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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역사 쓴 34살 조란 맘다니, 무기력한 민주당을 구원할까 [World Now]

새 역사 쓴 34살 조란 맘다니, 무기력한 민주당을 구원할까 [World Now]
입력 2025-11-09 09:28 | 수정 2025-11-16 0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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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 역사 쓴 34살 조란 맘다니, 무기력한 민주당을 구원할까 [World Now]
    우간다 출신, 인도계이자 무슬림. 정치 입문 4년의 '햇병아리' 주 하원의원. 얼마 전까지 조란 맘다니를 수식하던 말입니다. 불과 1년 전만해도 34살의 그가 인구 8백50만 명을 책임지는 미국 최대의 도시, 뉴욕 시장으로 당선되리라 예측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습니다.

    맘다니라는 신데렐라의 등장

    1%대 지지율에서 시작한 그는 지난 6월 민주당 경선 승리로 모두를 놀래켰고, 마침내 본선에서, 경선에 불복해 무소속으로 출마한 앤드류 쿠오모 전 주지사를 큰 차이로 이겼습니다. 첫 무슬림 뉴욕 시장이 탄생한 순간, 그는 과감하게 아랍어 인삿말로 승리 연설을 열었습니다 '아나 밍쿰 와 알라이쿰' "저는 당신의 일원이며 당신들과 함께합니다." 그는 자신은 어리고, 무슬림이며 민주사회주의자이지만 "어떤 것에도 사과하지 않겠다"고 선언했습니다.
    새 역사 쓴 34살 조란 맘다니, 무기력한 민주당을 구원할까 [World Now]
    2001년 9.11 테러를 겪은 뉴욕에서, 선거에 뛰어든 정치인이 무슬림 정체성을 내세운다는 것 자체가 쉬운 일이 아닙니다. 맘다니는 처음 시의원 선거에 도전했을 때도 주변 무슬림들이 '굳이' 무슬림이라는 사실을 밝히지 말 것을 권유했다고 말했습니다. 나이든 무슬림 이민자들은 지하철에서 히잡을 쓰면 위협을 받던 경험에서, 무슬림이 미국 사회에서 어떻게 받아들여지는지 체득했기 때문입니다. 실제 이번 선거 기간에는 9.11 테러와 맘다니를 연결시키는 악의적인 공격이 횡행했습니다.

    그러나 맘다니는 오히려 "무슬림 신앙과 정체성을 그림자 속에 두라는 교훈을 배울 생각이 없다"고 거부했습니다. 선거 전 SNS에 올린 영상에서 "뉴욕엔 1백만 명이 넘는 무슬림이 존재한다"며, "그동안 인종차별 공격을 받으면 적절히 대응하고 더 중요한 메시지로 돌아가려고 했지만 내가 틀렸다. 더 이상은 안된다"고 말했습니다.

    맘다니는 "선거일 이후에도 나는 신앙을 바꾸지 않을 것"이라며 "기존 정치인들 뿐만 아니라 반무슬림 정서에도 작별을 고해야 한다"고 당당한 태도를 보였습니다. 누구를 뽑는냐는 것보다 우리의 선택이 어떤 의미를 갖느냐게 중요하다는 메시지였습니다. 표 계산을 잊은 듯한 그의 화끈한 대응에 많은 무슬림과 젊은이들은 환호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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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체성 공격에 과감한 정면 대응

    맘다니는 복지 공약을 이유로 '공산주의자'라고 부당하게 비판하는 것에도 정면으로 맞섰습니다. 투표 전날에 게시한 영상을 통해 비토 마르칸토니오 의원을 소개했습니다. '빨갱이 사냥'이 전면화되던 1930~40년대  가난한 이스트 할렘 지역에서 7선 의원을 지낸 인물입니다.  맘다니는 그가 급진주의자라 비판받자 "자원이 소수만을 부유하게 하는 목적이 아니라, 모두의 이익을 위해 쓰여야한다고 믿는 것이 급진주의라면, 유죄를 인정한다"고 말했다고 전했습니다. "여러분은 우리 모두에게 이로운 도시를 믿을 만큼 용감한가. 나는 대답을 알고 있다. 내일, 세상은 여러분의 답을 알게 될 것"이라고 끝맺었습니다.

    투표일인 지난 4일, 맘다니는 아침 일찍 자신의 지역구가 있는 퀸즈의 한 투표소에서 아내와 투표를 마쳤습니다. 인근 공원에서 1년 선거운동을 마무리하는 기자회견을 가졌습니다. 언론의 사전 예약을 받으면 장소를 알려주는 식으로 운영됐는데, 한국 언론 중에선 MBC가 유일하게 참석했습니다. 그는 그간 민주당 기성 세력을 포함한 주류 정치 세력과 거리를 두는 전략을 써왔습니다. 이 자리에서도 "이제 과거 정치를 청산할 문턱에 있다"며 "우리의 시간이 왔다"고 했습니다.

    '맥 못추는' 민주당에 반전 계기 되나

    기자회견에는 MBC를 비롯한 외국 언론들이 몰렸습니다. 하나 같이 과연 맘다니 현상이, 트럼프에 대항하는 새로운 흐름을 만들어낼 수 있을지에 대한 관심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현장에서 만난 스웨덴 언론인 에밀리 스펜스는 "맘다니는 트럼프와 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운동에 맞서는 대항세력으로 떠오르고 있다"며 "민주당의 르네상스를 불러올지에 대해 주목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새 역사 쓴 34살 조란 맘다니, 무기력한 민주당을 구원할까 [World Now]
    지난 1일 트럼프 대통령 취임 뒤, 무차별적인 이민자 추방, 주요 대학 및 문화 예술계에 대한 보조금 삭감, 무역 상대국에 대한 근거없는 관세 부과, 언론사 공격 및 정치적 반대자 보복수사…… 미국 민주주의의 위험 징후가 명확합니다. 하지만, 지난 대선 패배 이후 미국 민주당은 무기력한 모습을 보여왔습니다. 트럼프의 일방 통행식 국정 운영에도 좀처럼 국민들의 지지를 회복하지 못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 국정 지지율이 이번 임기 최저 수준인 37% 수준(CNN, 10월 27일~30일 조사)으로 떨어졌만 민주당은 그 반사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습니다. 미국인 열명 중 일곱 명, 68%는 "민주당이 자신들의 삶과 동떨어져있다"고 평가(ABS, 워싱턴포스트 공동, 10월 24~28일)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63%보다 높았습니다.

    젊은 뉴요커들 "맘다니는 우리 처지 이해"

    투표소에서 젊은 유권자들을 직접 만나 맘다니에게 기대하는 것이 무엇인지 물었습니다. 뉴욕 퀸즈 만난 앤 클라크는 "맘다니가 이 도시에 사는 비용을 더 저렴하게 만들어주겠다고 가장 효과적으로 천명했다"고 말했습니다. 그녀는 맘다니가 사는 주거비 안정 프로그램 적용 아파트에 살고 있다고 했는데, "집주인이 임대료를 올리면 어디로 가야할 지 모르겠다"고 토로했습니다. "그정도 돈을 가지고 사는게 어떤 건지 이해하는 시장을 갖고 싶다"고 덧붙였습니다. 가장 강력한 상대인 쿠오모 후보는 부유층을 위한 후보라고 인식하고 있었고, 현 시장 에릭 애덤스는 "결국 부패했다"고 지적했습니다.
    새 역사 쓴 34살 조란 맘다니, 무기력한 민주당을 구원할까 [World Now]
    투표 인증 스티커를 가슴에 붙인 제이 링크는 자신을 열렬한 맘다니 지지자라고 소개했습니다. 평소 정치에 관심이 많다는 그 역시 이번 선거의 최대 이슈로 단연 "생활비 문제"를 지적했습니다. 그리고 "맘다니만큼 솔직하게 '이것이 사람들이 실제 직면한 문제'라고 이야기하는 정치인을 지난 선거에선 볼 수 없었다"고 말했습니다. 맘다니의 경험 부족은 경험이 많은 사람들로 채울 수 있지만 쿠오모의 경우 이미 수십년 유착된 이들이 어느 직책에 갈지 알 수 있을 정도라고 비판했습니다. 변화가 불가능하다는 취지입니다.

    치솟는 물가에 더 크게 고통받는 젊은 유권자와 이주민. 그리고 기존 정치권으로부터 효능감을 느끼지 못한 이들의 불만. 맘다니 캠프는 두 가지를 효과적으로 포착해냈습니다. "가장 부유한 나라의 수도에서, 도시를 만든 노동자들이 쫓겨나가는 역설을 해결하겠다"고 했고, 4년간 임대료 동결·신규 공공임대 공급·5세 이하 무상보육·무상버스 운영 등을 시행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초기엔 틱톡 영상을 활용한 젊은 홍보 감각이 주로 주목을 받았지만 근본적으로는 사회 갈등을 규정하고 지지 세력으로 동원해낸다는 정치의 기본 전략이 먹혀들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기존 민주당 주류 세력 역시 타파 해야할 대상으로 상정됐습니다. 맘다니가 승리 연설에서 "전복에 성공했다"고 선언한 바로 그 '정치 왕조'의 일부일 뿐이기 때문입니다.

    한 정치전략가는 CNN 인터뷰에서 "맘다니가 사회주의자이냐 아니냐는 중요하지 않았다"고 분석했습니다. "캠페인의 초점은 첫날부터 '내가 원하는 주택, 필요한 의료 서비스, 그리고 누려 마땅한 음식을 얻을 수 있는가', 즉 '생활비 부담'(affordability)이었다"며 "모든 후보가 배울 수 있는 교과서 같은 전략"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새 역사 쓴 34살 조란 맘다니, 무기력한 민주당을 구원할까 [World Now]
    무너진 '지지 동맹'에 트럼프 '버럭'

    트럼프 정책에 대한 불만과 더불어 '생활비 부담' 이슈는 다른 선거 지역으로도 번졌습니다. 뉴저지와 버지니아 주지사 선거에서도 민주당은 예상보다 더 큰 승리를 거뒀습니다. 특히 지난 대선에서 트럼프 지지로 넘어갔던 히스패닉과 흑인 유권자들이 대거 민주당으로 돌아온 것이 확인됐습니다. 뉴욕타임스는 출구조사 결과 지난 대선에서 민주당 카멀라 해리스 후보를 찍었다고 응답한 유권자가 뉴저지와 버지니아에서 각각 8%포인트, 9%포인트 더 많았다며 민주당 지지층이 적극적으로 투표에 나섰다고 분석했습니다. 하지만 실제 표차는 13%포인트, 15%포인트로 더 벌어졌고 그 차이는 트럼프 지지자들 7% 정도가 옮겨왔기 때문에 발생했습니다.

    비록 일회적 현상일 수도 있지만 트럼프 지지 동맹의 분열이 데이터로 확인된 것입니다. 트럼프는 지난 7일 백악관에서 기자들이 '생활비 부담' 문제를 묻자 "그건 완전한 사기"라며 날카로운 반응을 보였습니다. 그는 격분한 톤으로 "민주당은 선거 부장과 거짓말로 사람들을 속이는 걸 정말 잘 한다"면서 "지금은 인플레이션이 거의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는 상당한 시간동안 전임 바이든 시절보다 물가가 얼마나 낮은지를 얘기했습니다. 그러면서 이번 선거에는 사실 "크게 관여하지 않았다, 후보를 지원하지도 않았다"고 덧붙였습니다. 생활비 부담 이슈를 자신에 유리하게 되돌리고, 선거 패배의 여파로부터 거리를 두려는 의도로 분석됩니다.

    민주당, 반격에 나설 수 있을까

    미국 언론은 민주당이 트럼프의 비호감도 증가와 생활비 부담 이슈로 반격의 계기를 만들었다고 평가했습니다. 또 민주당이 연방정부 '셧다운' 사태를 길게 끌고온 전략이 정치적으로 먹혀들었다고 분석했습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뉴욕을 제외한 뉴저지와 버지니아에서는 생활비 부담 문제를 부각하면서도 중도 성향을 보여온 후보들이 승리를 거머쥔 사실에 주목했습니다. 트럼프에 끌려다닌 민주당이 흐름을 뒤집기 시작한 건 사실입니다. 그러나 민주당이 조란 맘다니의 '급진주의'를 따를지 아니면 다른 두 후보의 '실용주의'를 따를지는 또다른 문제라는 얘기입니다.
    새 역사 쓴 34살 조란 맘다니, 무기력한 민주당을 구원할까 [World Now]
    내년 1월 취임 예정인 맘다니 뉴욕 시장의 성공 여부도 민주당의 과제입니다. 맘다니는 복지 공약 재원으로 백만장자를 상대로한 부유세 신설, 법인세 인상을 제시했는데, 같은당 소속 주지사조차 반대 입장을 밝히고 있습니다. 지지층 역시 이제 맘다니가 보여줄 시간이라고 얘기하고 있습니다. 브루클린에서 교사로 일하고 있는 프랭키 다솔라는 MBC와의 인터뷰에서, LGBT 커뮤니티의 일원이자 히스패닉으로서 맘다니의 모든 공약을 지지한다면서도 "'어떻게 할 것인가'가 더 중요하다"고 지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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