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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비군 훈련 달라진다‥'3면 가상현실'에 레이저·드론까지

예비군 훈련 달라진다‥'3면 가상현실'에 레이저·드론까지
입력 2026-03-04 18:57 | 수정 2026-03-04 2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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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비군 훈련 달라진다‥'3면 가상현실'에 레이저·드론까지
    어제부터 2026년도 예비군 훈련이 시작된 서울 서초 과학화예비군훈련장을 찾았습니다. 양재동을 지나 청계산 자락에 다다르자 적막함이 감돌았습니다. 훈련장까지는 2백 미터도 채 남지 않았는데, 귓전을 때리는 사격훈련 소리가 들려오지를 않았습니다.

    '과학화 훈련장'은 위병소부터가 기억 속 모습과는 사뭇 달랐습니다. 다른 예비군들과 마찬가지로 신분증을 제출하자, 스마트 행정서비스와 연계한 신원 확인이 금방 완료됐습니다. 예비군들은 훈련 과목과 결과를 실시간으로 받아볼 수 있는 스마트워치를 지급받았습니다. 기자는 임시 입영인 만큼 출입 목걸이를 받아 들어갔습니다.
    예비군 훈련 달라진다‥'3면 가상현실'에 레이저·드론까지
    '무음 사격장' 안에서는‥표적지가 스스로 이동

    예비군훈련장은 군사시설인 만큼 지도에는 표시되지 않지만, 사격 소리가 워낙 크다 보니 어디인지 모를 수가 없는 존재였습니다. 탄착군을 형성해 가벼운 발걸음으로 조기퇴소할 때면, 보충훈련을 받는 사람들의 사격 소리가 전철역에서 들릴 정도였습니다.

    그러나, 기자가 찾은 사격훈련장은 두터운 벽으로 둘러싸인 실내에 있었습니다. 문을 열고 들어가자 일상적인 대화 소리가 잘 들리지 않을 정도의 강한 환풍기 바람이 뒤에서 앞으로 불었습니다. 훈련장 관계자는 "사격 시 발생하는 연기를 강제로 밀어서 바깥으로 쫓아내는 수준"이라고 했습니다.

    25미터 앞에 영점표적지가 붙었습니다. 1사로부터 20사로까지 실탄 다섯 발씩이 주어졌습니다. 방탄 아크릴이 개개인의 앞과 좌우까지 3면을 감쌌고, 실탄을 장전하는 총기는 훈련장 시설물에 아예 묶여서 뺄 수 없도록 했습니다.

    각 사로 옆에는 청력 보호용 이어플러그 대신 헤드셋이 놓여 있었습니다. 사격통제관의 지시에 따라 방탄헬멧을 벗고 소음저감헬멧을 써봤더니, 마치 '노이즈 캔슬링' 이어폰을 낀 것마냥 강한 환풍기 소리가 전혀 들리지 않고 통제관의 방송 소리만 들렸습니다.

    '과학화 훈련장'의 진짜 백미는 사격이 끝난 직후에 경험했습니다. 사로마다 왼쪽에 부착된 모니터에 표적지의 모습이 실시간으로 중계됐습니다. 엎드린 자리에서 바로 결과를 알 수가 있었습니다.

    그리고는, 표적이 천장의 레일을 따라 자동으로 사수 자리까지 다가왔습니다. 앉은 자리에서 표적지를 회수하고는 새 표적지로 갈아 끼우기만 하면 됐습니다. 누군가 실수로 격발하지 않을까, 괜히 조마조마하며 왕복 50미터를 다녀올 필요가 없었습니다.
    예비군 훈련 달라진다‥'3면 가상현실'에 레이저·드론까지
    '3면 VR' 사격하고 레이저로 교전‥드론까지 등장

    사격훈련은 가상현실(VR)을 이용한 스크린 사격장으로 자리를 옮겨 계속됐습니다. 'VR 영상모의 사격훈련장'을 들어가자 거대한 규모의 3면 스크린이 펼쳐졌습니다. 공간인식 센서가 설치된 방탄헬멧을 쓰고 전자감응 전투조끼까지 입었습니다. 마치 '레이저 서바이벌 게임'을 연상케 했습니다.

    훈련이 시작되자 '차단지역 적 침투 중, 방어해야 한다'는 작전 목표가 제시됐습니다. 5초가 지나자 기자의 눈앞에 시가전이 한창인 경부고속도로가 펼쳐졌습니다. 적군 병사들과 장교가 총을 쏘며 다가오기 시작했습니다. 기자도 반격에 나섰습니다. 이따금씩 민간인이 지나가는 터라 무작정 격발할 수도 없었습니다.

    스크린 앞에는 교탁 높이의 구조물이 설치돼 있었습니다. 기자가 구조물 뒤로 엎드리자 VR 화면의 눈높이도 그만큼 낮아지면서 엄폐물 뒤로 숨을 수 있었습니다. 격발하면 실제 총기처럼 반동이 발생했고, 적군의 총에 맞으면 피격 부위에 실제 진동이 느껴졌습니다. 탄을 다 쓰면 모의 탄창을 뺐다 끼워야 재장전이 됐습니다.

    분명 가상현실인데도, 적군에 피격되는 일이 반복되면서 '중상'과 '사망'이라는 알림이 잇따라 뜨자 긴장감은 최고조에 달했습니다. 숙달된 조교의 시범에 따라 적당히 시늉만 해도 그만이었던 과거의 예비군 훈련을 되돌아보면 유사시를 더 치열하게 대비해야 했다는 뒤늦은 경각심이 엄습했습니다.

    훈련은 '시가지 전술훈련장'으로 이어졌습니다. 레이저 발사기와 감지기를 이용해 피격 여부를 확인하는 '마일즈(MILES)' 장비를 착용하다 보니, 마찬가지로 개개인과 팀의 교전 상황이 실시간으로 집계돼 대형 전광판에 표출됐습니다.

    최근 들어 가속화하고 있는 '드론 전쟁' 양상은 예비군 훈련에도 그대로 적용됐습니다. VR 훈련에는 가상 드론이, 시가지 전술훈련에는 실제 드론이 등장했습니다. 훈련장 관계자는 "드론을 격추했는지를 감지해 원격으로 전송한다"며 "드론을 격추한 예비군에게는 가점이 있다"고 했습니다.
    예비군 훈련 달라진다‥'3면 가상현실'에 레이저·드론까지
    심폐소생술마저 첨단기술‥'예비군 과학화' 왜?

    흔히들 '애니'라고 부르는 심폐소생술 마네킹은 내가 CPR을 '열심히' 하는지는 알 수 있어도 '잘' 하고 있는지는 확인할 수 없었습니다. 이렇게 하는 게 맞는 것인지를 모르다 보니, 실제 응급상황에서 팔 걷고 나서기에 한계도 있었습니다.

    '과학화 훈련장'은, 가장 단순한 과목으로 여겨져온 심폐소생술 실습마저 첨단화했습니다. 마네킹 내부의 센서가 실습자의 흉부 압박 빈도, 압박 부위와 깊이를 측정해 무선으로 메인 PC에 보내면, 대형 스크린을 통해 수치가 실시간으로 표출됐습니다. 지금 하고 있는 심폐소생술이 적절한지를 스스로 조절해 가며 감각적으로 익힐 수 있었습니다.

    예비군 훈련이 이처럼 과학화·첨단화되고 있는 것은, 육군이 예비군을 더이상 기계적 동원대상이 아닌 '정예전력'으로 운용하겠다는 목표를 세웠기 때문입니다. 인구절벽으로 인한 병역자원 급감이 현실화한 상황에서, 현역 못지않게 예비군 또한 국가방위의 핵심 전력이라는 겁니다.

    이를 위해 육군은 전국에 산재된 예비군훈련장 202곳을 '과학화 예비군훈련장' 40곳으로 통합하는 대신, 각종 첨단장비를 훈련 곳곳에 공격적으로 배치해 교육의 질과 예비군들의 참여도를 확 끌어올리기로 했습니다. 현재까지 훈련장 29곳이 '과학화 예비군훈련장'으로 탈바꿈했습니다.

    김수남 서초 과학화예비군훈련대장은 MBC에 "전문화된 교관과 첨단 과학화장비를 바탕으로 실전과 같은 훈련을 진행하고 있다"며 "예비군들이 생업을 뒤로하고 귀중한 시간을 내서 달려와 주시는 만큼 발걸음이 헛되지 않도록 보람차고 내실있는 훈련이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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