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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부정 선거 음모론자에 칼자루‥"지칠 줄 모르는 망상"

트럼프 부정 선거 음모론자에 칼자루‥"지칠 줄 모르는 망상"
입력 2026-02-21 14:15 | 수정 2026-02-21 14: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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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트럼프 부정 선거 음모론자에 칼자루‥"지칠 줄 모르는 망상"
    작년 10월 트럼프 2기 백악관은 커트 올슨 변호사를 조용히 정부 특별 직원으로 고용했습니다. 올슨 2020년 미국 대선에서 바이든 전 대통령이 당선된 건 전자개표기 조작 등 부정 선거 결과라고 주장해 온 인물입니다. 그는 '도둑질을 멈춰라'(Stop The Steal)이라는 구호 아래 선거 결과 부정 운동에 깊숙하게 관여했습니다.

    트럼프, 부정 선거론자 슬쩍 중책 기용

    2020년 대선 직후 패배를 받아들일 수 없었던 트럼프 진영은 '숨겨진 부정 선거 증거를 찾아 내겠다'며 선거 관리를 책임지는 주정부를 상대로 줄소송을 제기했습니다. 변호인단이 바닷속에 숨어 있다가 배를 삼키는 거대한 바다 괴물에 비유해 "'크라켄'을 풀어놓겠다"고 호언장담했습니다. 미국 언론은 이를 빗대 '크라켄 소송'이라는 별칭까지 붙였습니다. 2016년 트럼프가 승리했지만 2020년엔 바이든에게 패배한 경합주가 주요 소송 무대가 됐습니다.

    올슨 변호사도 트럼프를 대변해 열정적으로 법적 대응에 나섰습니다. 선거 부정론자들은 표 집계에 사용된 도미니언 사의 시스템이 미리 조작된 알고리즘에 따라 특정 인구의 트럼프 표를 자동적으로 바이든 표로 전환했다고 주장했습니다. 조작에 해외 세력이 개입했다는 음모론까지 등장했습니다. 올슨 역시 애리조나주를 상대로 한 소송에서 '전자 개표 시스템은 해킹 가능성이 있다'는 논리를 폈습니다. 구체적인 증거는 없었습니다. 당연히 법원은 추측성 주장만으로는 소송을 낼 자격도 인정받기 어렵다며 각하 결정을 내렸고 이후 확정됐습니다.
    트럼프 부정 선거 음모론자에 칼자루‥"지칠 줄 모르는 망상"

    커트 올슨 변호사

    법원은 여기에 그치지 않고 이례적으로 올슨 변호사 등 선거 뒤집기 소송에 나섰던 변호인단에 12만 2천 달러 등의 제재금과 징계를 내렸습니다. "애리조나주는 종이 투표지를 쓰지 않는다, 투표기를 사전에 점검조차 하지 않는다"고 허위 주장을 펼쳤기 때문입니다. 재판부는 투표 과정에서 주정부가 종이 투표지를 사용하는지는 충분히 확인 가능한데도 선거부정 변호인단이 "합리적 사전 조사"조차 거치지 않았다고 봤습니다.

    트럼프 진영은 7개 주에서 60건 이상의 소송을 제기했지만 대부분 패소했습니다. 검증 없이 선거 부정론자들의 주장을 전달하던 보수 매체들은 투표기 업체로부터 거액의 소송을 당했습니다. 폭스뉴스는 1조 원 넘는 배상금을, 뉴스맥스도 1천억 원에 가까운 합의금을 물어줘야 했습니다. 그렇게 부정 선거론은 미국 주류 사회에서 배척되는 것으로 보였습니다.

    배척된 선거 부정론 다시 권력 중심에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2024년 대선에서 승리해 백악관에 재입성한 뒤에도 투표가 조작됐다는 인식을 바꾸지 않았습니다. 트럼프는 올슨 변호사에게 '백악관 선거 보안 및 무결성 국장' 직위를 맡겼습니다. CIA 등 정보 기관들이 수집한 기밀을 보고받을 수 있도록 보안 인가도 부여했습니다. 최대 130일의 임시 공무원 신분인에게는 이례적인 일입니다. 폴리티코는 올슨 변호사가 고도의 기밀 정보 보고서 등에 접근해야 할 때마다 "그저 대통령에게 전화한다"고 내부 평가를 전했습니다.
    트럼프 부정 선거 음모론자에 칼자루‥"지칠 줄 모르는 망상"

    폴턴 카운티 선거 사무소 압수수색

    트럼프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은 올슨은 일면 성과를 내는데 성공합니다. 지난달 FBI를 동원해 민주당 지지세가 강한 조지아주 풀턴 카운티 선거 사무소 압수수색에 성공한 것입니다. 연방 요원들은 2020년 투표용지 700박스들을 수거해갔습니다. 새로운 정황이 드러난 것 아니냐는 관측도 있었지만 압수수색 영장이 공개되면서, 이미 재판에서 여러 차례 부정된 의혹이 그대로 근거로 인용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부정 선거 변호인 의뢰로 FBI 수사

    이번 FBI의 선거 부정 수사 자체가 올슨의 수사 의뢰서에서 비롯됐습니다. 압수수색 영장에선 이전 선거 부정 소송에서 함께 활동했던 사설 IT 전문가 클레이 파리크가 증인으로 참여한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그는 조지아 선거 '시스템 로그에서 비정상적인 패턴이 발견됐다'는 진술을 내놓았습니다. 파리크는 패소한 소송에서도 기술적인 근거를 마련해주는 역할을 맡았고, 올슨처럼 특별 정부 직원으로 트럼프 행정부에 영입됐습니다.

    5년 넘게 이어진 음모론에 맞서, 조지아주는 이미 재검표를 통해 관련 의혹을 모두 해소했습니다. 영장 증인 중 한 명은 재검표 당시 투표 이미지가 웹사이트에서 누락됐거나, 중복된 이미지가 발견됐다고 주장했습니다. 이 역시 당시 검증이 끝난 의혹입니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당시 이미지 파일 일부가 중복된 것은 사실이지만, 이는 일부 파일에 같은 이름을 설정하는 실수 탓에 벌어진 일이었습니다. 조정 과정을 통해 수정됐고 투표 당시 개표에 반영된 오차도 아니었습니다. 애초에 법률상 투표 이미지를 반드시 저장해둬야 하는 지도 불분명한 사안입니다. 그런데도 선거 부정론자들은 작은 실수마저 모두 조작의 증거라고 외치며 지지자들 모았습니다. 또한 익명의 데이터 분석가라고 영장에 등장하는 인물은 분석 데이터 자체를 직접 얻지 않고 온라인상의 특정 인물로부터 받았다고 스스로 밝혔습니다. 출처 자체의 무결성이 유지되지 않은 만큼 무게를 두기 어려운 분석인 셈입니다.

    왜 하필 조지아일까. 풀턴 카운티는 2020년 부정 선거 주장이 탄생한 진앙지입니다. 개표장으로 쓰였던 스테이트 팜 경기장에서 개표 요원들이 여행 가방에서 표를 꺼내는 듯한 CCTV 화면을 공개하며, 선거부정론자들은 '스모킹건'을 발견했다고 흥분했습니다. 트럼프 변호인인 루디 줄리아니는 "영상이 모든 것을 명확히 보여준다, 테이블 밑에서 투표용지를 한밤중에 꺼내 개표했다"고 주장했습니다. 영상 속 선거 사무원의 실명을 거론하며 표적 삼았습니다.

    하지만, 조지아주 정부는 해당 영상을 프레임 단위로 분석했고 이는 정상적으로 참관인들 앞에서 처리된 투표 용지로, 참관인들이 보는 앞에서 테이블 아래 보관함에 넣어뒀던 것 뿐이라고 밝혔습니다. 심지어 트럼프 캠프의 한 선거 고문은 내부 이메일에서 "입증될 수 없는 주장에 좌절감을 느꼈다"고 토로했습니다. 표적이 된 선거 사무원이 뒤늦게 줄리아니 변호사를 명예훼손을 고소하고 나서야 줄리아니는 거짓말을 인정했습니다. 그러나 이미 해당 사례는 선거 부정론의 주요 증거로 적극 활용한 뒤였습니다.
    트럼프 부정 선거 음모론자에 칼자루‥"지칠 줄 모르는 망상"

    2020년 미국 대선 투표함 의혹 사진

    중간 선거 대비하나‥경합주 수사 감행

    무엇보다 조지아는 경합주인 '스윙 스테이트'로서 풀턴 카운티는 흑인 인구 비율이 높은 민주당의 표밭입니다. 주 전체가 공화당 우세이지만 이곳의 민주당 표가 전체 판세를 가를 수 있는 것입니다. 따라서 중간 선거를 앞두고 부정 선거 수사로, 기선 제압에 나섰다고 볼 수 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트럼프는 지난 2일 전 FBI 부국장 댄 본지노의 팟캐스트에서 2020년 대선이 '도둑맞았다'는 주장을 되풀이했습니다. 그러면서 공화당원들이 "최소 15곳에서 투표를 장악해야 한다"라고 말했습니다.

    이번 압수수색 영장은 조지아주도 아닌 미주리주 연방 검사들이 작성해 법원으로부터 발부받았습니다. 관할 검사들을 '패싱'한 이례적인 처사입니다. 탐사보도 전문 매체 <프로퍼블리카>는 미주리주 검사장이 올슨 변호사 등 트럼프 고위 인사들과 여러 차례 만나 '선거 부정 문제를 논의했다'고 보도했습니다. 트럼프 충성파인 팸 본디 법무장관은 트럼프가 임명한 토머스 알버스 미주리 주 연방 검사장에게 전국적인 선거 사건 처리 권한을 부여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앞서 공화당 소속인 조지아주 최고 선거 관리관은 트럼프가 2020년 대선에서 패했다고 수차례 확인했습니다. 역시 공화당 소속인 당시 조지아 주지사 브라이언 켐프는 "그 누구도 법정에서 선서한 뒤 어떤 것도 증명하지 못했다"며 "조지아 선거는 안전하고 공정하다"고 밝혔습니다. 자신이 패배할 리가 없다는 트럼프의 끝없는 집착에, 공화당 내부 인사들이 반기를 든 것입니다. 전직 연방 검사인 엘리 호니그는 '인텔리전서' 기고문에서 "이 수사는 2020년 선거 사기에 대한 도널드 트럼프의 지칠 줄 모르는 망상에서 비롯됐다"며 "'끝없이 우기면, 어쩌면 사실이 될지도 모른다'는 식"이라고 비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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