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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3월, 부산의 한 가정집 안방에서 금괴 51개가 사라졌습니다. 8억 8천여만 원 상당의 100그램짜리 골드바 41개와 1억 6천여만 원 상당의 75그램짜리 골드바 10개.
이뿐만이 아니었습니다. 5억 7천여만원에 달하는 1kg 은괴 134개와 현금 5천만 원 까지. 전체 무게는 140kg에 육박하고 값어치는 16억 7천만 원에 달하는 금품이 증발한 겁니다.

골드바 환수 사진
그러자 남편은 "부인이 가출을 했는데 금괴와 돈을 챙겨서 나간 것 같다"고 부인을 고소했습니다.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고, 평범한 가정주부였던 50대 부인이 이삿짐센터까지 불러 골드바와 실버바를 여러 개의 캐리어에 담아 집을 빠져나간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알고 보니 두 사람은 당시 막 이혼소송을 시작했던 단계로, 썩 사이가 좋은 상황은 아니었습니다.
■ '친족상도례' 헌법 불합치… 부인 처벌 가능했지만
원래 친족 사이의 금품 절도는 처벌대상이 아니었습니다. 친족간 재산범죄는 형을 면제하는 이른바 '친족상도례'를 규정한 기존 형법 328조 1항 때문이었습니다. 하지만 지난 2024년 헌법재판소가 이 조항에 대해 재판관 전원 일치 의견으로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리면서, 가족 간 재산 범죄 처벌이 가능해졌습니다.
그런데 용의자가 부인인 게 확실해졌지만, 어찌 된 일인지 수사는 지지부진했습니다. 부인의 행방이 묘연한 것도 아니었습니다. 경찰은 당시 부인으로부터 자신이 머무는 집 안 금고에 금괴와 은괴를 보관하고 있다는 진술까지 확보했지만 압수수색같은 조치를 취하지 않고 해당 사건을 기소의견으로 지난해 6월 검찰에 송치했습니다. 어쨌든 법적으로 두 사람은 부부 상태였고, 친족상도례 대체입법이 되지 않은 상황이어서 적극적으로 강제수사를 하기도, 그렇다고 사건을 방치하기도 애매한 상황이었던 겁니다.

은괴 환수 사진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 검찰은 일단 부인을 기소중지했습니다.
그리고 지난해 12월, 피해자인 가족의 고소가 있는 경우에는 기소할 수 있도록 친족간 재산 범죄를 '친고죄'로 바꾸는 내용의 형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자, 검찰은 재기 수사에 나섰습니다.
그 과정에서 부산지검 동부지청 형사2부 유재덕 검사는 부인이 꼭 이 금괴를 훔쳐서 독차지하려는 의도가 아니었다는 걸 파악했습니다. 오랜 결혼생활동안 전업주부로 지내와 별도의 소득이 없던 부인은 "재산 분할 절차 전, 남편이 재산을 빼돌릴 것을 우려해 금괴와 은괴를 가져와 보관하고 있는 것"이라는 취지로 진술했습니다. 법적 절차에 대해 잘 몰랐던 것이죠.
검찰이 보기에도 이혼 소송 과정에서 공동재산으로 인정될 가능성이 높은 금품이었습니다. 그렇지만 어쨌든 액수가 너무 크기에 절도 혐의로 기소되면 부인이 실형을 피하기도 매우 힘들 것으로 보였다고 합니다.
■ 해프닝으로 마무리된 10억대 금은괴 증발 사건
그래서 유 검사는 여러 차례 부인을 불러 부동산과 유체 동산 등에 대한 가압류같은, 이혼 소송 중에 재산을 묶어둘 수 있는 다른 대안이 있다고 설득했습니다. 결국, 보완수사 넉 달 만에 부인은 빼돌린 금품 전부를 검찰에 제출했고, 절도 발생 약 1년 만에 이 귀금속들은 남편에게 돌아갔습니다.
검찰은 남편 설득에도 나섰습니다. 불기소 처분을 하려면 처벌을 하지 말아 달라는 피해자의 의사 확인이 필요했기 때문에 부인이 처했던 입장을 설명하고 처벌불원서를 내도록 요청했습니다. 결국 남편은 처벌불원서를 제출했고, 이 사건은 '공소권 없음'으로 종결됐습니다.
다행히 금괴도 사라지지 않고, 불필요한 처벌도 막으면서 10억대 금은괴 증발 사건은 마무리될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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