송인노동조합(SGA-AFTRA)까지 참전하며 점점 사태가 커지고 있는 중이다.


이번 갈등의 시작이 된 건 지미 키멜이 지난 15일(이하 현지시간) ABC 토크쇼 '지미 키멜 라이브!' 도중 했던 발언. 당시 지미 키멜은 "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트럼프 대통령 지지 집단) 집단이 찰리 커크를 살해한 범인을 자기들과 무관한 인물로 보이게 하려 애쓰고 있다"라고 발언해 보수 진영의 비판을 받았다.
이어 그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추모 영상을 언급하며 "이건 마치 4살짜리 아이가 금붕어를 잃고 애도하는 방식"이라고 조롱하기도 했다.
이를 본 연방통신위원회(FCC) 위원장 브렌던 카는 즉시 ABC에 조치를 취하겠다고 경고했고, 한 팟캐스트 인터뷰에서도 "이건 디즈니(ABC 채널 모회사)에 매우 심각한 사안이다. 변화가 필요하다는 걸 알아야 한다"라고 일갈했다.
곧이어 ABC 계열사 다수를 보유한 넥스타 미디어는 "지미 키멜의 발언을 강력히 질타한다"며 '지미 키멜 라이브!' 편성을 무기한 중단하겠다고 발표했다.
다른 이의 경우 "우리 가족은 디즈니(ABC 채널 모회사) 구독을 모두 취소했다. 디즈니가 표현의 자유를 존중하지 않는다면 우린 한 푼도 내지 않을 거다. 지미 키멜은 잘못된 말을 하지 않았다"라고 댓글을 남기는가 하면, 할리우드 블러바드 모처의 '지미 키멜 라이브!' 스튜디오 앞에서 항의 시위를 진행하기도 했다.

유명인들의 반응도 뜨겁다. '로스트' 제작자로 유명한 데이먼 린델로프는 "이번 결정에 충격을 받았고, 슬픔과 분노를 동시에 느끼고 있다. 조속히 문제가 해결되길 바란다"라고 솔직한 심경을 밝히며 "조정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난 ABC와 더 이상 일할 수 없다. 혐오 발언과 농담의 차이를 아는지 스스로 되짚어보길 바란다. 방송사 측은 그 답을 알고 있다 생각한다"라고 덧붙였다.
영화 '쏘리 투 보더 유'의 감독 부츠 라일리는 "미국감독조합(DGA)이 회원들에게 ABC·디즈니·훌루·마블 작품 제작 불참을 선언하면 디즈니는 몇 시간 내로 결정을 번복할 것"이라며 집단행동을 제안하기도 했다.
WGA와 SGA-AFTRA도 동조했다. WGA는 "서로의 생각을 자유롭게 표현하고, 때로는 불편하게 만들 수 있는 권리는 자유 사회의 근간이다. 이는 폭력이나 정부 권력 남용, 기업의 비겁한 결정으로도 결코 억압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SAG-AFTRA 역시 "이번 방송 중단 결정은 자유를 위협하는 억압과 보복의 행태"라고 지적했다.


한편 만약 이번 사태가 파업까지 이어지게 된다면 미국 연예계는 2023년 이후 2년 만에 재차 파업의 악몽과 직면하게 된다. WGA는 미국제작사연맹(AMPTP)과의 협상 결렬 여파로 파업에 들어간 바 있는데, 이 여파로 '어벤져스: 둠스데이'와 '아바타' 등 여러 디즈니 영화를 비롯, '더 라스트 오브 어스'와 '기묘한 이야기' 등의 제작이 연기됐다. 해당 파업이 미국 경제에 입힌 손실액은 약 5조 원에 달한다.
iMBC연예 김종은 / 사진출처 데이먼 린델로프, WGA SNS / ※이 기사의 저작권은 iMBC에 있습니다.

당신의 의견을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