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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동맹을 위태롭게 하나?'‥美中 '서해 대치' 긴박했던 전말

'누가 동맹을 위태롭게 하나?'‥美中 '서해 대치' 긴박했던 전말
입력 2026-03-01 08:00 | 수정 2026-03-01 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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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누가 동맹을 위태롭게 하나?'‥美中 '서해 대치' 긴박했던 전말
    오산 출격해 서해 대치‥국방장관 항의에 중단

    닷새간의 설 연휴 마지막 날이었습니다. 오산 공군기지에서 F-16 전투기들이 출격을 시작했습니다. 상황은 예사롭지 않았습니다. 예닐곱 시간이 지나도록 굉음이 계속됐습니다. 실탄 장착도 포착됐습니다. 인근 주민들이 모인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오늘따라 전투기 소음이 너무 심해 힘들다" "같은 피해를 입은 주민이 엄청 많다"는 글과 댓글이 줄을 이었습니다.

    오산에서 대거 출격한 주한미군 전투기들은 서해로 향했습니다. 그런데 우리나라 영공은 물론 한국 방공식별구역(KADIZ)을 벗어나더니, 급기야 중국 방공식별구역(CADIZ)까지 근접했습니다. 중국이 인민해방군 전투기를 긴급 발진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출격한 주한미군 전투기와 중국군 전투기가 마주하는, 서해 '미중 전투기 대치' 사태의 시작이었습니다.

    군 당국에 비상이 걸렸습니다. 오후 늦게 차준선 공군작전사령관이 데이비드 아이버슨 미 7공군 사령관과 통화했습니다. 긴급 보고는 진영승 합동참모의장에게 전달됐습니다. 진 의장은 한밤중 제이비어 브런슨 주한미군 사령관에게 전화를 걸었습니다. 긴장 고조에 대한 우려를 전달했지만 주한미군은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이튿날인 19일에도 주한미군 전투기들의 출격은 계속됐습니다. 이번에는 안규백 국방부 장관이 브런슨 주한미군 사령관과 통화했습니다. 안 장관은 이번 공중 훈련으로 인해 우리나라가 미중 분쟁에 연루될 우려가 있다고 항의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또, 재발 방지를 원한다는 입장을 밝히며 민감한 훈련에 대한 사전 통보와 협의를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우리 군 당국의 잇단 항의와 사실상의 훈련 중단 요구에, 주한미군은 당초 21일까지 나흘간 계획했던 훈련을 이틀 만에 전격 중단했습니다. 이틀 동안 출격 횟수만 170여 차례에 달했습니다. 미중 전투기가 서로를 경계하는 수준에서 대응하는 데 그쳤다지만, 사태가 장기화됐다면 우발적 충돌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었던 상황이었습니다.

    군 안팎은 당혹감이 역력했습니다. "오산에서 발진한 전투기가 한국 방공식별구역 바깥으로 대거 향한 건 누가 봐도 이례적"이라는 지적이 잇따랐습니다. "한반도 주변에서 군사적 긴장을 유발한 행동이다" "주한미군의 중국 견제 메시지가 분명하다"는 반응도 곳곳에서 나왔습니다.

    실제로 중국은 곧장 민감하게 반응했습니다.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는 "미군이 최근 황해(서해) 상공 중국과 마주한 공역에서 항공기를 조직해 활동했다"고 보도하며 "중국의 주요 명절 기간 고의로 근접 활동을 수행해 축제 분위기를 방해하고 긴장 조성을 시도했다"고 주장했습니다.

    주한미군을 대북 억제에만 활용하지 말고, 미국의 필요에 따라 대만 문제 등 비상사태에도 투입하자는 '전략적 유연성' 요구는 트럼프 2기 행정부에서 부쩍 강해졌습니다. 하지만 우리나라가 서해를 사이에 두고 중국과 맞닿은 탓에, 이재명 대통령이 "우리 입장에서는 쉽게 동의하기 어려운 문제"라고 선을 긋기도 했습니다.

    '미중 전투기 대치' 사태는, 차츰 논의할 의제 정도로 여겨졌던 '전략적 유연성'을 순식간에 눈앞의 문제로 불러왔습니다. 우리나라가 손쓸 새도 없이 주한미군을 고리로 미중 분쟁에 휘말릴 수 있다는 위기감은 군 당국을 넘어 정치권과 시민사회로 확산했습니다.
    '누가 동맹을 위태롭게 하나?'‥美中 '서해 대치' 긴박했던 전말
    한국군이 보고 지연? 사과 않는다?‥왜 엇갈렸나

    주한미군은 닷새 만에 입을 열었습니다. '브런슨 주한미군 사령관이 군 당국에 사과의 뜻을 전달했다'는 MBC 보도에 이어 '주한미군 사령관이 정부의 9·19 남북 군사합의 복원 추진에 대해 사실상 반대 의견을 전달했다'는 SBS 보도가 나오며 파장이 커지자 입장을 밝히기로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런데, 입장문 발표 이후 논란이 되레 커졌습니다. 주한미군은 "브런슨 사령관이 안규백 장관과의 통화에서, 한국 측에 훈련을 사전 통보했음을 재확인했다"며 "국방부와 합참의장이 이를 제때 보고받지 못한 데 대해 유감을 표명했다"고 밝혔습니다. '우리는 서해 훈련 계획을 다 알려줬는데, 한국군이 보고를 늦게 해서 빚어진 문제'라는 겁니다. 어떻게 된 일일까요?

    전투기를 동원한 공중 훈련은 서로 겹쳐서는 절대 안 되기 때문에, 마치 영화관 좌석을 예매하듯 공역을 어떻게 사용하겠다는 계획을 입력해야 합니다. 그런데 주한미군은 우리 공군에 훈련 계획을 전달하면서 서해상 특정 공역이라고만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군 내부에서는 '미중 전투기 대치'로 이어진 훈련의 실체를 그대로 통보했다고는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반박이 나왔습니다. 군 소식통은 "지정학적으로 매우 민감한 훈련인지, 중국 방공식별구역 앞까지 출격할 것인지를 미리 알거나 대비할 수 없는 수준이었다"고 전했습니다. 다른 소식통도 "계획을 다 통보했다면 고위 당국자들이 왜 항의했겠느냐"고 되물었습니다.

    '한국군의 보고 지연'이라는 주한미군 주장에도 의문점이 적지 않다는 반응이 나옵니다. 군 관계자는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과 직결되는 대규모 훈련은 극도로 중요한 사안"이라며 "이 정도의 중대 사안을 윗선에 늑장 보고하거나 생략했을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했습니다. 정부 핵심 관계자도 "군의 보고 체계에는 문제가 없었던 것으로 안다"고 말했습니다.

    브런슨 주한미군 사령관이 우리 측과의 통화에서 사과의 뜻을 전했는지를 두고도 한미 간 입장이 엇갈렸습니다. MBC는 '주한미군 사령관이 군 당국의 항의에 직접 사과의 뜻을 전했다'고 보도했습니다. 이에 대해 국방부는 "일정 부분 해당 보도 내용이 사실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반면, 주한미군은 "최고의 대비 태세를 유지하도록 정례 훈련을 실시한다"며 이번 일을 '정례 훈련'으로 규정한 뒤 "대비 태세 유지를 위해 사과하지는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미군 측은 훈련이 국제 공역에서 실시됐고 중국 방공식별구역을 넘지 않은 채 곧장 돌아온 만큼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보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국방부는 기존 입장을 유지하면서도 추가 대응은 자제하고 있습니다. 대신 "주한미군 사령관 입장에 대해 일일이 평가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만 밝혔습니다. 정부 내부적으로는 주한미군 입장문대로 '정례 훈련'이라면 일회성이 아니라 계속하겠다는 것인지, '사과하지 않는다'면 훈련은 왜 전격 중단한 것인지 납득하기 어렵다는 반응이 나왔습니다.

    군 소식통은 "우리로서는 민감한 사안이지만 그만큼 한미 간 상황 관리도 필요하다고 정부가 판단한 것으로 안다"고 전했습니다. 주한미군도 추가적인 입장을 밝히지 않았습니다.
    '누가 동맹을 위태롭게 하나?'‥美中 '서해 대치' 긴박했던 전말
    '연루의 위험'과 '이견 노출'‥무엇이 진짜 균열인가

    한미 양측이 이번 사태를 물밑에서 긴밀히 조율하자는 데 공감대를 이루면서, 당장의 '이견 노출' 문제는 가라앉는 모양새입니다. 하지만, '미중 전투기 대치'를 불러온 이번 사태의 본질, 즉 주한미군의 역할 유연화를 두고는 혼란스러운 모습이 여전합니다.

    군 소식통은 "우리 영토에서 대북 방어를 하는 줄 알았던 군사력이 언제든지 중국 견제용으로 쓰일 수 있다는 걸 보여줬다"며 "주한미군의 판단인지, 인도태평양사령부의 의도인지, 미 전쟁부 차원의 조치인지조차 명확히 구분되지 않아 답답하다"고 전했습니다. 다른 관계자도 "연합방위태세를 위해서라도 이런 훈련은 더 긴밀하게 논의돼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안보전략·국제문제 전문 국책연구기관인 국가안보전략연구원에서는 주한미군의 훈련이 한미 간 '전략적 유연성' 합의 취지를 훼손한 것이라는 보고서가 나왔습니다. 연구원장과 안보전략연구실장이 공동 집필한 보고서는, 지난 2006년 한미가 공동 발표한 '한미동맹에 관한 공동성명'을 근거로 이번 사태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지적했습니다.

    앞서 2006년 1월 한미는 "한국이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을 존중하되, 미국은 이를 행사할 때 '한국 국민의 동의 없이 한국이 동북아 분쟁에 연루되지 않는다'는 한국 입장을 존중한다"는 합의를 발표했습니다. 이 합의는 지난해 정상회담 결과를 담은 공동설명자료에서도 "한미 양측은 2006년 이래의 관련 양해를 확인한다"고 재확인돼, 거듭 유효성을 인정받았습니다.

    보고서는 "향후 이러한 상황이 반복되면 주한미군이 중국 견제의 전면에 서게 되고, 한국은 의도와 상관없이 '연루의 딜레마' 속으로 더 깊이 끌려 들어갈 거란 불안이 증폭될 수밖에 없다"며 "한미동맹 운용 전반에 부정적 파급효과를 남길 위험이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MBC가 '미중 전투기 대치' 사태와 우리 군 당국의 항의 사실을 보도한 이후, 일각에서는 "정부가 주한미군과 부딪치면서 한미동맹에 균열이 가고 있다"는 비판을 제기했습니다. 하지만 동맹의 균열을 막기 위해 오히려 목소리를 내야 한다는 전문가들의 반론도 만만치 않습니다.

    안보전략연 보고서는 "한미상호방위조약이 상정한 한반도 방위 중심의 동맹 정신과도 긴장을 야기하는 만큼 강도 높은 문제 제기가 필요하다"고 진단했습니다. "주한미군 단독 활동에 관한 원칙을 재점검하고 필요한 부분을 조정해 가야 한다"며 "주한미군이 역외 임무를 수행할 때는 작전 상황과 투입 전력, 주변국 예상 반응 등 핵심 정보를 미리 공유하고 협의를 거친 뒤 실행하도록 원칙을 세울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유지훈 한국국방연구원 선임연구원도 "한국 입장에서는 대북 억제 목적이 충분히 설명되지 않거나 조율이 부족할 때 불필요한 대중 마찰 비용과 우발 충돌 위험이 한국에 전가된다는 우려가 강화된다"며 "민감 공역 훈련의 경우 단순 통보를 넘어 목적과 범위, 비상 절차를 포함한 사전 브리핑의 표준화가 필요하다"고 제언했습니다.

    국제 정세가 소용돌이치는 가운데, 타국 간 견제와 분쟁에 한반도 주둔 전력이 활용되면서 우리나라가 새로운 위험에 연루되는데도, 이를 무작정 덮은 채 조용히 가자는 것은 건강한 동맹일 수 없습니다. 임기 내 전시작전통제권 환수를 위한 한미 간 준비 작업이 한창인 지금, 주한미군의 역할과 운용 원칙을 더 긴밀하게, 동시에 엄격하게 논의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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