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중앙지법 입구를 응시하고 있던 기자들 사이에서 탄성이 터져 나왔습니다.
화려한 무대 의상 대신 검은색 옷을 입고 법정에 나타난 5명의 소녀들.
대세 아이돌 걸그룹 뉴진스 혹은 NJZ(?)입니다.
둘 중 어떤 이름으로 불리게 될 지 판가름이 날 '기획사 지위보전 및 광고계약 체결 등 금지' 가처분 심문 첫날.
당사자가 직접 올 의무가 없는데도 5명의 멤버 전원은 모두의 예상을 깨고, 직접 법정에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저희와 관련된 일이니까 직접 출석하는 게 낫다고 생각했습니다."
대부분의 경우 법정에서 연예인을 볼 수 있는 건, 범죄를 저질러 형사재판을 받는 경우입니다.
오늘처럼 자신들의 권리를 직접 주장하겠다며, 아이돌 멤버 전원이 법정에 나오는 건 기자들에게도 흔치 않은 광경입니다.
그동안 멤버들이 일관되게 주장해온 대로 이들의 대리인은 "하이브가 경쟁 그룹 홍보에만 몰두하는 등 멤버들에 대한 차별과 배척, 성과 파괴 행위를 했고, 멤버들이 믿고 의지하던 민희진 프로듀서를 이유도 없이 쫓아냈다"고 주장했습니다.
소속사인 어도어 측은 "210억 원이나 투자해 공들여 키운 그룹을 배척하거나 차별할 이유가 없다"며 "데뷔 이후의 전폭적 지원, 성공적 결과만 봐도 차별이나 배척을 했다는 주장은 성립할 수가 없다"고 반박했습니다.

"저희의 성적과 이미지를 깎아내리는 하이브와 소속 레이블에 대해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는 어도어의 태도를 보면서 무력감을 느꼈습니다." _ 해린
"저희는 5명이지만, 6명으로 이뤄진 팀입니다." _ 다니엘
"스스로의 감정을 감추고 억눌러야 하는 이런 상황에서 진정성 없는 작업물로 대중에게 다가갈 수 없습니다." _ 혜인
"하이브는 처음부터 저희에 대한 존중 없다는 걸 강하게 느꼈습니다"_하니
"불합리한 차별은 모두 오해고 돌아오면 회복할 수 있다고 말하는 회사는 저희 상처를 더 깊게 만들 뿐입니다" _ 민지
모두의 발언이 끝나갈 때쯤, 다니엘은 꼭 하고 싶은 말이 더 있다며 앞으로 달려 나와 울먹이는 목소리로 말했습니다.
"어도어에서 어떤 보호를 받을지 모르는 상태에서 절대 돌아갈 수 없습니다. 제가 지금 21살인데 어도어에서 남은 5년을 보내고 싶지 않습니다."
재판을 마친 뒤 포토라인 앞에 선 5명은 "저희가 겪은 부담감에 대해서 제대로 설명을 드릴 수 있었던 것 같아서 후회는 없다"고 말했습니다.
법정에서의 절절한 호소가 그들에게 새 이름을 쓸 자유를 가져다줄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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