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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훈칠의 맥스MLB] 이학주는 안착할 수 있을까

[전훈칠의 맥스MLB] 이학주는 안착할 수 있을까
입력 2018-08-10 14:23 | 수정 2020-09-15 09:58
"적응만 한다면…" 이학주는 안착할 수 있을까?

이학주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2008년 시카고 컵스와 계약하면서 미국에 진출했다가 2016년 샌프란시스코 산하 트리플A 팀에서 뛴 것을 마지막으로 빅리그 도전을 접은 이학주. 2년의 공백을 뒤로 하고 오는 20일 해외파 트라이아웃을 거치면 다음 달 KBO리그 드래프트에서 지명될 것이 유력하다. 한국인 야수로는 추신수 이후 가장 높은 평가를 받으며 빅리그에 근접했던 선수가 국내에서 뛸 날이 머지않았다.

미국에서 이학주의 가치가 가장 높았던 시기는 2012년 더블A에서 시즌을 마친 직후였다. 기본적인 경기력은 검증받은 상태였고 특히 수비만큼은 곧바로 빅리그에 데뷔해도 평균 이상일 것이라고 평가받았다. ‘미래의 골드글러브 감’이라는 극찬도 있었다. 이듬해인 2013년, 만 22세의 이학주는 트리플A에서 상대적으로 아쉬웠던 타력마저 폭발한 듯 보였다. 15경기에 불과하지만 4할대 타율을 기록한 데다 볼넷과 삼진 비율도 균형을 이뤘기 때문이다.

팔이 안으로 굽을 필요도 없이 당시 현지 평가가 그랬다. 최고 권위를 자랑하는 마이너리그 전문 매체 베이스볼 아메리카는 이학주를 크리스 아처와 함께 최상위급 유망주로 분류했고, 베이스볼 다이제스트는 2013년 신년호에서 “눈부신 수비”를 펼친다며 준비된 유격수라고 소개했다.

(베이스볼 다이제스트 2013년 신년호. 아처와 함께 소개된 것이 인상적이다)

누가 봐도 빅리그 승격이 당연하게 여겨지던 시점. 그런데 치명적인 부상을 당했다. 내야 수비 도중 상대 주자 트래비스 이시카와가 무모한 태클을 시도했고, 그 한 번의 충돌로 십자 인대가 파열돼 시즌을 마감했다. (당시 부상의 원인 제공자로 인식돼 국내 팬들이 원망스러워했던 팀 베컴과는 아무 문제없이 SNS를 통해 잘 지내고 있다고 한다.) 수술과 재활 이후 2014년 복귀했지만 뜻대로 일이 풀리지 않았고 결국 메이저리그 무대를 밟지 못한 채 2016년 미국에서 돌아왔다. 우여곡절 속에 돌고 돌아온 이학주를 지난 8일 만났다.

현재 이학주에게는 양면의 시선이 존재한다. 미국 최고의 유격수 유망주로 평가받던 시절의 유려한 수비를 기억하며 KBO리그에서 대활약을 할 것으로 기대하는 낙관론부터, 최근 프로 구단에 소속된 적이 없어 경기력은 물론 몸 상태 자체부터 의문이라는 부정적인 견해도 있다.

이학주 본인도 이런 시각을 잘 알고 있다. 주위에서 걱정도 많이 해준다고 한다. 하지만 이학주의 대답은 단호하다.

▶ 인터뷰 #1 "몸 상태 문제없고 준비돼 있습니다."


반복되는 얘기지만 이학주를 설명하는 키워드는 역시 유격수 수비다. 다른 분야는 몰라도 수비만큼은 자신의 지론을 펼칠 만하다. 많은 이들이 속도감 넘치는 이학주의 수비를 그리워하지만, 자신은 최대한 안정적인 수비를 지향한다고 밝혔다.

▶ 인터뷰 #2 이학주에게 수비란? "명장면보다 투수를 편하게"


한창 때도 타격에서는 꾸준하게 인정받지 못했다. 특히 장타력이 아쉽다는 평가가 많았다. 하지만 이학주는 타격에 대한 욕심이 뚜렷했다. 직접 비교는 어렵지만 한화의 제라드 호잉처럼 KBO리그에 대한 적응을 순조롭게 해낸다면 중장거리 타자로의 가능성도 보여줄 수 있다는 각오를 밝혔다.

▶ 인터뷰 #3 "타격 욕심, 분명히 있습니다"


이학주가 KBO리그에 데뷔하면 옛 동료를 만날 기회도 갖게 된다. SK의 주축 선발 투수인 메릴 켈리는 탬파베이 산하 마이너리그에서 수년간 이학주와 한솥밥을 먹은 사이다. LG의 타일러 윌슨, 삼성의 다린 러프와는 상대팀으로 만난 적이 많다. 이 밖에 로하스 등 트리플A 경기장에서 만났던 여러 선수들을 한국에서 만나게 되는 것도 새롭다.

▶ 인터뷰 #4 "한국에서 만날 옛 친구들 반갑겠네요"


먼 길을 돌아왔다. 안치홍, 오지환, 허경민, 김상수 등 이학주와 함께 고교 5대 유격수로 불리던 경쟁자들은 이미 자리를 잡았다. 한 발 늦은 감이 있다. 그래도 안정적으로 야구할 수 있다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게 이학주의 말이다. 아직 KBO리그에서 뛴다는 것이 실감나지 않고, 적응 기간을 잘 거쳐야 한다는 중압감도 있다. 그래도 자신의 과거를 돌아보며 여유를 가질 정도로 성숙했다. 선수로서 자신의 장점을 꼽아달라는 질문에 대한 답변에 스스로 거쳐 온 길이 녹아 있었다.

▶ 인터뷰 #5 "산전수전 겪어서 멘탈이 강합니다"


아직 이학주의 미래까지 예측할 수는 없다. 드래프트 결과가 어떻게 될 지도 알 수 없다. 다만 자신의 인생 스토리는 전혀 중요하지 않고, 그라운드에 서는 것 자체만이 의미 있다는 이학주의 행보는 지켜볼 만하다. 이제 얼마 남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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