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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사실'로 담은 자본주의 사회의 민낯‥'어쩔수가없다' 인터뷰 전문

'극사실'로 담은 자본주의 사회의 민낯‥'어쩔수가없다' 인터뷰 전문
입력 2025-09-02 17:18 | 수정 2025-09-02 1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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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극사실'로 담은 자본주의 사회의 민낯‥'어쩔수가없다' 인터뷰 전문

    방송기자단과 인터뷰 중인 박찬욱 감독, 배우 이병헌, 손예진

    박찬욱 감독의 신작 '어쩔수가없다'가 제82회 베네치아영화제 경쟁부문에 진출하며 '황금사자상' 수상이 유력하게 점쳐지고 있습니다.

    현지시간 8월 29일 밤엔 관객들의 기립박수와 환호성 속에 프리미어 시사회를 마쳤는데요.

    베네치아 현지를 찾은 MBC와 방송기자들이 현지시간 8월 30일, 베네치아의 한 호텔에서 박찬욱 감독, 배우 이병헌, 손예진 씨와 인터뷰를 갖고 이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인터뷰 전문을 소개합니다.

    * 인터뷰 내용 중 '어쩔수가없다'의 스포일러가 포함돼 있을 수 있습니다.

    질문) 한순간도 스크린에서 눈을 떼어 놓을 수 없을 정도로 정말 집중하면서 봤는데 10분 가까이 기립 박수랑 환호가 이어졌고 그래서 그 분위기를 보면서 얼마나 베니스를 사로잡았는지 실감을 할 수 있었는데요. 실제로 세 분께서 어제 이후에 좀 받으신 피드백이나 평가가 좀 어떤 게 있는지 궁금합니다.

    박찬욱 감독) 저는 참 개인적으로 되게 개인적인 일인데 이 영화를 처음 2009년에 칸트 영화제에서 판권을 소유한 코스타 가브라스 감독 부부와 만났거든요. 그래서 각색 작업은 그 전부터 했지만 거기서 만나서 본격적으로 얘기가 시작됐어요. 계약도 할 수 있었고. 그런데 그분들 특히 아브라스의 부인과 긴 세월 미국 영화로 만들기 위해서 김우영 촬영 감독도 고용하고 모든 준비를 다 했었거든요. 촬영만 남기고 다 준비했었는데 무산되고 그게 결국 한국 영화로 이렇게 이제 십몇 년 만에 만들어졌잖아요. 근데 파리에서 어저께 그분들끼리 시사를 했어요. 그리고 나한테 정말 얼마나 자기들이 감동을 했는지 결국 이것은 한국 영화로 만들어져야 할 운명이었고 우리의 모든 노력이 결국 이렇게 아름다운 작품으로 결실을 맺은 것에 대해서 너무 행복하다라는 이야기를 전해 왔어요. 통화를 했어요. 그것이 저한테는 진짜 처음 이 작품을 읽었을 때 20년이 지난 지금 정리되는, 비로소 모든 것이 정리되는 그런 만족감을 줬습니다.

    이병헌) 당연히 뭐 영화가 끝나고 이제 베니스 영화제에 이 영화를 보러 온 많은 영화 관계자들이 기립박수를 그 긴 시간을 쳐주고 할 때 정말 꿈만 같다는 생각이 들었고, 순간 스쳐 지나가는 생각 중의 하나가 저도 지금 감독님이 말씀하신 것과 비슷한 얘기인데 한 15년 이상 전에 박 감독님이 제가 이제 미국에서 영화 촬영을 하고 있을 때 밥을 먹으면서 어쩔 수가 없다에 대한 이야기를 하셨었어요. 이런 영화를 내가 늘 머릿속에 생각하고 있는데 언젠가는 꼭 만들 것이다라는 얘기를 했던 그 기억이 순간 스쳐 지나가면서 굉장히 여러 가지의 감정이 드는 순간이었죠. 드디어 예전에 감독님이 얼핏 얘기했던 작품이 우리가 이렇게 베니스 영화제에서 다 만들어서 이렇게 관객들 앞에서 틀어지는구나 하는 정말 그런 묘한 감정이었던 것 같아요.

    손예진) 저는 해외 영화제가 처음이었어요. 근데 그게 무려 베니스 영화제라는 것은 정말 배우에게는 너무나 큰 꿈이고 뭐라고 해야 할까요? 그 목표까지는 아니지만 엄청난 영광이죠. 그런데 이번에 박 감독님이랑 하게 되면서 제가 이 자리에서 이렇게 우리 영화를 베니스 영화제에서 경쟁작으로 출품이 되고 거기에서 배우로서 레드카펫을 밟고 정말 제가 너무 존경하는 감독님과 배우들과 함께 동료들과 그 자리에 서는 것 자체가 너무 감동스러운 거예요. 그래서 두 번째 이제 영화를 어제 본 건데 끝나고 이제 박수를 치는데 갑자기 이렇게 막 뜨거운 무엇인가가 막 올라오면서 '우와 다시 나에게 또 이번 생에 이런 기회가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면서 이 순간이 너무 소중하고 너무 이렇게 여러 가지 감정들이 막 휘몰아치면서 정말 감사하고 행복하고 이 모든 뭉클함이 있어서 감독님이랑도 이렇게 허그하고 선배님이랑도 하면서 되게 묘한 그러니까 되게 묘한 감정을 느낀 것 같아요. 너무 행복한 시간이었어요.

    질문) 영화 나오자마자 이제 외신들 호평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가디언 같은 곳은 경쟁 부문 최고작이라고 제목을 뽑기도 했습니다. 수상에 얼마나 가까이 갔느냐가 궁금하긴 한데 영화 끝나고 난 다음에 저희가 주변에 물어보면 물론 시사회에서는 못 봤으니까 그런 반응이 안 나왔겠지만, 보신 분들의 반응은 아, 이거 큰 거 타겠는데 라는 반응이 되게 많았거든요. 그런 말씀도 듣지 않으셨습니까? 어떠셨어요?
    '극사실'로 담은 자본주의 사회의 민낯‥'어쩔수가없다' 인터뷰 전문

    '어쩔수가없다' 박찬욱 감독

    박찬욱 감독) 제 앞에 와서 얘기해 주는 사람이야 뭐 당연히. 그걸 다 믿으면 바보죠. 제가 아는 어떤 사람이 문자를 보냈는데 접근 가능한, 접근성이 높고 엔터테이닝한 영화였다라는 말이 있었어요. 그래서 이것은 수상보다는 흥행이구나 저는 그렇게 그렇게 받아들이고 싶었습니다.

    "제일 섬뜩한 장면은 만수가 이렇게 걸어 나올 때입니다.

    맨 마지막 퇴장할 때 멀리서 불이 꺼지기 시작하죠. 하나씩 하나씩 소등 시스템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AI가 만수를 이제 밀어내듯이 '당신은 이제 꺼져 필요 없어'라고 하는 듯이…"


    질문) 이 영화를 보면 초반에는 실직으로 주인공 만수가 겪는 고통이 굉장히 현실적이고 영화가 끝날 때를 보면은 AI가 산업계를 어떻게 바꾸고 있는지가 사실 비현실적일 만큼 현실적인데 그러다 보니까 이제 관객들 평을 들어보면은 감독님의 작품 세계가 이 작품을 기점으로 좀 리얼리즘으로 전환된 거 아니냐라는 평도 있던데 어떻게 보시는지?

    박찬욱 감독) 리얼리즘의 범주를 어느 정도로 보느냐 따라서 그런 말을 할 수도 있고 이게 무슨 리얼리즘이냐 굉장히 굉장히 표현주의적이다라고 볼 수도 있겠죠. 저는 이 마지막 공장 장면과 로봇이 막 움직이는 그리고 벌목하는 조림지에서 나무들 쓰러지고 막 그러는 장면들은 SF 영화를 찍는다는 기분으로 그런 마음으로 임했습니다.

    그래서 지금 현재의 공장에서의 자동화 수준 그리고 조림지에서의 벌목에서 동원되는 중장비의 수준을 훨씬 뛰어넘어서 아직 존재하지 않는 그런 기계들을 만들었거든요. VFX를 통해서 구현한 건데 그 두 개의 신만큼은 미래 영화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그리고 제일 섬뜩한 장면은 만수가 이렇게 걸어 나올 때입니다.

    맨 마지막 퇴장할 때 멀리서 불이 꺼지기 시작하죠. 하나씩 하나씩 소등 시스템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AI가 만수를 이제 밀어내듯이 '당신은 이제 꺼져 필요 없어'라고 하는 듯이 그런 것이 리얼리즘이라면 리얼리즘, 하이퍼 같다고 할 수도 있고 그렇게 불러주면 저는 고마운 마음이에요.

    "(어쩔수가없다는) 핑계 대고 남 탓하는 그런 비겁한의 표현이기도 하고 그게 그뿐만 아니라 우리가 생활하면서 자주 쓰는 표현이잖아요… 자기의 선택, 자발적이고 주체적인 선택이 아닌데 그럴 때 정당화하기 좋은 그런 표현으로…"


    질문) 어쩔 수가 없다라고 하면 그냥 운명에 굴복하는 것 같은 느낌이거든요. 그런데 실제로 그런 걸 염두에 두시고 하신 건지 아니면 역설적으로 책임을 방기하는 인간의 모습을 말씀하시고 싶으신 건지?

    박찬욱 감독) 다죠. 그러니까 여러 번 사용되는 대사인 만큼 상황에 따라서 또 인물에 따라서 이게 운명이다라고 하는 그런 의미로 말할 때도 있고 그 핑계 대고 남 탓하는 그런 비겁한의 표현이기도 하고 그게 그뿐만 아니라 우리가 생활하면서 자주 쓰는 표현이잖아요. 정말 입에, 다른 분은 모르겠는데 저는 그래요. 거의 입에 붙어 있을 만큼 아무렇게나 아무 데서나 막 나오는 그런 표현이거든요. 그래서 일부러 띄어쓰기도 없이 이것은 한 단어인 것인양 제목도 그렇게 했고 그래서 저는 관객들이 이 영화의 개봉을 계기로 '아 내가 이 말을 얼마나 자주 쓰고 있었구나 참 자주 쓰는구나 남발하는구나'라고 느낄 수 있으면 더 좋겠어요. 그런 의도도 있어요. 자기의 선택, 자발적이고 주체적인 선택이 아닌데 그럴 때 정당화하기 좋은 그런 표현으로 제목을 지었습니다.

    질문) 엔딩 이야기를 많이 하시더라고요. 원작 있는 소설을 뭔가 자기 색깔을 입히실 때 감독님이 많은 고민을 하실 것 같은데 엔딩 부분은 지난 20년 동안 이 작품 고민하시면서 대본이 수없이 바뀌었을 것 같거든요. 다른 옵션들이 엄청 많았을 것 같은데 어떤 것을 가지고 고민을 하셨던 부분이 있는 건지 그리고 꼭 이 엔딩으로 하셔야 되는 이유가 있으셨는지 그런 것도 궁금합니다.

    박찬욱 감독) 많은 게 있었죠. 찍어놓고 없애야 된다는 장면도 있고 온실 장면, 그러니까 남편을 첫 출근 시켜놓고 미리가 아들을 데리고 온실에 들어가서 말하자면 출생의 비밀을 알려주는 장면도 있었어요. 또 과거 어떤 버전에서는 아들이 전기톱을 들고 온실에서 움직이는 아버지를 볼 것이냐 말 것이냐 그런 그 장면을 써놓고 좀 지나친 건 아닌가 고민을 많이 했고 결국 큰 틀에서는 초고에서부터 계속 이어져 온 건데 이 가정이 옛날처럼 돌아가기는 어렵겠다는 암시를 준다.

    원작 소설은 그냥 만수 입장에서는 해피엔딩이거든요. 그냥 첫 출근 행복하게 하고 완전 범죄 그런 것인데 그런 냉소적인 결말 말고 좀 더 좀 가슴 아픈 그런 암시를 좀 주고 싶었어요. 그런데 아직도 적당한 선이 뭔가를 계속 편집을 끝내 고민하다가 지금 결론에 이르렀는데 지금도 어떤 관객은 미디가 뭔가 용서하고 잘 어떻게든지 참고 잘살아 보겠다라고 볼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고 그런 좀 약간 선택할 수 있는 그런 결말을 하고 싶었습니다.

    질문) 이 영화를 제작하시는 과정에서 개인적으로 감독님께 가장 어려웠던 부분이나 과정이 있었다면 혹시 어떤 게 있을까요?

    박찬욱 감독) 병헌 씨의 질문, 그 꼬치꼬치 많은 질문들을 다 대답을 하고 그 농담들을 다 웃어주고 또 많은 아이디어를 굉장히 많이 내거든요. 그걸 경청을 하는 척 해야 되고.

    이병헌) 사실 많은 걸 카피하셨어요 제가 낸 아이디어를 많이 카피하고 마치 처음부터 생각하셨던 것처럼. (대표적인 게 뭐가 있을까요?) 너무 많아서 어떤 것부터 말씀을 드려야 할지 모르지만, 예를 들면 집에 경찰이 아들을 잡으러 왔을 때 저는 지금까지 제가 벌인 행각 때문에 경찰이 나를 추적하고 나를 잡으러 왔다고 생각을 하고 내가 두 손을 이렇게 살짝 모으면서 서에 가서 다 말씀을 드리겠습니다 하면서 하는 그런 장면들, 그런 것들이 빙산의 일각 같은 아이디어였죠.

    박찬욱 감독) 그런 것도 있어요. 대형마트에서 알바하다가 이제 옷까지 뺏기고 트럭 여자들이 막 오니까 트럭 뒤에 숨었는데 트럭이 금방 나가버리잖아요. 그때 이 병헌 씨 아이디어였어요. 셔츠 속옷을 뒤를 이렇게 끌어내려서 엉덩이를 이렇게 가리려고 하는 그 처절한 안간힘을 보는 그 뒷모습 연기 이런 것은 확실히 아 과연 병헌이구나 그런 그런 디테일 그거 정말 좋았어요. 인상적이다.

    "아 이제는 어떤 누군가 일부의 문화가 아니고 이제 메인 스트림으로 한류라는 것이 메인 스트림으로 정말 어느 정도 자리를 잡고 있는 과정이구나'라는 생각이 들었고 여전히 굉장히 신기하고…"


    질문) 이병헌 배우께서는 이제 벌써 거의 30년 정도 된 거 같은데 '지상만가'라는 영화에 출연하셔서 헐리웃 배우 지망생 역할을 하시면서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수상하는 걸 CG로 그때 만들어서 화제가 됐던 게 기억에 남는데 (CG도 아니었어요.) 그런데 지금은 이제 '오징어 게임'이나 '케데헌'에도 출연을 하셔서 사실 K컬처 열풍의 주역이 되셨는데요. 지금 시점에서 좀 돌아보시면 지금 현재 위치나 한국의 문화적 역량 이런 게 좀 어떻게 느껴지시는지 궁금합니다.
    '극사실'로 담은 자본주의 사회의 민낯‥'어쩔수가없다' 인터뷰 전문

    배우 이병헌

    이병헌) 그러니까 그 모든 시기를 제가 연기 생활을 하면서 다 거쳤다는 게 저도 되게 신기해요. 이게 굉장히 격변기여서 내가 그걸 겪은 건지 아니면 내가 너무 길게 배우 생활을 해서 다 내가 그 순간에 있었던 건지 이게 헷갈릴 정도로 되게 신기하고 많은 일들이 있었던 것 같아요. 여전히 그것들이 이렇게 실감이 되지 않는 그런 현실 속에 저도 하루하루 보내고 있는 것 같아요. 이번에도 사실 베니스에서 이렇게 많은 팬분들이 어떤 특정 K팝의 혹은 k무비의 팬뿐만 아니라 레드카펫에 모인 모든 이가 예진 씨와 저를 알아보고 환호해 주고 이런 것들을 보면서 '아 이제는 어떤 누군가 일부의 문화가 아니고 이제 메인 스트림으로 한류라는 것이 메인 스트림으로 정말 어느 정도 자리를 잡고 있는 과정이구나'라는 생각이 들었고 여전히 굉장히 신기하고 그런 것들을 하루하루 오징어 게임 때도 마찬가지였지만 이번 '어쩔수가없다' 때도 굉장히 그런 것들을 절실히 느끼고 있는 중입니다.

    "블랙코미디라는 것이 진짜 제대로 성립되려면 그 웃음조차도 연민에서 비롯된 것이어야 한다, 그리고 그것이 저렇게 한심한 사람을 그냥 구경하면서 생기는 웃음이 아니라 '저런 면이 나한테도 있지, 나도 저럴 때가 있지' 그러면서 이렇게 쓴 웃음을 짓는…"


    질문) 이번 영화가 끝난 다음에 대체적인 평가 중의 하나가 뭐 예상을 했겠지만, 풍자 블랙코미디 이런 이야기가 많거든요. 그래서 어려운 주제를 무거운 죄를 위트 있게 만들었냐 박한수 특유의 연출이 뛰어났다는 평가들이 많은데 블랙을 코미디로 만드는 요소가 다양하겠지만 감독님이 보실 때 블랙을 코미디로 만드는 그 결정적인 요소 어떤 게 있을까요?

    박찬욱 감독) 참 쉬운 대답은 아닌데 제 생각에는 연민인 것 같아요. 사람을 사람의 행동을 놓고 웃을 때 어떤 때는 냉소일 수도 있잖아요. 비웃는 거죠. 저렇게 이렇게 넘어지고 자빠지고 우왕좌왕하고 그런 데서 나오는 웃음도 있지만 이게 블랙코미디라는 것이 진짜 제대로 성립되려면 그 웃음조차도 연민에서 비롯된 것이어야 한다, 그리고 그것이 저렇게 한심한 사람을 그냥 구경하면서 생기는 웃음이 아니라 '저런 면이 나한테도 있지, 나도 저럴 때가 있지' 그러면서 이렇게 쓴웃음을 짓는 그런 그런 씁쓸함이 동반되어야 진짜 블랙코미디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질문) 손예진 배우께서는 원래 섬세한 감정을 연기를 잘하신다는 평이 많았잖아요. 그런데 이번 영화에서 사실은 어려운 역할이었을 텐데 감독님께서 요구하셨던 어떤 감정선이 뭐였는지가 궁금하고 두 번째는 유현섭 배우와의 실제 관계가 그래서 어떤 건지 시사회 끝나고 의견이 되게 분분했거든요. 왜냐하면 남편이 지금 실직을 해서 돈을 벌어야 되니까 치위생사로 어떻게 취업을 해야 돼서 상사를 구워삶은 거였는지 아니면 정말 뭔가 러브 어페어가 있던 건지?
    '극사실'로 담은 자본주의 사회의 민낯‥'어쩔수가없다' 인터뷰 전문

    배우 손예진

    손예진) 그건 사실 감독님의 질문으로. 일단 제가 먼저 대답하자면 이번에 감독님이랑 처음 작업을 하면서 리딩을 한 적이 있었어요. 선배님이랑 감독님이랑 설명해서 대본을 좀 읽어보자. 그래서 이렇게 갔는데 감독님이 제가 하는 그 대사 한 마디 한 마디를 다 '이건 이렇게 했으면 좋겠어 이건 이렇게 했으면 좋겠어' 이렇게 얘기하시는 거예요. 그래서 순간 저는 되게 긴장해가지고 이런 경험이 처음이니까 그래서 가볍게 읽는 거라고 생각했는데 감독님이 어 이때 말투가 이랬으면 좋겠어 이렇게 이렇게 다 얘기를 하시는 거예요. 그래서 망했다.

    나 이제 어떻게 하지 약간 이런 생각이 있었어요. 그러면서 이제 완전 이제 그 긴장 상태가 됐죠. 그러면서 이제 현장에 갔을 때 제가 준비한 것들이 있잖아요. 그러면 처음에 감독님한테 이렇게 연기를 하면 리허설을 할 감독님이 어 그러면 거기에서 장어를 조금 더 줄여봐 이 대사에 말미를 조금 내려봐. 그리고 약간 미리가 이렇게 오면서 이제 굉장히 디테일하게 하나하나를 다 이렇게 얘기하시더라고요. 그래서 첫날 테이크를 진짜 많이 갔어요. 첫날 이렇게 접시 갖고 오면서 뭐 뭐죠? 대사가 뭐지? 나도 대사하는지 모르겠다.

    당신 좋아하나 봐. 장어를 다 주고 하는데 그걸 한 10번을 넘게 속으로 이게 이렇게 중요한 건가? 왜냐하면 이제 첫 촬영이니까 긴장을 한 상태에서 감독님의 디렉팅이 너무 이제 점점점 쪼그라드는 거예요. 저는 근데 그러다가 점점 어 감독님이 해주는 디렉팅들을 제가 이렇게 소화하고 그거를 제 거를 만들면서 어느 순간 약간 숙제 받는 학생처럼 아, 내가 나는 이렇게 해석을 했어요. 그런데 감독님한테 이렇게 보여줬을 때 감독님이 감독님의 해석을 어떻게 저한테 얘기해 주실지가 너무 궁금하고 즐기게 되더라고요. 그러면서 그 작업이 너무 재미있었어요. 그리고 감독님이 해주셨던 그 디렉팅이 결과적으로는 제가 생각한 것보다 더 좋은 방향이 훨씬 많았어서 그 믿음이 딱 생긴 후로는 그냥 감독님이 시키는 모든 거를 그냥 어떤 의심도 없이 할 수 있게 됐던 것 같아요.

    박찬욱 감독) 아니 그런데 좀 다른 견해를 갖고 있어요. 제가 생각하지 못한 것을 준비해 올 때가 많았고 그게 아주 주효하게 이렇게 그 과녁에 명중할 때가 많았어요. 그래서 놀라는 순간이 참 많았습니다.

    지금 기억나는 거는 그 부부 싸움할 때 너 내가 얼마나 천치라고 생각하는 거야 할 때 그때 이렇게 무슨 헛웃음이 바람처럼 나오는 거 섞어 가지고 할 때 그 머리도 이렇게 움직이고 그런 것이 그게 이제 좀 약간 먼 사이즈로 풀샷으로 찍었는데 그런 제스처와 그 대사할 때의 그 호흡이나 이런 것이 너무나 절묘해 가지고 정말 감탄했던 기억이 근데 그런 그런 적이 여러 번 있었어요. 유연석 씨와의 관계는 그 상상에 맡기는 거죠. 테니스 클럽에서 좀 친분이 생겼을 테고 그러다가 이제 일자리가 필요할 때 마침 치과 의사니까 뭐 제가 좀 일할 게 없을까요? 라고 했을 것 같고 그다음에는 유연석 쪽에서 좀 좋아했을 것 같고 그런 장면도 있었지

    손예진) 원래는 있었는데 이제 약간 이렇게 많이 이렇게 좀 편집이 되면서 사실 그래서 더 많은 분들이 상상을 하실 수 있는 여지가 좀 있었던‥

    박찬욱 감독) 남자 쪽에서 마음이 있었는데요. 그걸 찍었는데 많이 뺐어요.

    질문) 감독님께서 어제 영화제 기자회견에서는 이 영화가 어느 시기나 극적과 상관없이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얘기라고 말씀하셨는데 특별히 그래도 한국 사회에 전하고 싶으신 메시지가 있으신지?

    박찬욱 감독) 가부장적인 그런 정서가 아직도 많이 남아 있는 우리나라에서 가장이라고 하는 존재, 남편 아버지라는 존재가 갖고 있는 '나는 이래야 한다, 이런 행동을 해야 한다'라고 하는 것에 그게 너무 작은 상자에 갇혀 있는 그런 사람들의 초상이거든요. 이만수가. 그것이 좀 더 한국적인 울림이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극사실'로 담은 자본주의 사회의 민낯‥'어쩔수가없다' 인터뷰 전문

    박찬욱 감독, 배우 이병헌, 손예진

    "극장에서 영화를 보는 건 어떤 방해도 없이 남의 외부에서의 방해도 포함되고 자기 스스로도 문자가 왔나 뭐 이런 거 이런 방해 없이 그냥 집중한다는 것, 2시간 몇 분 동안 집중한다는 것. 그것은 절대 비교할 수 없는 경험이라고 생각합니다."


    질문) 지금 OTT 전성시대에서 극장에서 영화를 봐야 되는 이유 의미에 대해서 한 번만 더 말씀…

    박찬욱 감독) 극장에서 보는 것을 상정하고 그 상태를 상정하고 영화를 만든다는 말씀이죠. 그래서 화면에 아름다움이 있잖아요. 이미지에서의 그냥 뭐 예쁜 걸 말씀드리는 게 아니라요. 이 영화에 가장 적당한 잘 맞는 그런 색깔 하나하나 정말 화면의 구석, 저 구석의 작은 부분까지도 매만지고 소리도 그렇게 바람 소리, 대나무가 움직이는 이파리가 움직이는 소리 뭐 새 소리 이런 거 하나 다 공들여서 만든 결과를 최대한 즐기기 위한 공간이죠. 극장은 이 작품을 기왕 보는 건데 제일 좋은 상태로 보는 게 좋지 않겠습니까? 그리고 갇혀 있다는 게 저는 제일 중요해요. 그러니까 한 번 들어가면 들어오는 건 마음대로지만 나가는 건 마음대로 안 되잖아요. 그래서 어떤 방해도 없이 남의 외부에서의 방해도 포함되고 자기 스스로도 문자가 왔나 뭐 이런 거 이런 방해 없이 그냥 집중한다는 것, 2시간 몇 분 동안 집중한다는 것. 그것은 절대 비교할 수 없는 경험이라고 생각합니다.
    질문) 이번에 '어쩔수가없다'가 유력한 황금사자상 후보로 계속 거론이 영화제 초반부터 되고 있고 관객들의 이런 수준의 평가가 아니라 실제로 여기서 직접 만나본 유럽 언론들 사이에서도, 평론가들 사이에서 높은 평점을 주더라고요. 어제 시사회를 본 이후에. 그래서 한국에서는 지금 오랜만에 우리 영화계에 활력을 불어넣어 줄 어떤 수상을 하게 될지, 이런 기사들이 많이 나왔지만 저는 지금, 이 상황만으로도 되게 어떻게 보면 큰 선물인 것 같은데 이번 영화제 진출로 인해서, 예를 들어서 한국 사회를 넘어서 국제적으로 전하고 싶은 메시지라든지 아니면 이번 캐릭터를 통해서 또 팬분들이나 글로벌 어디언스한테 전하고 싶은 것은?

    박찬욱 감독) 이 영화는 한국 사람이 나오고 한국말로 하지만 굉장히 보편적인 이야기를, 그런 얘깃거리를 다루고 있죠. 고용의 불안정 문제서부터 시작해서 중산층의 욕망 또 남성성, 가족의 문제 이런 것들은 느낌이 약간씩 미묘한 차이는 있을지 몰라도 근본적으로는 다 공감하는 주제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런 자리에서 상영을 하고 여러 나라에 수출을 할 수 있게 된 것 같고 그래서 많은 관객들, 국경을 초월하는 많은 관객들에게 어필하고 싶고요. 그리고 이제 극장이 특히 여러 나라 사람들한테 물어봐도 한국만큼 지금 관객을 회복 못하고 있는 나라가 없더라고요. 그래서 본의 아니게 한국 영화 산업의 미래를 어깨에 짊어진 것 같은 상황이 되어버렸지만, 기왕 이렇게 된 것 영화제에서도 좋은 반응을 얻고 그것이 한국의 관객들에게 더 관심을 모아서 영화관에 많이 오시게 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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