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결혼식장 접수대 쪽 화환 앞으로 검은 양복을 차려입은 건장한 남성들이 병풍처럼 늘어서 있습니다.
잠시 뒤 머리를 바짝 깎고 마찬가지로 정장을 입은 남성 두 명이 도착하더니 마주치는 사람마다 90도로 인사를 합니다.
기필코 한 사람당 한 번씩은 꼭 인사를 해야 한다는 듯 허리가 다 펴지기도 전에 다시 고개를 숙이는 남성들.
약 20초간 한 명이 12번에 걸쳐, 그러니까 1.5초에 한 번꼴로 "안녕하십니까 형님"이라며 인사를 한 겁니다.
이곳은 바로 이른바 '신남부동파'라는 이름의 조직폭력배 조직원의 결혼식 현장이었습니다.
상의를 벗은 채 온몸에 문신을 드러내며 자랑스럽게 사진을 찍은 폭력 조직원들의 모습.
최근 부상한 이른바 'MZ조폭'과는 달리 이미 사라져 간 전형적인 '전통 조폭'을 재건하려 했다는 게 경찰의 설명입니다.
이들은 실제로 서울 강서구 일대에서 활동하며 지역 업주들에게 보호비 명목으로 매달 수십에서 수백만 원을 갈취해 왔습니다.
특히, 나름의 '행동강령'을 갖고 조직원을 강압적으로 관리해 왔는데, 합숙소까지 차려놓고 신입조직원들을 3개월간 혹독하게 훈련시켰습니다.
만나면 90도 인사를 하는 '굴종 인사', 말끝마다 '형님'을 붙이는 호칭법, 교도소를 내에서도 '형님'을 모신다는 내용의 '옥중 처세' 등을 집중적으로 가르친 겁니다.
만약 조직원이 말을 듣지 않으면 야구방망이로 때리거나 조직을 탈퇴하려 하면 감금에 집단폭행까지 일삼은 걸로 파악됐습니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강서구 일대 보도방 업주들에게 1억 원가량을 뜯어냈고, 한 회사 주주들로부터 '폭행 청부'를 받고 10여 명을 동원해 주주총회를 방해하거나 유흥주점 업주를 폭행해 상납금을 요구하기도 했습니다.
서울경찰청 형사기동대는 이들 '신남부동파' 조직원과 추종세력 등 34명을 붙잡아 부두목 등 9명을 구속하고, 도주한 조직원 5명에 대해서는 지명수배를 내렸다고 밝혔습니다.
[경찰관]
"체포영장 발부된 거고요. 6월 21일날 발부된 거."
경찰 관계자는 "이들은 주로 무직이거나 일용직인 10대에서 30대 지역 선후배들을 대상으로 '싸움만 잘하면 된다'고 권유해 조직원을 끌어모았다"며 "이른바 '형님 문화'와 '의리' 등 허상에 현혹돼 가입했지만, 구속된 뒤에는 과거를 뉘우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화면 제공 : 서울경찰청)
사회
곽동건
곽동건
결혼식서 12연속 '꾸벅꾸벅꾸벅'‥대체 뭔 교육 받았나 봤더니
결혼식서 12연속 '꾸벅꾸벅꾸벅'‥대체 뭔 교육 받았나 봤더니
입력 2025-08-14 17:00 |
수정 2025-08-14 17:00
당신의 의견을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