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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이미지 박재웅

[인터뷰] '이정후 팬클럽' 후리건즈의 모든 것

[인터뷰] '이정후 팬클럽' 후리건즈의 모든 것
입력 2025-05-15 15:36 | 수정 2025-05-15 1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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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터뷰] '이정후 팬클럽' 후리건즈의 모든 것
    "원 투 쓰리, 후! 리! 건!" 샌프란시스코 홈구장, 오라클 파크에서는 이틀 연속 홈런을 때려낸 이정후의 타격감만큼이나 뜨거운 주목을 받은 팬들이 있죠. 불꽃 모양의 가발을 쓰고, 'HOO LEE GANS'라는 문구가 새겨진 티셔츠를 입고 응원전을 펼치는 '후리건즈'입니다.

    지난달 8일, 신시내티전에서 처음 등장한 '후리건즈'는 한 달간 연령과 국적을 초월하는 인기를 누렸습니다. MLB닷컴도 집중 조명했고, '후리건즈'의 공식 홈페이지까지 생겨났습니다.

    이정후도 "당연히 후리건즈의 존재를 안다"면서 "응원해 주셔서 감사하고, 열심히 하는 원동력이 된다"고 '후리건즈'를 '샤라웃'(언급)했는데요. 어떤 이유로 이 모임을 만들게 된 건지 '후리건즈'를 이끌고 있는 현지 팬들을 지난 7일 화상 인터뷰로 만나봤습니다.
    [인터뷰] '이정후 팬클럽' 후리건즈의 모든 것
    Q. 반갑습니다. 한국 팬들에게 '후리건즈'를 소개해 주세요.

    A. 카일 스밀리 : 안녕하세요. 저는 '후리건즈'의 기획자, 카일 스밀리입니다.

    평생 야구를 해왔고 지금은 성인 취미 리그에서 중견수로 뛰고 있어요. 제가 가장 좋아하는 선수는 이정후인데요. 그는 정말 즐겁고 빠르게, 가볍게 경기를 하잖아요. 저희 '후리건즈'에도 그런 느낌을 반영하고 싶었어요.

    사실 '후리건즈'라는 아이디어는 지난 시즌에 시작됐어요. 처음엔 그냥 선수들 이름으로 장난치다가 누가 축구 응원단, '훌리건스(Hooligans)' 얘기를 꺼냈죠. "정후리.. 후리.. 후리건즈" 어때? 하고요. 다들 너무 웃기고 재밌다고 하더라고요. 제가 십자말풀이를 즐겨 하긴 해요. 말장난이나 언어유희 같은 걸 정말 좋아하거든요. 그런 걸 자주 하다 보니까 자연스럽게 단어를 가지고 노는 습관이 생겼고, 그게 이번 아이디어를 떠올리는 데 영향을 준 것 같아요. 항상 단어를 갖고 놀고, 변형하고, 창의적으로 풀어보는 걸 좋아해서요. 하지만 안타깝게도 이정후 선수가 지난해 부상을 당했어요. 그래서 이 아이디어도 잠시 보류하게 됐죠. 그리고 시간이 흘러 이번 시즌이 되었는데, 지난 1년, 모든 게 무겁고 어둡게 느껴지고, 많은 사람들이 외로움을 느꼈어요. 작년에는 단순히 '재밌겠다' 생각하고 넘겼는데 올해에는 '이런 응원이 꼭 필요하겠다'라고 생각이 바뀌었어요.

    그렇게 친구 한 명과 함께 시작하게 되었어요. 그 친구는 비영리단체에서 일하고 있는데, 그 단체는 구단에서 기부받은 티켓을 받거든요. 그 친구가 "무료 티켓 50장이 있어" 하더라고요. 그래서 저는 "그럼 나한테 아이디어가 있어!" 했고, 바로 시작했죠. 약 한 달 반 동안 사람들을 조직하고, 가발도 사고, 티셔츠도 만들었어요. 운 좋게도 제 주변엔 조직 능력 뛰어난 친구들이 많아서, 함께 뭔가를 만들고 모이는 걸 잘 아는 사람들이었어요.

    지난 4월 8일 저희가 등장한 첫 경기는 정말 특별한 경험이었어요. 경기장에 도착하자마자, "이게 뭐야? 진짜 멋지다!"라는 말이 절로 나왔죠. Jumbotron(전광판)에 우리가 나왔고, 문자들이 쏟아졌어요. "방송에 계속 나오고 있어!" "사람들이 완전 열광하고 있어!". 저희는 관중석에서 라디오 인터뷰도 했고, 한국 기자 한 분은 우리 영상을 찍어가기도 했어요. 그때 깨달았죠. "이거 진짜 뭔가 될 것 같은데?" 너무 멋진 경험이었어요.

    그 이후로는 정말 놀라울 만큼 많은 반응을 받았어요. 수백 명이 연락을 주었고, 특히 한국에서 많은 응원을 받았어요. '바람의 손자'가 한국 사람들에게 얼마나 특별한 존재인지, 그리고 샌프란시스코 사람들이 그를 '우리 사람'처럼 받아들이고 있다는 게 한국 팬들에게 얼마나 감동적인 일인지 알게 되었어요.

    그리고 그게 바로 저희 그룹의 핵심 정신인 것 같아요. 저희는 샌프란시스코가 누구든지 환영하는 도시라는 걸 보여주고 싶어요. 당신이 슈퍼스타 중견수든, 평범한 직장인이든 상관없이요. 우리는 모두를 두 팔 벌려 환영합니다.

    지금까지 정말 즐거운 여정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인터뷰] '이정후 팬클럽' 후리건즈의 모든 것
    Q. 처음에는 51명으로 시작해서 그 뒤 어떻게 회원 수가 증가했나요?

    A. 카일 스밀리 : 처음엔 50장의 무료 티켓을 받았어요.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구단의 자선팀이 지역 비영리 단체인 SF Safe House를 후원하고 있는데요, 이 단체는 가정폭력 생존자들을 지원하는 곳이에요. 자이언츠 구단은 그들의 활동을 인정해서 경기 티켓을 제공해줬고, 올해 4월 8일 경기 티켓 50장을 그 단체에 전달했어요. 그런데 알고 보니 우리 팀에 갓난아기를 둔 친구 두 명이 있었고, 그 아기들도 당연히 같이 가야 하니까, 자연스럽게 숫자가 51명이 됐죠. 그래서 그게 더 의미 있었어요. 왜냐하면 51번이 바로 저희가 가장 좋아하는 선수, 이정후 선수의 등번호잖아요. 그래서 "아, 이건 운명이다" 싶었죠. 그게 저희의 시작이었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여기서 멈추지 않았어요. 지금은 이걸 더 확장하고 싶어서, 비영리 법인 형태의 공식 팬클럽을 만들었어요. 멤버십 기반으로 운영하는 팬 커뮤니티를 지향하고 있고요. 이미 전 세계에서 수천 명의 사람들이 이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싶다는 연락을 주고 있어요. 그래서 지금부터는, 이렇게 다소 어설프지만, 열정 있는 우리 조직팀이 이걸 어디까지 키워낼 수 있을지가 관건이겠죠. 물론 정신을 꽉 붙들어 매야겠죠, 하하.

    Q. 모든 홈경기를 직접 찾는 건 현실적으로 쉽지 않으실 것 같은데요?

    A. 카일 스밀리 : 맞아요. 모든 홈경기를 다 갈 계획은 아니에요. 저희는 한 달에 한 번 정도의 주기로 참석하는 걸 목표로 하고 있어요. 공식적으로 공지를 하긴 했지만, 지금은 회원들한테만 정보를 공유하고 있어요. 그래서 "우리가 언제 다시 경기장에 나타날지 알고 싶다!"면, 팬클럽에 가입하셔야 합니다, 하하. 사실 지난 첫 등장인 4월 8일처럼 아무 예고 없이 딱 나타나는 느낌이 너무 좋았어요. 관중석에서 100명 가까운 사람들이 빨간 불타는 가발을 쓰고 있는 걸 보면 정말 마법 같은 순간이거든요. '후리건즈'에 가입하시면 앞으로의 일정도 다 받아보실 수 있답니다.

    A. 라일라 : 덧붙이자면 현실적으로 모든 홈경기를 직접 갈 수 없기 때문에 우리 중 소품(가발, 유니폼 등)을 갖춘 사람들이 샌프란시스코 내 여러 바(bar) 같은 곳에서 모임을 열고 있어요. 이런 방식으로 작은 지역 상점들도 응원하고, 또 경기 관람의 즐거움도 함께 나누는 문화를 만들고 있어요. 그리고 그렇게 모인 불씨들이 들불처럼 퍼져나가길 바라는 마음이죠. 샌프란시스코뿐만 아니라 다른 지역까지도요.

    Q. 그렇다면 이정후의 어떤 면에 매력을 느끼게 됐는지 궁금합니다.

    A. 버니 맥패든 : 이정후가 정말 부드럽게 플레이한다고 생각해요. 그가 공을 잡을 때마다 "어떻게 몸을 저렇게 썼지?"라는 생각이 들 정도예요. 정말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유연하고 자연스러워요.

    A. 카일 스밀리 : 이정후의 속도감 있는 플레이가 정말 좋습니다. 공격과 수비 모두에서 말이죠. 수비할 때는 그가 따라잡지 못하는 라인드라이브나 뜬공은 없어 보이거든요. 선수로서 그런 스타일이 너무 멋지고, 저도 예전에 그런 플레이를 따라 해보려고 했었죠. 성격도 정말 좋은 것 같아요. 자이언츠가 이번 시즌 좋은 성적을 내고 있는 이유 중 하나가 이정후가 클럽하우스 분위기를 하나로 묶어주는 역할을 했기 때문이 아닐까 싶어요. 다양한 나라 출신의 팀 동료들과 음식을 나눠 먹는 영상들을 보면, 정말 샌프란시스코다운 느낌이에요. 그게 바로 지금의 자이언츠가 가진 분위기죠.

    A. 라일라 : 저는 이정후가 가진 운동능력에 감탄하게 돼요. 많은 사람들이 그의 플레이가 얼마나 우아한지 이야기하는데, 그게 전적으로 동의돼요. 그리고 그런 엄청난 재능을 가졌음에도 불구하고 정말 겸손하다는 게 더 멋져요. 그의 태도에서 전해지는 친절함이 있어요. 그건 동료들과의 관계에서도 그대로 드러나는 것 같아요.
    [인터뷰] '이정후 팬클럽' 후리건즈의 모든 것
    Q. 이정후 선수를 실제로 본다면 어떤 말을 전해주고 싶나요?

    A. 라일라 : 자이언츠의 일원으로서뿐만 아니라, 이 스포츠 안에서 운동선수이자 인간으로서 상징하고 있는 모습에 대해서 고맙다고 이야기하고 싶어. 우리가 함께 이 스포츠에 가져오고 있는 것 중 하나는 다양성과 에너지예요. 젊은 에너지 말이에요. 사실 지금 이 스포츠에 정말 필요한 거죠. 이정후 선수는 그런 에너지의 대표예요. 그래서 저는 이렇게 말하고 싶어요. "고맙습니다. 계속 앞으로 나아가세요. 우리는 항상 당신을 응원하고, 또 당신이 우리를 위해 존재해 줘서 고맙습니다."

    A. 김수정: 저는 그가 KBO에서 MLB로 정말 자연스럽게 적응한 점이 너무 인상적이에요. 처음 보는 투수들을 상대로도 안타를 뽑아내는 걸 보면, 메이저리그에서 경쟁할 준비가 확실히 되어 있었던 것 같아요. 그런 점들이 정말 감탄스러워요.

    A. 버니 맥패든 : 저는 이렇게 말하고 싶어요. "좋은 롤모델이 되어줘서 고마워요." 최근에 심판과 어떤 실랑이 비슷한 게 있었다는 걸 뉴스에서 봤어요. 그때 이정후 선수의 대응이 정말 존경스러웠어요. "오해는 생길 수 있다"고 말했죠. 그걸 보고, "아, 이건 내 아이들에게 정말 멋진 롤모델이 될 수 있는 사람이다"라고 생각했어요.

    A. 나탈리 지 : 우리는 이정후 선수를 정말 사랑해요. 우리 지금 KBO 응원가를 배우고 있어요. 다음 경기에서 다 같이 부를 수 있게요! 한국어가 모국어는 아니지만, 지난 2주 동안 이정후 선수 응원가를 배우고 있어요. 그리고 다른 사람들한테도 가르쳐주려고 노력 중이에요. 제가 아는 한국어는 이거 하나예요: "안타 안타 안타 날려버려라~ 키움 히어로! 이정후!"

    A. 에이미 투 : 이정후는 정말 즐겁게 야구를 해요. 계약 후 첫 기자회견 때부터 봐왔는데, 그는 정말 매력적인 성격을 가진 사람이에요. 같이 어울리면 정말 재밌을 것 같은 그런 사람이랄까. 게다가 그는 다재다능한 선수예요. 모두들 이미 언급했지만, 수비도 잘하고, 타구를 코스 상관없이 골고루 잘 보내고, 빠르고 도루도 하고요. 그런 선수를 보는 건 정말 즐거운 일이에요.

    A. 나탈리 지 : 그리고 이정후는 정말 귀여운 강아지를 키우고 있어요. 하하하.

    A. 김수정: 저는 한국계 미국인으로서 이정후가 자랑스러워요. 제 어머니는 86세인데, 샌프란시스코 한인 시니어 센터에서 활동하세요. 어머니의 친구들 모두 이정후를 너무 좋아해요. 그가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에 온 걸 다들 너무 기뻐하셨죠. 저는 이정후가 즐겁게 야구를 하고, 그 에너지를 통해 많은 사람들에게 영감을 주는 게 너무 자랑스럽습니다. 그는 한국인뿐 아니라 다양한 사람들에게 야구와 자이언츠에 대한 사랑을 다시 불러일으켰어요.
    [인터뷰] '이정후 팬클럽' 후리건즈의 모든 것
    Q. 한 시즌 야구 경기는 162경기나 될 정도로 정말 많죠. 모든 경기를 다 이길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매 경기 성적에 대한 일부 팬들의 과도한 비판이 종종 도마 위에 오르기도 하는데요. 이런 야구의 특성상, 진정한 팬은 어떤 모습이어야 한다고 생각하세요?

    A. 카일: 진정한 팬이란, 좋은 시기든 나쁜 시기든 팀을 계속해서 지지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해요. 지난 몇 년 동안 우리 팀도 꽤 힘든 시즌을 겪었지만, 그래도 우리는 끝까지 함께했죠. 이번 시즌이 특별한 이유는 정말 흥미롭고 개성 넘치는 선수들이 팀에 있다는 거예요. 2010년, 2012년, 2014년 그 왕조 시절을 기억해 보면 정말 재밌는 팀이었거든요. 그때처럼 이번 팀도 응원하는 재미가 있어요. 그래서 지금 이 팀을 응원하는 게 정말 즐겁고, 무엇보다 중요한 건 좋을 때든 나쁠 때든 우리는 계속해서 경기에 찾아가 응원한다는 거예요.

    이정후 선수를 응원하는 것도,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를 응원하는 것도 좋지만, 무엇보다 우리 자신, 우리 도시, 그리고 서로를 축하하고 함께하는 것이 진정한 팬 문화의 핵심이라고 생각해요. 그게 바로 우리다움이죠.

    A. 라일라 : 진정한 팬이라는 건 팀에 대한 충성심과 애정을 갖는 것뿐만 아니라, 변화와 포용을 함께 받아들이는 태도도 포함된다고 생각해요. 예전의 방식만 고집하는 게 아니라, 새로운 사람들, 다양한 팬들이 함께할 수 있도록 열려 있는 마음이 중요하다고 봐요. 비판적일 수 있는 부분에서는 당연히 비판해야 하지만, 그 비판도 더 나은 방향으로 함께 가기 위한 유연한 자세에서 나와야 한다는 거죠. 그런 분위기가, 우리가 사랑하는 이 스포츠에도 반영됐으면 좋겠어요. 그게 바로 진정한 팬이 보여줄 수 있는 모습 아닐까요?
    [인터뷰] '이정후 팬클럽' 후리건즈의 모든 것
    [인터뷰] '이정후 팬클럽' 후리건즈의 모든 것
    [인터뷰] '이정후 팬클럽' 후리건즈의 모든 것
    <사진 속 인물들, 왼쪽부터>

    재키 브레이거/샌프란시스코 시의원 샤이엔 챈 입법 보좌관
    라일라/샌프란시스코 시장실 피해자 권익국장
    버니 맥패든/'Broke-Ass Stuart' 편집자
    나탈리 지/샌프란시스코 시의원 샤먼 월튼 비서실장
    카일 스마일리/샌프란시스코 커뮤니티 토지신탁 정책 국장
    김수정/샌프란시스코 공공 변호인 사무소 변호사
    에이미 투/'밸리워터' 물 절약 전문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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