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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훈칠의 맥스MLB] 'BK' 김병현이 말하는 그 시절 '낭만 야구'
[전훈칠의 맥스MLB] 'BK' 김병현이 말하는 그 시절 '낭만 야구'
입력
2019-05-07 1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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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2020-09-15 09:54

해설위원으로 데뷔한 김병현
빅리그 아홉 시즌 동안 통산 54승 60패에 86세이브. 하지만, 이런 숫자로 김병현을 설명하기는 어렵다. 1999년 미국에 진출해 루키 리그부터 더블A와 트리플A 등 마이너리그 세 단계를 3개월 만에 정복하고 데뷔한 스토리부터, 2001년 애리조나에서 월드시리즈의 극적인 승부와 2003년 보스턴에서 남겼던 일화는 김병현이라는 이름이 거론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들이다. 작은 체구의 언더핸드 투수가 150km를 넘는 직구를 던지는 건 메이저리그 역사상 그 자체로 희귀했고 정면 대결을 피하지 않는 투구 스타일과 자신만의 확고한 야구철학, 그리고 야구 외적으로 독특한 기인의 이미지까지 더해져 팬들에겐 만화 주인공 같은 인물로 각인됐다. 김병현 이후 언더핸드 투수들이 눈에 띄게 많아지는 등 야구 흐름 자체에도 적잖은 영향을 끼쳤다.

언더핸드 강속구 투수로 독보적인 활약을 펼친 김병현

"류현진은 걱정할 필요가 없는 선수"
현역 시절 이야기가 나오면서 본격적으로 옛날 얘기에 들어갔다. 요즘 야구를 어떻게 보고 있는지 묻자 야구가 너무 빨라졌다고 답했다. 데이터 야구나 숫자에 관해 생각하는 부분이 많아진 것도 현역 시절과 달라진 부분이라고 했다. 선수들의 개성이 사라진 부분도 아쉬워했다. 획일적으로 빠른 공을 던지는 투수와 홈런 타자가 많아진 게 달라진 부분이라고 했다. ‘머니볼의 역효과’를 우려하는 것처럼 보였다. 사실 2000년대 초반 ‘원조 머니볼’은 승리라는 목적만 달성할 수 있다면 외모나 체구를 비롯한 선수의 개성을 지나칠 만큼 존중하는 측면도 있었다.

김병현의 낭만야구
예전부터 회자됐던 에피소드에도 직접 답을 내놨다. 2001년 7월 16일 시애틀 원정 경기에서 이치로와 맞대결을 앞두고 마운드에서 의미심장하게 미소 짓는 모습은 김병현만의 개성이 드러나는 대표적인 장면이다. 김병현은 이치로의 팬이었기 때문에 웃음을 감추지 못했다고 했다. 드디어 이치로를 직접 만난다는 생각에 기분이 좋았단다. 예전부터 체구가 큰 선수보다는 작은 몸집으로 괴력을 발휘하는 선수들을 좋아했는데 이치로와 페드로 마르티네스가 그런 선수라고 했다. 김병현은 문제의 그날 톰 램프킨과 카를로스 기옌, 이치로까지 세 명의 타자를 퍼펙트로 처리하고 세이브를 기록했다. 이후 2003년과 2006년 등 김병현은 이치로와 다섯 차례 만나 4타수 2안타와 볼넷 하나를 남겼다.

"미소 지은 이유는 이치로의 팬이라서"
하지만, 김병현은 ‘그냥 별거 있나’ 하고 공을 뿌렸다고 한다. 공을 맞고 흥분한 켄트를 향해 다가선 것은 당시 혈기 왕성할 때였고 자신 있었기 때문이라는 답을 했다. (사소한 기억의 오류는 있을 수 있다. 당시 콜로라도의 시즌 기록을 보면 해당 경기의 전날은 세인트루이스 원정이었다. 아마도 ‘이전 시리즈’ 정도를 이전 경기로 착각한 듯하다.) 실제 켄트는 김병현이 가장 많이 상대한 타자였다. 김병현과 켄트 모두 내셔널리그 서부지구에서 주로 뛰었고 마무리 투수의 특성상 중심 타선을 상대한 일이 많았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통산 맞대결 성적은 32타수 8안타에 삼진 네 개를 잡아냈고 몸에 맞는 공은 모두 세 번 기록했다.

"켄트는 전날 맞았어야 했다"

2001년 월드시리즈

양키스타디움 외야에 공을 뿌린 김병현

옐리치와 벨린저는 떡잎부터 알아봤다는 김병현

애리조나 창단 30주년 기념 시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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