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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훈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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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훈칠의 맥스MLB] 펠릭스 에르난데스, '킹인가 짐인가'
[전훈칠의 맥스MLB] 펠릭스 에르난데스, '킹인가 짐인가'
입력
2018-06-11 1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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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2018-07-24 13:34


구단의 조치에 영향을 받았는지 알 수 없지만, 킹 펠릭스는 데뷔하자마자 30이닝 동안 단 하나의 장타도 허용하지 않으면서 기대에 부응했고, 이후 사이영상(2010년)과 퍼펙트게임(2012년)으로 요약되는 커리어를 이어갔다. 시애틀 구단 최다승, 최다 탈삼진 기록을 보유한 프랜차이즈 역대 최고 스타인 동시에, 베네수엘라 출신 최다승, 최다이닝, 최다 탈삼진에 빛나는 고국의 영웅이기도 하다.
이런 위업을 남기고도 정작 가을 야구는 구경도 하지 못한 비운의 선수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킹 펠릭스는 우승 가능한 팀으로 떠나는 선택은 하지 않았다. (킹이라는 별명으로 불리는 또 다른 선수와의 차이다.) 그만큼 시애틀 구단이 확실하게 성의를 표시하기도 했다. 킹 펠릭스는 2013 시즌 개막 전, 7년간 연장 계약을 체결하는 자리에서 나름대로 진심을 드러냈다. 기자 회견 도중 팀을 포스트시즌에 반드시 보내겠다고 수차례 다짐하며 눈물까지 쏟은 것이다.
그런 킹 펠릭스가 지금 시애틀에게 짐이 되고 있는 모양새다. 2, 3년 전부터 꾸준히 제기되던 노쇠화에 대한 우려가 올해는 현실이 되고 있다. 데뷔 초 심심치 않게 100마일을 찍는 등 2006년 선발 투수 직구 평균 구속 1위 (95.2 마일)를 자랑하던 직구는 평균 90마일 안팎으로 내려앉은 지 오래다. 시즌 성적 6승 5패에 평균자책점 5.70. 아메리칸리그에서 규정이닝을 소화한 투수 가운데 최하위다. 상대적으로 타고투저인 KBO리그에서도 용인되기 어려운 수치다.

아마추어 시절, 킹 펠릭스는 숱한 스카우트들의 구애를 뿌리치고 비인기 팀인 시애틀을 택했다. 누가 봐도 명문 구단인 뉴욕 양키스와 애틀랜타가 심지어 더 많은 계약금을 제시했음에도 자신의 우상이었던 프레디 가르시아와 같은 유니폼을 입기로 결정했다. 그리고 가르시아가 시애틀을 떠난 뒤 그의 등번호 34번까지 그대로 물려받았다. 그때만 해도 이런 운명을 예상하지는 못했을 것이다.
NBA에서 우승을 위해 팀을 옮긴 대표적인 선수, 케빈 듀란트는 이번 파이널을 마친 뒤 “승리가 범죄라면 나는 죄인”이라는 말을 남겼다. 승리에 대한 본능이 누구보다 강한 프로 스포츠 선수들에게 최고의 자리에 오르고자 하는 욕망은 굳이 설명할 필요가 없다. 메이저리그에서도 유별난 승부욕으로 소문난 킹 펠릭스에게 가을 야구 경험이 없다는 건 스스로 용납하기 어려운 사실이다. 농구와 달리 한두 명의 능력으로 팀을 끌어올릴 수도 없기에 답답함은 더 클 것이다. “포스트시즌에 나가지 못했다는 게 나를 미치게 한다. 매년 무엇이든 새로운 시도를 할 수밖에 없도록 만드는 동기다.” 해마다 스프링캠프를 앞두고 포스트시즌 진출에 사활을 건 그의 인터뷰는 한결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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