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과자 한 봉지 결제 깜빡했는데‥검찰 "절도 혐의 있다"
지난 2024년 7월 24일 밤 10시 30분.
대학입시를 준비하던 재수생 김 모 씨가 경기도의 한 무인 아이스크림 가게에 들어갔습니다.
푹푹 찌는 한여름의 열기를 조금이나마 식히려고 했던 걸까요.
아이스크림 4개와 1500원짜리 '닭다리숯불바베큐' 과자를 집어든 김 씨는 키오스크에서 구매를 마친 뒤 비닐봉지에 담아 나왔습니다.
결제된 금액은 총 3,050원.
그런데 이로부터 한 달 정도가 지난 무렵 김 씨는 경찰로부터 한 통의 연락을 받게 됐습니다.
절도를 한 혐의가 있으니 경찰서에 나와 조사를 받으라는 통보였습니다.
무인점포 주인이 신고를 한 건데 신고 내용을 이랬습니다.
김 씨가 과자 한 봉지를 결제하지 않고 가져갔을 뿐 아니라, 800원 짜리 아이스크림 하나는 냉동고 위에 꺼내놓고 방치하는 바람에 다 녹아서 판매하지 못하게 된 피해를 입었다는 것이었습니다.
놀란 마음으로 경찰서를 찾아간 김 씨는 물건을 훔치려던 게 아니라 "당시 이어폰을 꽂고 노래를 듣느라 부주의한 상태여서 미처 과자를 결제하지 못했다"는 취지로 경찰에 진술했습니다.
무인점포 주인 역시 "합의금으로 10만 원을 변상받았고, 알고 보니 이 재수생이 자신의 친구의 자녀였다"며 정식으로 사과를 받았으니 처벌은 원치 않는다는 의사가 담긴 합의서를 경찰에 제출했습니다.
그런데 이 사건에 대한 수사기관의 최종 결론은 기소유예였습니다.
기소유예란 죄는 성립하지만, 그 정도가 가벼워 재판에 넘기지 않는 처분입니다.
아이스크림 하나와 과자 한 봉지를 합한 총 2,300원가량의 대금을 지불하지 않은 것에 대해 범죄 혐의는 있다고 본 겁니다.
수원지검 안산지청은 "김 씨가 당시 휴대전화를 꺼내 확인하는 등 결제내역과 관련한 문자메시지 내용을 파악할 수 있었던 상황이었음에도, 과자를 결제하지 않고 가져갔다"며 "절취의 고의가 있었음을 추단할 수 있다"고 결론 내렸습니다.

논란 자초한 '제2의 초코파이 사건'‥헌재 "중대한 수사미진" 검찰 질타
억울했던 김 씨는 그해 11월, 기소유예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했습니다.
그리고 헌법재판소는 검찰의 이 같은 처분이 "자의적 처분으로서 김 씨의 평등권과 행복추구권을 침해한다"며 재판권 전원의 일치된 의견으로 기소유예처분을 취소하는 결정을 내렸습니다.
헌재는 김 씨가 아이스크림을 훔치지도 않았고, 과자 결제를 하지 않고 가져가는 데 고의성도 없었다고 판단했습니다.
김 씨가 아이스크림 하나를 냉동고 위에 올려둔 채 내버려뒀을 뿐, 이를 가져간 사실은 없다며 절취행위가 있었다는 검찰 측 사실관계부터 지적한 겁니다.
또 '재수생 신분이라 평소 공부에 전념하고 있었고, 당일 재수학원 수업이 늦게 끝난 뒤 점포에 들러 음악을 들으며 고르느라 다소 주의력이 떨어진 상태라 실수했다'는 김 씨 주장에 대해서도 CCTV 확인 결과 김 씨가 마치 박자에 맞추어 움직이듯 손과 몸을 흔드는 모습이 포착됐다며 신빙성을 인정했습니다.
불과 1,500원 상당의 경제적 이익을 취하고자 했을 동기나 이유도 찾기 어렵고, 형사처벌 전력과 절도의 습벽이 있다고 볼만한 사정도 없다고 봤습니다.
결정적으로 헌재는 "휴대전화의 기능과 용도가 지극히 다양해진 오늘날 김 씨가 휴대전화를 꺼내 봤다고 해서 결제내역 문자메시지 내용을 파악할 수 있는 것은 아니"라며 "단순히 재생되는 음악을 바꾸는 등 다른 목적으로 휴대전화를 꺼내 봤을 가능성이 충분히 존재한다"고 검찰의 처분 이유를 반박했습니다.

수사기관의 기계적 처분과 이를 뒤집는 사법기관의 판단.
기시감이 드는 이유는 최근 불거진 '초코파이 절도 사건'과 어느 정도 닮아 있기 때문입니다.
검찰은 전북 완주군의 현대차 물류센터 사무실에서 하청업체 소속으로 근무하는 직원이 400원 상당의 초코파이 1개와 650원짜리 카스타드 1개를 몰래 먹었다며 그를 절도죄로 재판에 넘겼죠.
하지만 지난해 11월 항소심은 "범죄의 고의를 찾아볼 수 없다"며 무죄를 선고했고, 이에 대해 전주지검이 항소를 포기하면서 무죄가 확정됐습니다.
신대경 전주지검장은 "국민의 법 감정과 어긋난다는 비판을 겸허히 수용한다"며 고개를 숙이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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