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열린 형사미성년자(촉법소년) 연령 사회적 대화 협의체 4차 회의 (2026.04.30)
만 14세.
두 달간 이어진 촉법소년 연령 기준 논의가 이렇게 '현행 유지'로 마침표를 찍었습니다.
하지만 결론이 나온 직후의 풍경은 이 논의가 우리 사회에 남긴 과제가 얼마나 무거운지를 역설적으로 보여줬습니다.
촉법소년 연령 하향 문제를 다룬 공론화 위원회 논의가 마무리된 직후, 성평등가족부는 기자들에게 국무회의에 안건 상정 전까지 보도를 자제해달라고 요청했습니다.
사안의 민감성과 여론의 파장을 고려해 정책 취지를 충분히 설명할 시간을 확보하려는 의도로 보였습니다.
하지만 지켜지지 않았습니다.
'연령 유지'라는 내용의 보도가 쏟아졌고, 쟁점은 빠르게 '나이'로 좁혀졌습니다.
위원회가 치열하게 논의했던 범죄 예방 대책과 피해자 보호 방안 등 정책의 핵심 내용은 상대적으로 주목받지 못했습니다.

수치로 본 현실은 단순하지 않습니다.
경찰청 통계에 따르면, 촉법소년 송치 인원은 2014년 6천627명에서 2023년 1만9천654명으로 늘어 10년 사이 약 3배 증가했습니다.
강력범죄 비율은 5% 내외 수준을 유지하고 있지만, 전체 인원이 증가하면서 강력범죄를 저지른 촉법소년의 절대 규모 역시 함께 커졌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공론화 과정에서 시민 숙의단이 연령 하향에 더 많은 의견을 낸 것으로 알려졌는데, 그 배경에는 이렇게 변화하는 범죄 양상과 현행 제도에 대한 불안감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됩니다.

하지만 연령이 전부가 아닙니다.
정부는 '처벌 이후'의 문제를 두고 고민이 깊었습니다.
법무부는 엄정 대응을 강조해 온 반면, 인권위와 일부 전문가들은 낙인 효과와 교정 인프라 부족을 우려하는 목소리를 내며 평행선을 달렸습니다.
실제로 전국 소년원은 정원을 초과한 과밀 상태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법무부 자료 등을 보면 일부 소년원은 수용률이 100%를 넘는 것은 물론, 지역과 시기에 따라 110%를 웃도는 수준까지 올라간 사례도 확인됩니다.
특히 여성 청소년을 수용하는 시설 등에서는 정원의 150% 안팎에 이르는 과밀 사례도 지적돼 왔습니다.
이처럼 과밀 수용이 이어질 경우 개별 상담과 교육, 교정 프로그램이 제대로 운영되기 어렵고, 재범 방지 기능도 약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옵니다.
연령 기준을 낮춰 처벌 대상을 확대하더라도, 이를 수용하고 교육할 시설과 인력이 충분한지에 대한 문제는 여전히 남아 있는 겁니다.
■ 반복되는 논쟁, 이제는 '책임의 질'을 물어야
촉법소년 연령 하향 논쟁은 이번이 처음이 아닙니다.
2007년 소년법 개정 논의 때도, 또 2022년 법무부가 연령 하향을 추진했을 때도 결론은 제도 변화로 이어지지 못했습니다.
그런데도 같은 논쟁이 반복되고 있다는 것은 문제가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채 남아 있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결국 지금 필요한 것은 '몇 살부터 처벌할 것인가'가 아니라, 범죄의 중대성과 반복성에 따라 어떻게 책임을 묻고, 어떻게 사회로 복귀시킬 것인지에 대한 답입니다.
이런 이유로, 범죄 유형에 따라 처벌을 달리하고, 연령이 사실상의 면책 기준으로 작동하지 않도록 제도를 정교하게 보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여기에 따른 교정 시설과 교육 인프라도 뒤따라야 합니다.
'14'라는 숫자 뒤에는 여전히 풀리지 않는 질문이 남아 있습니다.
촉법소년 논쟁은 끝난 것이 아니라, 이제부터 시작일지도 모릅니다.
결국 '나이'보다 중요한 건, 어떤 책임을 어떻게 물을 것인가라는 질문이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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