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원한 80대 어머니 수액주사 뺀 딸‥'존속살해' 혐의 유죄

병원에 입원 중인 80대 노모의 수액 주삿바늘을 빼 숨지게 한 딸에게 2심 법원이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했습니다.

서울고법 형사6-3부는 지난달 18일 존속살해 혐의로 기소된 여성에게 징역 2년 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했습니다.

1심 법원은 과실치사 혐의만 적용해 금고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는데, 2심은 존속살해 혐의까지 적용해 형량이 높아졌습니다.

이 여성은 지난 2022년 11월 12일 새벽 심부전 및 대동맥판막 협착증으로 입원 중인 어머니의 수액관 주삿바늘을 빼 약물이 투여되지 못하게 한 혐의를 받습니다.

또 호흡·맥박 등 활력 징후에 변동이 생기면 알람이 울리도록 몸에 부착해 둔 모니터의 전원도 껐다는 혐의도 있습니다.

1심 법원은 "어머니가 자연사하도록 도우려는 의사였던 것으로 보인다"며 "살해 행위와 동등한 형법적 가치를 가진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하지만 2심 법원은 이 여성이 의료진으로부터 약물에 관해 충분한 설명을 들은 점 등을 들어 "존속살해의 미필적 고의를 인정할 수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연명 의료 중단 결정 절차가 진행 중인데, 이를 따르지 않고 충동적으로 범행을 저질렀다는 것입니다.

재판부는 "국회는 환자 최선의 이익을 보장하고 자기결정권을 존중하는 '연명 의료 결정법'을 제정했다"며 "법을 무시하고 환자를 살해한 행위는 법률의 규범력을 심각하게 훼손할 뿐만 아니라 자칫 환자의 생명을 마음대로 박탈하는 풍조를 만연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다만 심신미약 상태에서 우발적으로 범행을 저지른 점, 이 사건으로 교도소에서 5개월이 넘는 구금 생활을 한 점 등을 고려해 집행유예를 선고했다고 밝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