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종합건설업 면허도 없이 공사를 따내면서 김건희 씨와 친분 때문이라는 의혹이 일었습니다.
21그램을 설립한 김태영 대표가 코바나컨텐츠의 전시회를 후원하는 등 김건희 씨와 가까운 사이로 알려졌기 때문입니다.
특혜 의혹이 불거지자 당시 '청와대 이전 태스크포스(TF)' 1분과장으로 관저 이전 실무를 총괄했던 김오진 전 대통령실 관리비서관은 김건희 씨의 추천은 없었다고 잘라 말했습니다.
윤종오/진보당 의원 - 김오진/전 대통령실 관리비서관 (2024년 10월 7일)
<아직도 '21그램'을 누가 추천했는지 기억이 나지 않습니까?>
기억이 안 나니까 말씀을 못 드리는 것 저도 안타깝습니다.
<김건희 여사가 추천했습니까?> 그런 사실 없습니다.
'김건희 국정농단' 특검팀의 수사 결과는 달랐습니다.
정권이 바뀌고 특검이 출범하자 김오진 전 비서관이 진술을 바꿨기 때문입니다.

■ "여사님이 고른 업체"‥ '윤핵관' 윤한홍도 개입
MBC가 김오진 전 비서관 등의 공소장을 확인한 결과, 특검팀은 21그램이 관저 공사를 따내는 과정에 김건희 씨가 개입했다고 판단했습니다.
애초에 정부청사관리본부 '이전 TF'가 선정한 업체는 '21그램'이 아니었습니다.
'이전 TF'는 지난 2022년 3월경, 문재인 정부 때 청와대 연회장 공사를 맡았던 A 업체를 시공업체로, 국방부 합동참모본부 청사를 설계했던 B 업체를 설계업체로 선정한 뒤 공사를 의뢰했습니다.
두 업체 모두 동종 업계에서는 3위 안에 드는 실적을 가지고 있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4월 중순, 이 업체들은 '이전 TF'로부터 어떠한 이유도 듣지 못한 채 공사에서 배제됐다는 통보를 받았습니다.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요?
특검은 2022년 4월 초 김건희 씨가 업체 선정 소식을 알게 된 직후 업체들이 배제됐다고 봤습니다.
김 씨가 남편인 윤석열 전 대통령을 통해 두 업체가 작성한 관저 공사 제안서를 받아본 겁니다.
공소장에 따르면, 김 씨는 제안서 내용이 마음에 들지 않고 자신이 거주하게 될 공간을 아는 사람이 공사했으면 좋겠다는 이유 등으로 친분이 있던 김태영 대표의 '21그램'이 총괄하도록 해야겠다고 마음 먹었습니다.
특검은 김 씨의 이런 요구사항이 실제로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도 전달됐다고 봤습니다.
그런데 '청와대 이전 TF' 1분과장이었던 김오진 전 비서관의 입에서 '윤핵관'의 이름이 언급됩니다.
바로 윤한홍 국민의힘 의원입니다.
특검은 '청와대 이전 TF' 팀장이었던 윤한홍 국민의힘 의원이 김 전 비서관에게 "김건희 여사가 고른 업체이니 주식회사 21그램이 대통령 관저 공사를 도맡아 할 수 있도록 하라"는 취지로 지시했다는 진술을 확보했습니다.

■ "어떻게든 공사 맡기려고 명의까지 빌려"
하지만 21그램은 관저 공사를 할 자격이 없었습니다.
대통령 관저는 건설산업기본법상 시공 자격에 제한이 있고, 당시 예정된 대통령 관저 공사는 각종 건축 공사와 전기, 정보통신, 소방 공사 등 '종합 공사'를 할 수 있는 업체만 가능했기 때문입니다.
당시 21그램은 실내건축공사업만 등록했기 때문에 관저 공사를 총괄하는 건 불법입니다.
특검은 '청와대 이전 TF'도 이 사실을 알았다고 판단했습니다.
논란을 피하기 위해 김오전 전 비서관과 TF 시설팀장이던 황모 전 대통령비서실 행정관이 생각해낸 방법은 '이름 빌리기'.
'이전 TF'가 선정한 A 업체를 내세워 합법적으로 대통령 관저 공사계약을 체결하되, 실제 공사는 21그램이 모두 총괄하도록 한 겁니다.
A 업체는 불법이라며 TF의 요구를 거절했습니다.
그러자 김 전 비서관은 A 업체 임원에게 전화해, 이름만 빌려주고 실제 공사는 21그램이 하게 해달라는 취지로 여러 차례 요구한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김건희 씨가 선택한 업체가 논란 없이 공사를 진행할 수 있도록 적극 나선 셈입니다.
■ "계약·준공 검사도 허위로"
특검은 김 전 비서관과 황 전 행정관이 21그램이 공사를 수행할 수 있도록 관련 절차도 허위로 진행했다고 봤습니다.
먼저 이들은 21그램이 공사에 착수한 뒤에 담당 공무원을 시켜 계약을 체결했습니다.
설계 도면도 없이 예산에 끼워 맞춘 가짜 산출 내역서와 수의계약사유서 등을 작성하도록 한 겁니다.
이들은 또 대통령 관저 공사 현장을 전혀 관리·감독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공사가 잘되고 있는지, 불법 하도급 등 위법행위는 없는지 확인할 의무가 있는 정부청사관리본부 공무원들이 공사 현장에 들어오지 못하게 막고, 공사가 끝난 뒤에는 준공 검사를 하지 않은 겁니다.
대신 공무원들을 시켜 준공감독조서를 가짜로 작성했다고 특검은 봤습니다.
21그램이 불법 하도급을 한다는 소식을 듣고서도 "공사가 급하니 그냥 진행하라"며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았다는 내용도 공소장에 담겼습니다.
■ "자격 없는 업체들만 참여한 관저 공사"
아무도 문제를 제기하지 않은 건 아니었습니다.
2022년 5월경 대통령비서실 관리비서관실에서 지원근무를 하던 서기관이 21그램의 자격을 지적했습니다.
그러자 김 전 비서관은 21그램 측에 종합건설업 면허가 있는 업체를 찾아오라고 합니다.
그런데 이때도 자격이 없는 실내건축공사 업체 C가 공사에 참여하게 됩니다.
김태영 21그램 대표의 지인이 대표로 있는 업체인데, 종합공사업을 등록한 동생의 업체 D의 이름만 빌려 와 계약을 체결한 겁니다.
결국, 자격이 없는 두 업체가 각각 이름만 빌려 불법으로 대통령 관저 공사를 수행한 셈인 거죠.
그리고 21그램은 공사가 어느 정도 마무리된 2022년 7월 이후, 공사에 관여하지 않은 D 업체가 추가로 계약하는 것처럼 꾸며 조달청으로부터 공사대금 16억여 원을 받았습니다.
■ "감사원까지 속이려 했지만‥ 비밀은 없었다"
관저 공사를 둘러싼 특혜 의혹이 불거지고 국민감사청구가 접수되자 감사원은 2022년 12월 14일 감사에 나섰습니다.
공소장에 따르면, 이 단계에서 감사원의 감사를 방해한 건 황 전 행정관이었습니다.
특검은 황 전 행정관이 감사를 앞두고 김태영 21그램 대표에게 "감사원 연락을 받으면 자료를 모두 폐기했다고 답하라"며 허위 진술을 요구했다고 봤습니다.
실제로 김 대표는 감사관에게 "관련 자료를 보관하고 있지 않다"는 내용의 진술서를 냈습니다.
황 전 행정관 본인도 "D 업체와 공사계약을 맺는 과정에서 21그램이 관여하지 않았다"며 허위 진술서를 제출했고, 김태영 대표에게도 말을 맞춰달라고 부탁한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하지만 끝까지 속일 수는 없었습니다.
특검팀은 김 전 비서관과 황 전 행정관이 관저 공사 계약에 부당하게 개입한 정황을 확인하고, 지난 12월 26일 두 사람을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와 건설산업기본법 위반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겼습니다.
■ 윤한홍과 김건희는?
자격 없는 21그램이 대통령 관저 공사를 총괄하도록 원인을 제공한 김건희 씨와
김 씨의 요구가 관철되도록 관여한 윤한홍 국민의힘 의원에 대한 수사는 어떻게 됐을까요.
특검팀은 지난해 12월 29일 수사 결과 브리핑 때 두 사람이 개입한 사실은 확인했지만, 수사 기간이 끝나 더는 수사하지 못하고 국가수사본부로 인계할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문홍주/'김건희 국정농단' 특검팀 특별검사보 (지난해 12월 29일)
특검은 수사 과정에서 김건희가 대통령 관저 공사업체 선정에 관여하는 등 국가계약 사안에 부당하게 개입한 사실을 확인하였습니다.
(중략)
한편, 특검은 인수위 고위관계자(윤한홍 의원)도 그 과정에 개입한 사실을 확인하고 피의자로 인지하였으나, 수사 기간상의 제한으로 수사를 마무리하지 못하였습니다. 이 부분은 향후 국가수사본부에 인계할 예정입니다.
이에 대해 윤한홍 의원 측은 "인수위원회 시절 '청와대 이전 TF'는 관저의 위치만 결정했고, 관저공사 업체 선정과 계약 체결, 공사 규모 등 모든 사안은 2022년 5월 10일 대통령 취임 이후 대통령실과 경호처의 검토와 결정에 따라 이루어졌다"며 혐의를 부인했습니다.
■ '친분'만으로 밀었나‥ 또 남은 수사
공소장에는 김태영 21그램 대표가 2022년 3월 9일 윤석열 전 대통령 당선 후에도
여러 차례 코바나컨텐츠 사무실을 찾아가 김건희 씨를 만나는 등 친분이 깊었다고 돼 있습니다.
그런데 만나서 단순히 담소만 나눴고, '친분'만으로 공사 업체가 번복됐을까요?
특검팀은 공사 수주에 대한 대가가 있을 거로 의심하고 수사를 진행했습니다.
김태영 21그램 대표 아내 조 모 씨가 2022년 5월 16일경 김건희 씨에게 디올 재킷을 준 정황을 포착하고, 김 씨의 서울 서초구 아크로비스타 자택을 압수수색하며 해당 재킷을 확보한 겁니다.
하지만 다음날인 5월 17일경 김태영 대표 계좌에 7백만 원가량이 입금된 기록이 있었고, 조 씨는 '김건희 씨 요청으로 재킷을 대신 사다 준 뒤 구매 대금을 받았다'는 취지로 진술하며 의혹을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결국, 재킷을 선물한 게 맞는지, 더 나아가 김건희 씨가 21그램을 선택한 배경에 다른 대가가 있었는지는 추가 수사가 필요해 보입니다.
또 공수처가 확보한 김건희 씨의 개인 휴대전화 통신 기록에 따르면, 김 씨는 21그램이 감사원 감사를 받던 기간인 2023년 8월 2일과 8월 27일 김태영 대표와 3차례 통화했습니다.
김 대표가 감사 당시 황 전 행정관 지시로 허위 진술서를 낸 적이 있는 만큼, 김건희 씨와 통화에서도 감사 관련 대화를 나눴는지 추가 수사를 통해 밝혀져야 할 부분입니다.
당사자들이 부인하며 그동안 의혹으로만 남았던 '대통령 관저 공사 특혜 의혹'
특검 수사로 3년 만에 가려졌던 연결고리 일부가 드러났습니다.
앞으로 열릴 재판에서도 김건희 씨와 윤한홍 의원이 어디까지 개입했는지 단서가 되는 증언 등이 나올 수 있습니다.
김오진 전 비서관 등에 대한 첫 공판준비기일은 오는 28일 오전 10시 40분에 열릴 예정입니다.
이날은 김건희 씨의 자본시장법 위반 등 사건 선고기일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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