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BC는 지난 28일 윤석열 정부 시절 벌어진 '입틀막(입을 틀어막는)' 사례 중 하나인 용산어린이정원의 관람 규정에 포함된 '출입 금지' 조항에 관해 보도했습니다.
지난 2023년, 미군 반환부지에 임시 개방된 어린이정원의 토양 오염 문제와 정원 내 마련된 윤 전 대통령 부부 그림 '색칠놀이' 등을 지적한 시민들의 정원 출입이 돌연 금지된 사건이 있었는데요.
이후 법원이 출입 금지 처분은 무효라고 판결했는데도, 문제의 '출입 금지' 조항이 관람 규정에 그대로 남아있는 상황이었습니다.

https://imnews.imbc.com/replay/2025/nwdesk/article/6789239_36799.html
그런데 MBC 보도 하루 만에, 정부가 전격적으로 관련 규정을 폐지했습니다.
이재명 대통령이 어제 SNS에 공개한 '용산어린이정원 출입제한 해제 진행 현황 보고' 문서에서 이런 사실이 확인됐는데요.
해당 문서에는 "MBC에서 문제 제기한 보안검색 등에 따른 출입제한 규정도 지난 29일 오전 폐지 완료했다"는 내용이 담겼습니다.
이 대통령은 이와 함께 용산어린이정원의 전면 개방 소식을 전하며 "용산어린이정원이 온전히 국민의 품으로 돌아간다"고 밝혔습니다.

이재명 대통령 SNS
그러면서 "국민들께서 번거로운 출입 절차 없이 용산공원 임시 개방 공간을 보다 자유롭게 체험하길 바란다"고 덧붙였습니다.
■ "왜 출입 막았나" 끝내 확인 불가‥추가 소송 나선 '입틀막' 시민들
이렇듯 용산 어린이정원의 '출입 제한' 규정이 폐지되면서, 더는 '입틀막' 조항으로 인한 피해자는 나오지 않게 됐습니다.
하지만 용산어린이정원 출입이 거부됐던 당사자들은 정원을 관리하는 LH 측과 2년 가까운 소송을 벌였지만, 지금도 왜 자신들이 출입이 가로막혔는지 이유를 알지 못합니다.
판결문에 '입장 제한 규정 자체가 대통령경호처의 요청 등에 따라 별다른 근거도 없이 급하게 마련된 것으로 보인다'고 적시됐지만, 구체적으로 특정 시민들을 찍어내듯 출입을 금지한 이유까지는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유일한 단서는 재판 과정에서 짧게 언급된 내용이 전부라는 게 피해자 측의 설명입니다.

피해 시민들을 대리한 서창효 변호사(법무법인 원곡)
[서창효 변호사/'출입 금지' 시민 측 법률대리인]
"출입 거부와 관련해 LH는 관련기관인 대통령경호처로부터 '불법적인 행위가 확인된 자들의 입장을 제한할 필요가 있다'는 요청을 받아 입장을 제한한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그런데 사전 방문 예약을 신청할 때는 이름과 주민번호, 전화번호만 입력하게 돼 있거든요. 이런 점에 비추어 민간인 사찰과 '블랙리스트' 작성·관리도 의심되는 상황입니다."
용산어린이정원 토양 오염 문제 등을 꾸준히 지적해 온 시민단체 대표이자, 윤 전 대통령 부부 그림 '색칠놀이' 사실을 SNS에 알린 뒤 정원 출입이 금지됐던 김은희 씨는, '심기 경호' 때문이 아니었겠느냐고 짐작합니다.
[김은희/용산시민회의 대표(용산 주민)]
"그때 당시엔 '심기 경호'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우리가 하는 활동, 그리고 용산어린이정원에 대해 계속 문제 제기하는 것이 심기가 불편했겠죠. 어린이들에게 대통령 부부 그림을 색칠하라는 건 지금 시대에 맞지도 않는데, 그런 걸 알리고 이랬으니까 '감히 네가 뭐라고 대통령 마음을 불편하게 해?', 그래서 이렇게 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현재까지 명확하게 확인된 '출입 금지' 피해자는 용산 주민 4명과 학생 18명 등 모두 22명입니다.
이들은 이르면 다음 달쯤 정부 등을 상대로 불법적인 출입 금지 처분을 받은 데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할 예정입니다.
서 변호사는 "'입장 제한'의 근거로 제시한 내부 규정이 일부 시민들에 대한 출입 금지를 통지한 당일에 급하게 마련된 것으로 보인다"며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이런 의문점을 명백하게 해소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흔히 '민주주의는 시끄러운 것'이라고 말합니다. "민주사회는 늘 시끄럽고 부딪치고 소란스러운 것 / 그것이 지속 가능한 최고의 효율인 것". (박노해, '민주주의는 시끄러운 것')
새해에는 '누군가의 입이 틀어막힌' 소식을 전할 일이 없었으면 하는 소망을 가져봅니다. 2026년 새해 복 많이 받으시길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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