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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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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산소호흡기 상태로 이뤄진 병상 유언 효력 인정해야"

대법 "산소호흡기 상태로 이뤄진 병상 유언 효력 인정해야"
입력 2026-05-04 09:13 | 수정 2026-05-04 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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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법 "산소호흡기 상태로 이뤄진 병상 유언 효력 인정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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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망 사흘 전 남긴 구두 유언 영상을 두고 대법원이 요건을 정확히 갖추지 않았더라도, 망자 상태를 고려해 효력이 인정되어야 한다고 판단했습니다.

    대법원 2부는 A 씨가 은행을 상대로 낸 예금 청구 소송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한 항소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원고 승소 취지로 서울중앙지법에 돌려보냈습니다.

    A 씨의 이부형제 B 씨는 입원 중이던 2021년 4월 "A 씨에게 예금채권과 주거지 전세보증금 반환채권 등 재산 전부를 증여한다"는 내용의 구수증서 유언을 남겼습니다.

    구수증서에 의한 유언은 질병 등 급박한 사유로 녹음, 자필증서 등 방식을 택할 수 없을 때 허용되는 절차로, 당사자가 유언을 말로 전달하면 이를 들은 증인이 필기·낭독해 그 정확함을 승인해야 합니다.

    B 씨가 유언하는 모습은 현장 증인에 의해 녹화됐고, B 씨는 사흘 후 세상을 떠났습니다.

    A 씨는 이후 유언장에 B씨 재산으로 적힌 예금채권에 예치된 약 9천600만 원을 받으려 했으나 은행이 지급을 거부하자 2022년 8월 소송을 냈습니다.

    1심에선 "A 씨가 신청한 증거만으로는 망인에게 유언장에서 표시된 재산 외 다른 재산이 없었다고 인정할 수 없다"며 포괄유증에 의한 지급을 거부한 은행 측 손을 들어줬습니다.

    A 씨 항소로 진행된 2심에서 은행 측은 "구수증서 유언은 급박한 사유로 다른 유언 방식에 의할 수 없는 경우에만 인정되는데, 망인은 녹음 또는 공정증서에 의한 방식으로 유언할 수 있었다"라며 요건을 갖추지 못해 무효라고 주장했습니다.

    2심 재판부는 망인이 "유언장이 작성될 당시 망인은 재산 상태, 유증의 의미, 상대방 등을 충분히 인지하고 말할 수 있었던 만큼 녹음에 의한 방식으로 유언할 수 없었다고 보기 어렵다"며 은행 측 주장을 받아들였습니다.

    또 녹음에 B 씨가 날짜를 말하거나 증인이 유언의 정확함을 구술한 대목이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하지만 대법원은 B 씨가 녹음에 의한 방식으로 유언할 수 있었다는 2심 판단에 오류가 있다고 봤습니다.

    대법원은 "유언 당시 망인은 호흡곤란 증상으로 산소호흡기를 낀 상태로 정상적인 발음에 장애가 있었고 자유롭게 계속 말하는 것 또한 곤란했던 것으로 보인다"라며 "제삼자의 도움 없이 스스로 유언 취지를 자필증서로 작성하거나 육성을 녹음해 주도적으로 유언 취지, 성명, 연월일을 구술하는 등 행위를 하는 것은 상당히 어려웠다"고 판단했습니다.

    또 그가 사흘 뒤 사망한 점에 비춰보았을 때 "질병 등 급박한 사유로 자필증서, 녹음, 공정증서 등 방식에 의한 유언이 객관적으로 가능하지 않았던 경우에 해당한다고 볼 여지가 크다"고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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