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3일 밤,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동생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의 담화가 북한 관영매체 조선중앙통신에 실렸습니다.
지난 주말, 한국이 무인기를 침투시켰다고 주장하며 이를 비난하는 담화를 발표한 지 사흘 만에 낸 '무인기 국면' 두 번째 담화였습니다.
'아무리 개꿈을 꾸어도 조·한 관계의 현실은 달라지지 않는다'란 제목.
말씨는 거칠었습니다.
북한의 '한국 무인기 침투' 주장과 관련해 "우리 정부 대응에 따라 '긴장 완화'와 '소통 재개' 여지도 있을 거"라고 한 통일부 해석을 거론하더니 "한심하기 비길 짝이 없다"고 꼬집었습니다.
남북 관계 개선은 "서울이 궁리하는 희망 부푼 여러 가지 개꿈"이라며 "그것은 전부 실현 불가한 망상"이라고 깎아내렸습니다.
북한의 한국 무인기 침투 주장과 관련해 군과 경찰이 진상 조사를 진행하고 있는 가운데, 이를 통해 남북 소통 재개나 긴장 완화의 가능성을 엿보려는 시도를 차단하려는 것으로 읽힙니다.

"도발이 반복될 때는 감당 못 할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고 위협하면서 이는 "단순한 수사적 위협이 아니"라고 강조하기도 했습니다.
북한은 이 담화를 주민이 보는 노동신문에도 게재했는데요.
2023년 말, 김정은 위원장은 남북 관계를 '적대적 두 국가'라고 선언했는데, 오는 2월 열릴 것으로 예상되는 9차 당대회를 앞두고 남한에 대한 북한 주민의 적대감을 높여 체제를 결속하는 한편, '적대적 두 국가론'을 한층 공고히 하려는 의도로 해석됩니다.

[연합뉴스/통일부 제공]
이튿날인 14일 오전 10시, 통일부 산하 기관 업무보고 현장.
전날 김여정 부부장의 사과와 재발 방지 조치 요구에 대해 정동영 통일부 장관이 답변을 내놨습니다.
"군과 경찰의 진상조사단이 신속하게 움직이고 있고 결과가 나오는 대로 상응 조치하게 될 것"이라고 밝힌 겁니다.
정 장관은 이어 윤석열 전 대통령이 2024년 10월 평양에 무인기를 보내 북한의 공격을 유도하려 한 혐의 등으로 재판이 진행 중인 사실도 언급하면서, 2020년 서해상에서 실종된 공무원이 북한에서 총격 살해당한 뒤 김정은 위원장이 남측에 사과했던 일을 떠올렸습니다.
해당 사건 당시 김 위원장이 "대통령과 남녘 동포들에게 커다란 실망감을 더해준 데 대해 대단히 미안하게 생각한다"라는 내용을 담은 통일전선부 명의의 통지문을 보내 사과했는데, 정 장관은 윤 전 대통령에 대한 재판부 판결이 내려지고 진상이 밝혀지면 "우리 정부도 상응한 조치를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번 북한의 '한국 무인기 침투 주장'과 관련해서는 우리 군·경의 진상 조사 결과에 따라 향후 대응을 검토하는 한편, 2024년 10월 평양 무인기 침투 사건에 대해서는 법적 판단에 따라 사과할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시사한 것으로 풀이됐습니다.
정부 내 온도 차가 드러난 건 반나절도 안 돼서였습니다.

이 자리에서 '북한의 발언 수위가 높아지고 있는데, 계속 유화적 신호를 보내는 게 맞느냐'는 질문이 나왔습니다.
이 질문에 대한 답으로 위 실장은 먼저 군·경의 북한 '한국 무인기 침투' 주장 진상 조사가 북한의 요구에 따른 게 아님을 강조했습니다.
"북한이 (문제를) 제기하니까 (진상을) 파악한다는 게 아니"라면서 무인기를 누구든 보내는 것은 현행법 위반 가능성이 있고 정전협정에도 위반이 되므로 그냥 지나칠 수 없고, 위법 사항이 확인되면 처벌 등 조치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이 일련의 과정은 "북한하고 뭘 하는 단계" 차원에서라기보다 "우리 안에서 파악"을 위한 것이라고 선을 그었습니다.
이어진 발언은 조금 더 분명했습니다.
위 실장은 "이것이 남북 관계에 무슨 계기가 된다든가, 그런 희망적인 사고를 전개하는 사람이 있지만 저희가 일하고 있는 입장에서 거기까지 가 있지 않다"고 밝혔습니다.
"우리 정부 대응에 따라 '긴장 완화'와 '소통 재개' 여지도 있을 거"라고 한 통일부 해석과는 사뭇 대조적이었습니다.
진상 조사 결과가 나온 뒤 조치에 대해서도 "북한과 대화나 접점만 고려할 게 아니"라며 "북한이 전에 우리한테 무인기를 보낸 경위도 있고 그것 또한 정전협정에 위반되는 것"이라고 짚었는데요.
과거 북한이 남한으로 무인기를 침투시켰던 사실을 상기하고는 "균형된 입장 아래서 대처할 바를 하고 교신할 게 있으면 해야 한다"고 한 위 실장.
돌이켜 보면 '북한의 발언 수위가 높아지고 있는데, 계속 유화적 신호를 보내는 게 맞느냐'란 질문에 대한 답으로도 읽힙니다.
그는 답변 마무리에 한 차례 더 "개인적으로는 여러 희망적 사고나 유리한 상황해석을 할 수 있지만 북한과 관련해서는 항상 냉정하고 냉철하게, 차분하게 대처해야 한다"란 말을 덧붙였습니다.
■ 중요 외교·안보 현안마다 '이견'
일각에서는 향후 무인기 진상 조사 결과에 따른 대처 방향을 두고 정부 내 이른바 '자주파와 동맹파', '동맹파와 자주파' 간 '기 싸움'이 더 뚜렷해질 거란 관측이 나옵니다.
정동영 통일부 장관은 남북 관계를 중시하는 '자주파',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한·미 관계를 중시하는 '동맹파'라고 분류되는데요.
이들이 공식적인 자리에서 의견 차이를 인정한 적은 없지만,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굵직한 외교·안보 현안을 마주할 때마다 관련 부처·기능 안에서 두 세력 간 이견이 빚어지고 있단 잡음은 끊임없이 새어 나왔습니다.
이번 상황을 두고도 통일부에서는 "통일부와 안보실 대립각으로 볼 문제가 아니"라며 "잘 조율할 것"이라고 일축했습니다.
■ 9.19 군사합의 복원 시점과 방안은‥"여러 조율 필요"
한편, 접경지역 등에서 불필요한 군사적 긴장을 피하고 우발적 충돌을 막기 위해 9.19 군사합의를 복원할 필요가 있다는 논의가 나옵니다.
최근 정부는 국가안전보장회의 상임위원회에서 9.19 군사합의 복원을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다만 구체적인 복원 방식과 시기가 정해지지는 않은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해 8월 광복절 경축사에서 "9.19 합의를 선제적, 단계적으로 복원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는데요.
북한의 '한국 무인기 침투' 주장에 대한 진상 규명과 남북 소통 재개 가능성, 나아가 한·미 연합방위 태세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하는 만큼 정부는 앞으로 군사적 영향과 외교적 파장을 동시에 살펴 9.19 합의 복원의 시점과 방안을 설정할 것으로 보입니다.
9.19 군사합의 복원과 관련해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이 사안 또한 하나의 목적을 향해서만 고려하는 정책 옵션은 아니며 여러 가지 요소를 조율하면서 균형 있게 가야 해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이야기는 없다"고 속도 조절에 나섰습니다.

당신의 의견을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