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재심에서 약 40년 만에 무죄 선고를 받은 정진태 씨
서울남부지법 형사14단독 김길호 판사는 오늘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실형을 선고받았던 72살 정진태 씨의 재심 사건에서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1983년 2월 서울대 외교학과 재학생이던 정 씨는 이적표현물을 갖고 있다는 혐의로 검거된 뒤 재판에 넘겨져 징역 3년을 선고받았습니다.
정 씨는 불법 구금된 상태에서 집중 조사를 받았고, 고문과 함께 회유와 강압 등을 당했다고 주장했지만, 항소심과 대법원에서 모두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지난 4월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의 진실 규명 결정에 따라 40년 만에 재심이 열리게 됐습니다.
재판부는 "정 씨가 보유한 서적 내용이 북한 활동에 동조하거나 국가의 존립, 안정을 위협한다고 보기 어렵다"라며 "이 사건 공소사실은 범죄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돼 무죄"라고 밝혔습니다.
정 씨는 선고 뒤 취재진에게 "그동안 직장도 제대로 못 잡고 어려운 생활을 했다"며 "40년 동안 짓눌렸던 굴레를 벗게 돼서 정말 다행이고 이제야 정말로 정식으로 대한민국 국민이 된 기분"이라고 말했습니다.
또 "국가보안법으로 고생하신 분들이 많고, 많은 사건이 해명됐음에도 이적표현물 소지 등의 경우 제대로 재심을 못 받고 있다"며 "소명 기회가 왔으면 좋겠다"라고 했습니다.
정 씨 측 대리인 최정규 변호사는 "검찰은 억지스럽게 기각을 요구했고, 법원은 트라우마를 일으킬 수 있는 경찰 수사관의 증인 신문을 강행하려 했다"며 "요즘 언급되는 특별재판부는 정치 관련이 아닌, 국가폭력 피해자를 위한 것이 돼야 한다"고 했습니다.
정 씨 측은 재심 무죄 판결을 토대로 국가를 상대로 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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