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교육청이 지적한 한민고 비리 백태‥학교 차량 사적 사용에 횡령까지" (2025년 4월 3일 뉴스데스크)
사학재단이 저지를 수 있는 온갖 형태의 비리들이 집대성돼 있다 보니 세세히 기사에 쓰지 못한 비리도 많았습니다. 그중 하나가 학교 급식 관련 비리 의혹입니다. 한민고는 개교 이후 현재까지 단 한 차례의 예외 없이 한 곳의 업체에게만 급식을 맡기고 있습니다. 문제는 이 업체가 식품비에 쓰기로 한 돈을 제대로 쓰고 있지 않다는 점입니다.
급식비는 사용 목적에 따라 크게 3가지로 나눠집니다. 인건비 등이 포함된 급식 운영비와 급식시설·설비비, 그리고 식품비입니다. 식품비는 말 그대로 식재료를 사는 데 쓰는 돈을 말합니다. 경기도교육청은 이렇게 분류된 각각의 목적에 어긋나게 돈을 쓰면 안 된다고 규정합니다. 즉, 식품비로 책정된 돈은 인건비나 시설비에 쓰면 안되고 식품을 구매하는 데만 써야 한다는 겁니다. 서울시교육청은 이를 더 구체적으로 명문화했습니다.
"반드시 식품비, 관리비, 인건비로 분리하여 편성. 인건비를 식품비로 사용할 수 없으며 최우선적으로 집행하여 잔액없이 사용"
- 서울시교육청 2025학년도 학교급식 기본방향 -
급식비에서 식품비를 어느 정도 비율로 써야 하는지도 못 박아놨습니다. 서울과 인천 등 전국 대부분의 교육청은 식품비 비율이 65% 이상이 돼야 한다고 요구합니다. 그럼 한민고의 급식비 실태는 어떨까요?
한민고가 위탁계약한 급식업체는 식품비 비율을 이보다 더 높게 책정합니다. 무려 67%를 식품비에 쓰겠다고 계약서에 명시합니다.

2022년 한민고-급식업체 계약 내용

한민고 급식업체 식품비 사용 비율 위반 금액
"의무적으로 식단가의 65%를 식재료비에 사용해야 하는데 이번 감사 결과 63%, 64% 비율로 돼서 감사 지적을 받았습니다."
- 2024학년도 제6회 학교운영위원회 회의록 -
그럼 급식업체에 대해 어떤 조치가 내려졌을까요? 놀랍게도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았습니다. "앞으로 식재료비 비율을 반드시 지키도록 감독하겠다"고 다짐합니다. 이미 수년에 걸쳐 식품비 비율 준수를 무시해 온 업체를 계속 믿겠다는 겁니다. 지난 2014년부터 작년까지, 위탁급식비와 인건비 명목으로 이 업체가 받아 간 돈은 320억원이 넘습니다.
급식업체 대표에게 왜 식품비 비율을 어겼는지 물어봤습니다. 답변은 황당했습니다.
"방학동안 아이들 급식 안 먹는데 직원들 월급은 계속 나가야 돼 적자가 매년 생긴다. 비상금 비축 차원에서 조금씩 남겨놨다."
식품비를 인건비로 전용하는 건 명백한 불법입니다. 이 업체 대표는 지난해 10월 한민고 관계자와의 대화에서 학교 고위 관계자에게 매년 돈을 줬다는 얘기도 서슴없이 했습니다.
"작년(2023년)에 그 100만원. (올해는 안 주고) 재작년에는 줬지. 매해 줬는데 그건."
다만 취재진과의 통화에서 이 돈이 대가성 아니냔 의혹은 부인했습니다.
한민고는 특정 업체와 줄곧 재계약을 하는 이유로 이런 핑계를 내세웁니다.
"학교가 파주에서도 외진 곳에 있어 급식업체들이 인력을 운용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
- 한민고, 감사 지적에도 12년째 단일 급식업체와 계약 논란 (2025년 5월 6일 연합뉴스) -
파주 광탄면, 외딴 곳에 학교가 위치해 들어오려는 급식업체가 없다는 설명입니다. 정말 그럴까요? 전직 경기도교육청 관계자는 이렇게 반박했습니다.
"여기는 기숙학교잖아요. 3식을 해요. (전교생) 1천명이면 한 끼라도 와요. 그런데 아침, 점심, 저녁 세 끼를 하기 때문에 3천명이지 않습니까? 3천명 규모를 안 하는 업체는 전혀 없습니다. 서로 오려고 그래요."
그리고 한민고는 최근 이 업체와 다시한번 급식계약을 체결했습니다. 공교롭게도 지난달 29일부터는 경기도교육청이 한민고에 대한 재감사에 들어간 상태입니다. 위법 사항을 이미 앞선 감사에서 지적받았어도, 도교육청이 다시한번 감사를 벌이고 있어도 아랑곳 하지 않는 태도입니다. 왜 그럴까요? 한민고 전직 교직원이 취재진에게 전해준 교육청 감사 담당자와 나눴던 대화 내용입니다.
"여기가 사립학교다 보니까 흔히들 사람들이 생각하는 식의 정의구현이라고 하죠. 그런 '아주 사이다 같은 결말이 나오지는 않을 수도 있을 것 같다'라고 (감사관이) 조금 걱정을 하셨습니다. '사립학교니까 자기들이 할 수 있는 건 재단에 통보를 해서 재단에 이런 사실들이 있으니 바로 잡으셨으면 한다라고 권고 정도를 할 수 있을 것 같다'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위법의 위법이 계속되어도 어떤 이유에서인지 변치 않는 재계약. 교육청으로부터 지적을 받아도 무시로 일관하는 학교 행정. 그리고 무시를 당해도 아무 조치도 하지 않는 교육당국. 2025년 5월에도 반복되고 있는 한민고를 둘러싼 모습입니다.
[반론보도] 「급식비 수억 원 빼돌려도‥10년 넘게 한 업체에 몰아주기」 기사 관련
본 방송은 지난 5월 6일 사회 섹션에 「급식비 수억 원 빼돌려도‥10년 넘게 한 업체에 몰아주기」라는 제목으로 한민고등학교가 교육청의 지적을 받아도 식자재 약정비율인 67%를 안 지켜도 해당 업체와 독점적으로 계약해왔다고 보도하였습니다.
이에 대해 한민고 측은 "파주시교육지원청 감사결과에서도 식자재 약정비율은 65%로 확인되었고, 그에 따라 미집행금액 1억 4천여만 원에 대해 환수조치를 진행하고 있다"며 "그동안 급식업체 선정은 공개입찰경쟁을 통해 급식소위원회에서 결정하였다"고 알려왔습니다.
이 보도는 언론중재위원회 조정에 따른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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