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법무부가 국회에 제출한 이들의 공소장을 보면, 공정성이 엄격하게 지켜져야 할 교육 현장의 장막 뒤에서 현직 교사와 사교육 업체들의 '검은 뒷거래'가 낱낱이 드러났습니다.
교사들은 사교육 업체에 문항을 주는 대가로 수억 원대 금품을 받고 일부 교사는 학교 시험 문제에 그대로 출제하면서, 서울 강남구에 있는 사교육 업체와 일타강사들이 체급을 더 키울 수 있던 겁니다.

■ 시대인재 교재 문항이 고교 내신 문제에
서울 송파구 잠실고등학교 소속의 한 교사는 2022년 3월부터 같은해 12월까지 시대인재 측에 '생활과 윤리' 모의고사 문항을 제공하는 대가로 1억 878만 원을 받았습니다.
학교에서 '생활과 윤리' 과목을 담당하며 내신 출제를 맡던 교사였습니다.
그런데 이 교사는 시대인재 측에 판매한 문항을 2학년 중간·기말 고사에서 '생활과 윤리' 과목 시험 문제로 그대로 내거나, 5지선다 문항의 순서를 바꾸는 등 살짝 변형해 출제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2022년 5월 2학년 1학기 중간고사에 8개 문항, 같은해 10월 2학기 중간고사에 1개 문항, 12월 2학기 기말고사에 4개 문항이 출제됐습니다.

돈은 교사 본인의 계좌가 아닌, 어머니 명의 은행계좌로 받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밖에 또 다른 현직교사 2명과 전직교사 1명도 국어와 지리 문항을 제공한 대가로 2020년 3월부터 2023년 6월 사이 시대인재 측으로부터 1억 4천만 원에서 1억 5천만 원의 돈을 받은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시대인재 측이 현직교사 4명과 전직교사 1명에게 지급한 금액은 총 7억 원 상당입니다.
강남대성학원 측도 2020년 3월부터 2023년 12월까지, 총 23명의 현직교사에게 각종 과목의 문항을 받고 총 11억 원 상당을 지급한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검찰은 위의 교사들을 포함해 강남대성학원의 출판 법인인 강남대성 수능연구소와 대표이사 김 모 씨, 시대인재의 모회사인 하이컨시와 하이컨시 사내이사 박 모 씨를 재판에 넘겼습니다.

메가스터디 수학 강사 현우진 씨
■ 일타강사들도 현직 교사에게 수억 원대 금품 지급
메가스터디 수학 강사 현우진 씨는 사립고 수학 교사에게 문항을 받는 대가로 2020년 3월부터 2023년 5월까지 20회에 걸쳐 총 1억 7909만 원을 송금한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다른 고교 교사에게도 같은 조건으로 2020년 3월부터 2023년 4월까지 1억 6778만 원을, 또 다른 교사에게는 2020년 3월부터 2023년 6월까지 7530만 원을 보냈습니다.
이렇게 2020년부터 2023년까지 전달한 총액은 4억 2천여만 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청탁금지법상 사립학교의 교원은 직무 관련성이 없더라도 한 사람에게서 1회 100만 원이나 연간 3백만 원을 넘는 금품을 받아선 안 되고 이를 준 사람도 처벌 대상이 됩니다.
검찰은 공소장에서 "현 씨가 경쟁 사교육업체들 사이에서 우위를 점할 목적으로, 문제 출제 역량을 갖춘 현직 교원들로부터 수학 문항을 공급받았다"며, "문항 제작이 필요할 때마다 요청하고 금품을 제공했다"고 밝혔습니다.

메가스터디 영어 강사 조정식 씨
지난 2021년 1월 자신의 연구원에게 전화해 'EBS 수능특강 교재 파일이 시중에 안 풀렸는데, 현직 교사로부터 미리 받아달라'고 제안했고, 이 연구원이 문항거래를 하던 현직 교사에게 'EBS 수능특강 교재파일을 보내달라'고 요청한 겁니다.
현직 교사들은 EBS 수능특강 영어 교재 집필진에 참여해 교재 제작 업무를 담당했던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조 씨는 이런 방식으로 2021년 1월부터 2022년 10월까지 현직교사 2명에게 총 67회에 걸쳐 8351만 원을 지급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 "문항 정상 거래‥다툴 여지 많아"
현우진 씨와 조정식 씨는 검찰의 공소사실을 부인하고 있습니다.
현 씨는 "문항을 제공한 교사들은 이미 시중 교재 집필 이력이 활발한 분들이었고, 오로지 문항의 완성도를 기준으로 평가해 구매했다"고 입장을 밝혔습니다.
조 씨의 변호인은 "검찰 판단과는 달리 사실관계뿐 아니라 법리적으로도 충분히 다툴 여지가 많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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