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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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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장애인도 버스로 고향 갈 권리"‥법원, 11년 만에 "그럼 고향 노선만"

[단독] "장애인도 버스로 고향 갈 권리"‥법원, 11년 만에 "그럼 고향 노선만"
입력 2025-12-02 15:51 | 수정 2025-12-02 1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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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단독] "장애인도 버스로 고향 갈 권리"‥법원, 11년 만에 "그럼 고향 노선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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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여 년 전, 시외버스에 장애인 승하차 설비가 부족하다는 점을 지적하며 장애인을 포함한 시민 5명이 버스회사를 상대로 장애인의 '시외이동권'을 보장하라고 낸 차별구제 소송 파기환송심 결론이 최근에야 나왔습니다.

    1심과 2심, 그리고 대법원을 거쳐 다시 파기환송심까지 11년 만에 나온 결론은 버스회사가 승하차 설비를 마련할 의무는, 장애인 원고의 가족 주거지를 오가는 노선에만 적용된다는 것이었습니다.

    서울고법 민사33부는 최근 명성운수와 금호고속을 상대로 "저상버스를 도입하고 휠체어 승하차 설비를 설치하라"고 장애인들이 제기한 차별구제 소송 파기 항소심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선고했습니다.

    법원은 원고 한 명의 부모가 사는 곳이 부산이라는 점 등을 고려해 금호고속은 서울-부산, 서울-서부산 2개 노선 총 5대에 2029년까지 전부 휠체어 설비를 설치하도록 했습니다.

    명성운수 역시 원고 가족의 주거지인 경기 고양을 오가는 5개 노선을 대상으로 일부는 2035년, 일부는 2028년까지 휠체어 설비를 만들라고 했습니다.

    장애인 이동권의 범위를 가족 주거지를 오가는 것으로만 한정해 둔 셈입니다.
    [단독] "장애인도 버스로 고향 갈 권리"‥법원, 11년 만에 "그럼 고향 노선만"
    재판부는 "출장지, 여행지 등은 원고들이 탑승할 구체적, 현실적 개연성이 있는 노선지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했습니다.

    재판부는 장애인 승하차 설비를 마련할 때 재정 여건 등 회사 사정이 고려돼야 한다는 지난 2022년 대법원 판단을 바탕으로, 탑승할 개연성이 있는 노선을 따로 고려하지 않고 전 노선에 대해 적극적 조치를 해야 한다는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했습니다.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타격 등 버스회사들의 재정상태 등을 고려해 장애인 원고들이 탈 가능성이 높은 노선에 대해서만 휠체어 승하차 설비 설치 의무가 있다고 본 겁니다.

    법원은 장애인 원고들이 요구한 '전 노선 휠체어 설비 장착' 등의 개조를 한다면 금호고속은 최소 59억 원, 명성운수는 19억 원가량을 들여야 한다고 이유를 설명했습니다.

    대법원 파기환송 후 항소심 변론종결일까지도 버스회사들은 시외, 광역버스에 휠체어 탑승설비를 제공하지 않고 있었고, 법원은 이를 차별행위로 봤습니다.

    지난 2014년 4월 시작된 이 소송에서 1심은 장애인차별금지법에 따라 버스회사들이 휠체어 설비 마련 등의 조치를 즉각 취해야 한다고 봤고, 2심도 마찬가지였습니다.

    하지만 지난 2022년 3월 대법원 1부는 유예기간 없이 바로 모든 버스에 휠체어 설비를 설치하라고 한 원심 판결이 비례 원칙에 어긋난다며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습니다.

    장애인 당사자 3명이 11년 동안 소송을 진행하는 동안, 이 가운데 한 명은 세상을 떠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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