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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훈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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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훈칠의 맥스MLB] '날 미치게 하는' 보스턴
[전훈칠의 맥스MLB] '날 미치게 하는' 보스턴
입력
2018-10-31 1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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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2020-09-15 09:58

2000년대 들어 무려 네 번째 월드시리즈 우승. 현재까지 21세기 최고의 팀으로 손색없는 성과를 남긴 가운데서도 보스턴 팬들은 여전히 2004년을 무심히 지나치지 못한다. 1918년 이후 86년 동안 무관의 시절을 거치면서 남긴 숱한 흑역사, 한 마디로 줄이면 '밤비노의 저주'를 가장 극적인 방식으로 깨부순 2004년의 추억은 이번에도 소환되고 있다.
보스턴 레드 삭스의 2004년을 재구성하는 다양한 방식 가운데 빠질 수 없는 것이 있다. 영화 같은 2004년을 진짜 스크린에 구현한 작품 '날 미치게 하는 남자(The Perfect Catch, 2005)'를 논하는 것이다. 이번 우승 이후에도 적지 않은 보스턴 팬들이 최근의 성과를 설명하는 주술적(?)인 요인으로 이 영화를 언급하곤 한다.
'날 미치게 하는 남자'가 프리미어리그 아스널의 광팬을 소재로 한 닉 혼비의 소설이자 영화 '피버 피치 (Fever Pitch)'를 원작으로 했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미국과 캐나다 이외의 지역에서는 더 퍼펙트 캐치 (The Perfect Catch)'로 개봉했다.) 야구팬이란 단어로는 설명이 부족한, 보스턴 레드 삭스가 곧 인생인 남자의 좌충우돌 연애기를 다룬 로맨틱 코미디다.

이 영화의 가장 유명한 후일담은 당초 계획과 달리 보스턴이 저주를 끊고 우승하면서 시나리오도 해피엔딩으로 방향을 틀었다는 것이다. (당시 실제 경기 화면도 등장한다. 데이브 로버츠의 'The Steal'도 물론.) 주연을 맡은 지미 팰론이 실제 뉴욕 양키스 팬이라는 점 역시 반전 요소다. '자본주의 연기'라는 평도 있겠지만 몇몇 보스턴 팬들은 오히려 이 점이 밤비노의 저주를 끊은 단초였다고도 여기는 모양이다. 베이브 루스를 뉴욕 양키스로 팔아버린 대가로 얻은 저주였으니, 양키스 팬을 섭외해 보스턴 팬으로 둔갑시킨 영화가 비슷한 작용을 했을 것이란 자기만족이다.


야구단은 야구를 잘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지만, 더 나아가 지역 사회에 건강하고 건전한 삶의 방식까지 선도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존 헨리 구단주의 부인 린다 피추티 씨가 주도해 만든 장소다. 구단 프런트 오피스 사무실 옥상 공간을 활용해 2015년 개막식에 맞춰 만들었고 연간 2,700kg 안팎의 유기농 작물을 생산한다고 한다. 일반 관중들이 오가며 볼 수 있는 위치이고 구장 공식 투어 프로그램에도 잠시 둘러볼 수 있게 해뒀다. 야구에 미친 사람들이 간혹 긍정적인 가치관을 드러내면 이런 결과물이 나오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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